인생은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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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11.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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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아리스토텔레스 著, <시학>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자주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의 한 대사를 통해,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인생이 연극이라는 사고에는 삶에 대한 허무주의적 인식이 깔려 있다. 

인생이 연극과 유사하다면, 이는 달리 말해 연극이 인간의 삶의 모습을 모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詩學)>에서 극작가와 배우들이야말로 행동하는 인간을 모방하는 사람들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방하는 수단과 대상, 양식에 따라 비극이 되거나 희극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연극이란 한낱 인생의 축도(縮圖)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연극을 통해 오히려 연극과 같은 인생의 허무를 극복해 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문예의 힘이 여기에 있다.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극과 문학의 이런 심미적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한 고전을 남겼다. <시학>은 인류 최초의 체계적인 문예비평서다. 그는 인간의 삶을 모방하는 연극과 시의 작법(作法)을 정립하고자 했다.

특히 당시에 인기리에 진행되던 디오니소스 제전의 비극 경연과 관련하여 작시술(作詩術)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학>은 ‘드라마학’이라고 할 만큼 비극의 작법에 중점을 두어 기술되었다. 당시 그리스 문학에서 비극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상황을 반영한 듯하다. 

“서사시는 장중한 운율로 고상한 대상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비극과 일치하지만, 한 가지 운율만을 사용하며 서술체라는 점에서는 비극과 상이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를 비극에 비해 열등한 예술로 본다.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는 비극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극의 본질은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감정의 카타르시스(katharsis)를 느끼게 해준다는 데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법으로 플롯(plot)을 중시한다. “플롯은 스토리 내에서 행해진 것, 즉 사건의 결합을 의미한다.” 현대극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인간 자체의 모방보다, 인간의 행동과 생활 속에서의 행복과 불행을 모방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므로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사건과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관계가 잘 설정될 때 더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 이러한 사건은 불의에, 그리고 상호간의 인과관계 속에서 일어날 때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이는 플롯의 연속성, 통일성과도 연관된다. 요즘 드라마에서 플롯을 억지로 연장하여 사건의 전후 관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거나, 현실 사회에서 발생하기 희박한 사건들이 우연의 연속으로 엮인 ‘막장 드라마’를 보면, 이런 기본적인 드라마 작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현대의 극작가에게도 변함없이 중요한 교범(敎範)이다. 그는 수많은 고대 그리스 서사시, 비극 작품과 실연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작시의 중요한 요소를 귀납적으로 발굴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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