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체 뭐가 잘못됐던 거지?
메르스 대체 뭐가 잘못됐던 거지?
  • 미래한국
  • 승인 2015.08.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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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의 청진기] 메르스 사태의 교훈

실력 없고 무책임한 정부, 여러 번의 방역 기회 번번이 놓쳐 

1차 방역 실패-정부의 안이한 조치 

어쩌다 단 한 명의 메르스 감염환자가 200명 가까운 확진 감염자를 양산하고, 이중 35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게 되었을까? 뒤돌아보면 고비 고비마다 메르스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들은 번번이 상실되고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상황을 처음부터 되짚어보자. 5월 17일, 어느 삼성서울병원(이하 삼성병원으로 표기) 의사가 중동을 다녀온 후 폐렴이 발병한 68세 남자환자(1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을 의심하여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두 차례나 반복해서 거절했지만 의사와 가족의 끈질긴 요구에 마지못해 검사하자 5월 20일 확진판정이 나왔다. 

환자뿐 아니라 아내도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사람의 경로를 추적해보니, 삼성병원을 방문하기 전 세 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삼성병원에 오기 직전인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평택성모병원에 2박 3일 간 입원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르스를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발견된 것이다. 

정부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환자들과 의료진 등 10명만 격리 관찰했다.  문제는 정부가 ‘밀접 접촉자’를 같은 병실 사용환자로 대상을 축소하고 ‘일상 접촉자’(환자의 분비물로 인해 오염된 환경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리지침 매뉴얼을 위반한 것이다.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로부터 직간접으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1번 환자의 부인을 제외하고도 30명이 넘는다. 즉 감염은 정부 예상을 크게 벗어나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뿐 아니라, 같은 병동의 환자 및 보호자와 방문객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정부의 안이한 조치가 낳은 결과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2차 방역실패와 확산  - 정부의 무책임이 불러온 비극 

5월 26일부터 평택성모병원에서 본격적으로 메르스 확진자들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1차 방역 실패 사실이 드러났다. 5월 21일에는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환자(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5월 26일에는 3번 환자의 보호자, 28일에는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와 병동근무 간호사, 29일에는 같은 병동을 사용한 환자와 보호자 4명뿐 아니라 다른 병동의 환자 1명까지 총 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날 평택성모병원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휴원 조치를 내렸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5월 3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병원 응급실로 옮겨갔던 환자(14번 환자)에게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정부 관료들이 평택성모병원을 다시 방문해서 뒤늦게 격리 대상을 50명으로 확대했다. 평택성모병원은 하루 전 외래 진료환자들이 추가 감염될 것을 염려하여 이미 휴원 조치를 내렸지만 병동에서 감염자가 속출하자 병원장은 정부에 코호트 격리(감염 위험에 노출된 대상자를 통째로 격리 조치하는 것)를 제안했다. 

이 대목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이를 거절하고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메르스 때문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병원 보수공사를 해야 하니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해야 했다. 

일부 환자들은 “왜 강제 퇴원을 시키느냐”면서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의 이 조치는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무방비로 전국 병원으로 퍼져나가게 만들었고, 여러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더 큰 2차 방역 실패는 삼성병원에서 일어났다. ‘14번 환자’, 이 이름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일 것이다. ‘슈퍼 전파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그는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로, 5월 27일 삼성병원을 방문하여 응급실에서 2박 3일 동안 머무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80명이 넘는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파시킨 사람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이유는 정부가 삼성병원 측에 14번 환자가 잠재적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병원은 14번 환자가 2박 3일 동안 넓은 응급실 공간에서 많은 사람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동안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정부가 삼성병원 측에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은 5월 29일, 확진 판정이 내려진 것은 다음날인 30일이었다. 

삼성병원 측은 뒤늦게 환자를 격리 이송했지만, 이미 많은 환자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겨간 후였다. 문제는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들에 대해서도 평택성모병원과 똑같이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메르스가 또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정부가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 있게 리더십을 행사하지 않아 여러 차례 방역 기회를 놓쳐 확산됐다. 사진은 마지막 메르스 집중관리병원인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모습.

민간의료기관에게 자신의 역할을 떠넘긴 정부  - 정부와 삼성의 관계도 한몫 

메르스 사태에서 밝혀지지 않은 가장 큰 수수께끼는 삼성병원이 14번 환자가 잠재적 감염자라는 사실을 정부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5월 29일부터, 또는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이 내려진 5월 30일부터 삼성병원 의료진들에게 격리조치가 내려진 6월 4일 사이에 삼성병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이다. 그리고 5월 30일부터 민관 합동 대응팀이 꾸려진 6월 12일 사이에 정부는 삼성병원 측에 어떤 조치를 내렸는가 이다.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14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이 5월 30일 확인되었다면, 정부와 삼성병원은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진행했어야 했고, 잠재적 감염자를 가려내 즉시 격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와 삼성병원이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의 옆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를 진료한 의사(35번 환자)가 6월 2일 확진 판정을 받고 메르스 치료 지정병원인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는 사실이 6월 3일 정부 발표에서 누락되었다가 일부 인터넷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하루 늦은 6월 4일에서야 정부 발표에 포함시킨 일도 있었다. 

