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나라 일본
대한민국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나라 일본
  • 미래한국
  • 승인 2015.07.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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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략이야기] 한일 수교 50주년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6·25 당시 일본이라는 병참 기지 없었다면  미국은 한국전 수행할 수 없었을 것

한국과 같이 험악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라는 이웃 나라들 중 어느 나라가 우리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어느 나라가 그렇지 않은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은 북한이야말로-비록 우리가 독립된 나라로 인정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우리 국가안보에 최대의 위협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대체로” 라는 말을 쓴 이유는 우리 국민들 중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북한보다는 미국, 일본이 더 위험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약 10년 전 좌파 정부 당시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젊은이들 중 미국을 ‘주적(主敵)’ 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보관은 ‘혼란’을 넘어 거의 ‘난국(亂局)’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그 결과 올바른 안보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던 시절, 우리니라 국방부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칭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빼 버린 적도 있었다. 당시 국방 장관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무슨 공이나 세운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일본에 관한 글에서 이처럼 서론이 길어지게 된 이유는 ‘피아구분(彼我區分)’이 불확실할 경우 올바른 국가안보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자. 주적이 없는 나라는 아무하고도 싸우지 않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일까? 혹은 모든 나라와 싸울 준비를 하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일까? 

주적이 없다면 그 나라는 어떤 종류의 군사력을 건설해야 하며, 자국(自國) 군인들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유형의 전쟁에 대비해서 훈련 시켜야 하는 것일까? 주적을 상정한 나라는 주적의 위협에 대처한 군사력을 건설하고, 주적이 일으킬 전쟁에 대비하면 된다.

‘특정한 敵’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전략적 난센스 

반면 주적이 없는 나라는 모든 전쟁에 다 대비해야 하든지, 아무 전쟁에도 대비하지 않든지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래서 전략이론가들은 ‘특정한 적(specified enemy)’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전략적 난센스(strategic nonsense)’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세상 어떤 나라도, 그 나라가 아무리 막강한 국가라 할지라도, 하나 혹은 2~3국의 소수의 적(敵)을 ‘특정한 적’으로 상정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20세기 초반 강대국 반열에 오른 미국은 일본을 ‘특정한 적’으로 상정하고 그 이후 수 십 년 동안 전쟁 준비를 했다.  

▲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후미오 일본 외무상. 한일 양국은 1965년 수교 이후 숱한 갈등을 겪어왔지만 최근 들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과연 양국이 정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전쟁을 벌인 미국 해군은 연습해보지 않는 전쟁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해군대학(Naval War College)의 전쟁 게임은 유명하다. 미국 해군대학이 예상치 못했던 단 하나의 경우는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특공대’ 뿐이었다고 할 정도다. 

2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초강대국이 되었던 당시 미국의 주적은 소련이었고, 21세기 초반 유일 초강국이 된 후 미국은 이란, 이라크,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했다. 테러리즘의 도전이 한풀 꺾인 것으로 판단하는 미국은 지금 중국을 ‘특정한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주적’이라는 개념보다는 ‘특정한 적’이라는 말이 전략적 개념으로 보다 유용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올바른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정한 적’이라는 개념을 올바로 설정하고 있기는 한 것인가? 북한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우리나라는 지금 ‘특정한 적’에 대해 대단히 혼돈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 아닌가? 

이웃 나라와 다 잘 지내는 것은 국제정치의 꿈이다. 그러나 이웃 나라 모두를 잠재 적국으로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틈새에 끼어 있는 나라로, 지난 1000년 동안 수백 번 이상의 전쟁을 벌인 나라다.

전쟁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전투를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1000년간 무려 1000번 가까운 외세의 침략 공격을 받았다. 이중 거의 대부분은 중국 혹은 오늘의 중국이 자리하고 있는 나라로부터의 공격이었고, 나머지 소수의 공격은 일본으로부터 행해진 것이었다. 

