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홍수 피해 어찌하오리까?
북한의 홍수 피해 어찌하오리까?
  • 미래한국
  • 승인 2015.09.2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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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평양별곡]

북한 당국과 위정자들은 홍수 피해, 자연 재해를 국제 지원을 통해 한몫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북한에 또 다시 재난이 닥쳤다. 8월 26일 동해상을 거쳐 북상한 15호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인해 북한 동해안 지역에 강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북한이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한 나진 선봉 지역(나선시)의 피해가 극심했다.

북한 중앙통신 보도(8월 26일)에 의하면 8월 22일 오전 4시부터 23일 오후 10시까지 2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고, 22일 오후 4~7시 사이에만 155㎜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북한 중앙통신 발표에 따르면 15호 태풍 고니로 인한 함경북도 나선시의 홍수 피해 상황은 주민 40여 명 사망, 가옥 1000여 채가 파괴되고 5240여 세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폭우로 교량이 무너지면서 나선국제상품전시회에 참가했던 외국인 500여 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현지에 고립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관과 기업소, 학교, 탁아소, 유치원, 병원, 진료소 등 99동의 공공건물과 철교를 포함한 철길 51개가 파괴되고 125정보(1정보 약 9900여㎡)의 농경지가 완전 침수된 것으로 보도되었다. 

재빨리 국제기구에 지원 요청 

북한은 나선시의 홍수 피해를 적극 공개하고 국제사회에 인도적 차원에서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자 국제적십자사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 독일과 영국의 민간단체들이 북한 홍수 피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1차로 구호용 긴급 식품과 가족용 텐트 등 구호물품을 지원한 데 이어 나선시 1300여 가구에 대한 재난구호 긴급기금 지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 북한 조선적십자회 등에 기술적 지원을 하고, 추가로 밝혀질 홍수 피해에 대비하여 구호물품을 나선 인근과 평양의 창고에 마련해 뒀다고 한다.

국제적십자사는 함경북도 지부의 요청에 따라 조선적십자회와 협의를 거쳐 함경남도와 평양으로부터 방수천, 가족용 텐트, 조리기구, 위생용품과 수질정화제 등을 피해 지역으로 보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9월 중 북한에 있는 유엔 구호기구들과 협력해 ‘지역개발 참여’를 통한 식량 지원 방식으로 피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세계식량계획의 지난달 대북 식량지원이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세계식량계획 아시아 지역 사무소의 다미안 킨 대변인을 인용해 이 기구가 “지난달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수유모 73만3000여 명에게 3785t의 영양 강화식품과 콩, 식용유 등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식량계획은 자금 부족으로 북한 87개 시·군에서 식량 지원을 하던 것을 69개 시·군으로 줄였으며, 북한에서 운영하던 7개 영양과자 공장 가운데 5곳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밖에도 북한 주재 독일대사관과 영국대사관을 통해 독일의 민간구호단체인 카프 아나무르와 영국 비정부기구(NGO)인 셸터박스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들 단체들에서도 홍수 피해에 필요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 지난 8월 제 15호 태풍 고니로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나선시의 모습. 국제사회는 홍수 때마다 북한을 지원하지만 북한 당국이 지원 물품과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는 지는 알 수가 없다.

유럽연합(EU)과 유니세프 등은 최근 북한 홍수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15만 유로(약 2억 원)를 지원했다고 하면서 “이번 지원은 국제적십자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수재민들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용품을 제공하고 임시 거처 등을 마련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이번에 6만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의 홍수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수십 년을 지속해서 내려오는 연례행사 같은 것으로 고착되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에는 홍수가 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 속담에 ‘가물(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국제사회가 아무리 도와줘도 북한의 홍수 피해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피해의 폭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이 처음으로 홍수 피해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원을 받은 것은 1995년이다. 당시 유럽연합(EU)은 홍수 피해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50만 ECU(약 63만 달러, ECU는 1999년 유로로 대체됨) 상당을 국제적십자사와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를 통해 피해 주민들에게 쌀과 석유, 의약품과 의료 지원을 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3년간 북한에 체류하면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과 의료 지원을 진행해 왔지만 현재까지도 북한의 식량난이나 홍수 피해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애국미 국가에 바쳐라” 강요 

1995년 평안북도 신의주와 희천 지역이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었고. 이것이 식량난과 겹치면서 수많은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하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때 국경없는 의사회는 북한의 희천 지역과 신의주 지역에 상주하며 북한 주민들을 치료하고 구호물품을 지급했다.

그 당시 그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식량 배급을 줄 때 국경없는 의사회가 모니터링을 위해 배급소에 나가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나온 요원들이 곳곳에 파견되어 주민들을 철저하게 감시했다. 

식량을 배급받고 돌아간 후에는 저녁에 국경없는 의사회 담당자들이 보지 않는 인민반 회의를 통해 식량을 다시 반환하도록 했다. 각 인민반에는 당 일꾼들이 나와 강연회를 하면서 “조국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어려운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 장군님의 배려로 식량을 배급받게 된 것이니 각 가정마다 식구 수에 따라 애국미를 국가에 바치라”고 강요했다. 

처음에는 다시 반환하는 식량의 명칭을 애국미라고 불렀지만 북한에서 선군정치가 강화되면서부터는 군량미로 명칭이 바뀌어 또 다른 형태의 국가적인 수탈 도구가 되었다. 북한은 당시 주민들이 식량배급을 받으러 와서 줄을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가 망신을 시킨다고 하면서 몰래 잡아다가 심하게 처벌하기도 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의료기구들을 직접 가지고 와서 사용했다. 외국 의사들이 1회용 주사기를 재활용하지 못하게 통제하자 1회용 주사기를 버린 쓰레기통을 따로 보관했다가 국경없는 의사회 요원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재활용해 쓰도록 장려했다. 

그때 북한의 의사들은 외국의 의료기기 발전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부러워했고, 북한 주민들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통해 해외 문물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3년간 북한에 체류하면서 북한을 도왔지만 현재도 북한은 홍수 피해와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와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내고 있고,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영양실조와 식수, 의약품, 생필품 부족 속에서 가난을 넘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북한 당국과 위정자들은 홍수 피해와 자연 재해야말로 국제 지원을 통해 한몫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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