35번 의사는 증세가 생겨 자신이 자발적으로 병원에 연락하기까지 병원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 중 6월 4일 이전에 격리 조치를 통보 받았다는 의료진들은 없었다. 

언론 보도와 복수의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14번 환자에게 확진 판정이 내려진 5월 30일 정부의 역학조사관이 삼성병원을 방문하여 자료를 요구했으나 삼성병원 측이 이를 거절했고 “정부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것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았던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삼성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여서 병원 내에서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해서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즉 믿을 만해서 맡겼는데 결과가 나빴다는 뜻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6월 7일, 삼성병원이 격리 대상 숫자를 발표했지만 이 숫자는 줄곧 정부의 발표 숫자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삼성병원이 마치 치외법권 지역처럼 정부의 통제 범위 밖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6월 12일에야 민관합동대응팀을 만들어 삼성병원의 감염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을 시작했다. 

이것은 정부의 실수가 아니라 정부 잘못이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격리 대상을 최대범위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타율에 맡겨져야 하며, 강제성을 띠어야 하기 때문에 실행기관은 국가기관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 사실을 간과했다. 정부의 역할인 방역 업무를 민간의료기관에게 자체적으로 맡겼다가 실패한 것이다. 

정책 실패, 의료윤리의 실패 - 삼성의 기업문화, 윤리를 져버리다 

14번 환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2박 3일 동안 수 십 명의 환자들을 감염시킨 것은 절대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따라서 삼성병원도 피해자이고 억울하다. 삼성병원의 감염내과 과장이 국회에 출석하여 “삼성이 뚫린 것이 아니라 정부가 뚫렸다”고 항변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삼성병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료윤리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삼성병원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삼성병원은 국내 최초로 1번 환자를 진단해 낸 공을 세웠다. 더욱이 1번 환자 확진 후 자체적으로 방역조치를 취해 삼성병원에서는 1번 환자로부터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자부심도 컸다(실은 이것도 문제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평택성모병원이 메르스 감염 근원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 14번 환자의 감염 위험성을 알 수 없었고, 정부가 평택성모병원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추적을 게을리 해서 14번 환자의 정체도 알려주지 않았다. 삼성병원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비밀주의였다. 

그런데 삼성병원이 정부의 비밀주의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면, 삼성병원은 자기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감으로써 후속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 이것은 의료기관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의료윤리다. 그러나 삼성병원은 정부와 함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정부와 삼성병원이 메르스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동안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삼성병원이 의료윤리를 저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삼성병원이 삼성이라는 기업 문화가 지배하는 대학병원이 아니었어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기업윤리와 의료윤리는 다르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총체적인 리더십 실종 - 시스템 문제 극복할 리더십 안보여 

메르스 사태를 통해 허술한 보건의료체계와 방역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인 매뉴얼, 정부의 안이한 대응, 뒤늦은 정보공개, 갈팡질팡하는 정부 발표와 신뢰 저하, 공포의 확대와 이로 인한 사회 경제 전반의 위축 등 국가 위기 사태를 초래한 문제점들의 원인은 전문성 없는 보건보지부와 취약한 질병관리본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시스템의 문제들은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리더십이다. 시스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리더십뿐이다. 

우리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경험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데 2003년 당시의 방역시스템이 2015년의 방역시스템보다 더 훌륭했는가? 아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더 형편없었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당시에는 정부 차원의 깊은 관심과 행정책임자의 리더십이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사스가 유입되기 전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환자 발생 즉시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여 ‘강제조치의 필수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는 어땠는가. 국무총리가 부재 상태였고, 정부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었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다 보니 결정(decision)이 없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 공개가 조기에 필요했지만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휴교령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지만, “휴교령은 불필요하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없었다. 

결국 휴교령 여부는 학교장 자율로 결정하라고 떠넘겨졌고, 전문지식이 없는 학교장은 학부모의 요구가 있을 경우 휴교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1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휴교령이 내려졌고, 이런 대규모 휴교령은 공포의 확산을 낳았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내려야 하는 결정은 “개미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리더가 결정을 회피하면 대중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신종 전염병이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보를 감추고 독점할 때 국민이 갖는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정부의 예측이 연신 빗나가면서 불신이 더해지면 공포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닫는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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