지정학적으로 붙어 있는 나라, 가까이 있는 나라는 진정한 우방국이 되기는 힘들다. 특히 육지로 붙어 있는 나라는 위험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 1000년 동안 우리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온 후 우리 선조들은 아예 중국에게 무릎을 꿇어버림으로써 주권을 상당 부분 잃는 대신 생존을 보장 받는 비정상적 국제관계를 선택했다. 서구 학자들은 조선시대의 한중(韓中) 관계를 정상적인 국제관계로 치지 않는다. 주권 국가들끼리의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우리의 독립과 주권을 사실상 박탈했던 나라였으며, 한반도 통일의 기회를 무력으로 막았던 나라이며, 지금도 북한의 연명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나라다. 

국제정치학은 어느 나라든 안보정책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나라는 미운 나라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힘 센 나라임을 알려준다. 미국은 힘이 제일 막강하지만 멀리 있기에 우리나라가 안보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원천적으로 없는 나라다. 결국 가까운 중국과 일본이 우리가 우려해야 할 나라인데, 국제정치학의 대이론인 세력균형 이론(Balance of Power Theory) 은 이런 경우 명쾌한 답을 준다. 이웃 나라 중 가장 힘이 센 나라를 안보정책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중 힘이 더 센 나라가 우리가 상정해야 할 안보정책의 대상국이며, 힘이 약한 나라는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힘이 더 센 나라에 함께 대처해야 할 나라다. 최근 발전된 국제정치학 이론인 ‘민주주의 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은 이웃의 힘센 나라 중 ‘독재국가’가 있다면 그 나라는 필히 안보정책의 대상국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민주주의 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 

일본과 중국 중 누가 힘이 더 센가? 어느 나라가 독재국가인가? 힘이 센 나라가 민주국가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바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중국이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전략이론가 브레진스키 교수는 미국의 힘이 몰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막강한 중국의 힘 앞에서 한국이 택할 가장 바람직한 안보정책은 ‘일본과 연계하는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금 세상은 달라졌고 중국과 한국은 잘 지내야 할 이유가 많지만, 전략이란 그 나라의 의도가 아니라 그 나라의 힘을 보고 작성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언제든지 매우 빠른 속도로 나쁜 관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의도 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다. 

더 쉬운 기준을 제시하겠다. 국가안보 정책이란 힘이 강한 나라로부터 오는 ‘무서움 혹은 두려움(Fear)’을 줄이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중국일까, 일본일까 혹은 미국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소 행태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막가파 식으로 대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대단히 몸을 사린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막말을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눈치를 본다. 중국이 무서운 나라임을 한국 국민들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국가안보 정책은 그 무서운 나라가 발산하는 두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무서운 나라의 눈치를 보거나 아양을 떠는 방법은 현대적인 주권독립국가가 할 일은 아니다. 두려움에 당당하게 맞서기 위해 힘을 기르고, 힘이 부족할 경우 동맹국을 활용하는 것 등이 당당한 주권독립국가의 행동이다. 우리나라는 이상의 국제정치학의 원론에 의거할 경우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한때 한국을 침략하고 지배했던 군국주의 침략국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다. 그래서 미국은 피 터지게 싸운 적국이었던 일본, 독일과 잘 지냄으로써 동맹국이었던 소련을 격파했고, 지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이었고, 함께 힘을 합쳐 소련을 몰락시키는 동반자였던 중국을 미국에 대한 제1의 도전자로 보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국제정치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현재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 사람들보고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국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별 효과가 없다. 지금 일본은 우리 인식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평화애호국가임을 공인 받고 있다.

최근 미국인들의 여론 조사는 한국을 신뢰하는 정도가 50%에 미달하는 반면 70% 정도는 일본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국가별 이미지에서 일본은 항상 세계 최고위에 속하고 있다. 세계는 일본 사람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대단히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일본은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나라다. 한국인들은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일본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이라는 막강한 기지의 존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자위대를 이 세상 모든 나라들이 다 가지고 있는, 상비군으로 바꾼 일본은 동북아 안보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강해지는 것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베의 일본을 군국주의 국가로 보는지 모르지만 세계는 지난 20년 이상 연평균 16%의 국방비를 증액시킨 중국을 위험한 나라로 보고 있지, 지난 10년 정도 국방비가 오히려 줄어들다가 작년, 재작년 겨우 0.8%, 2.8% 국방비가 증강된 일본은 문제 거리로 보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일본은 현재와 미래의 일본이다. 그리고 미래의 일본이 1945년 이전과 같은 군국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직간접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6·25 당시 일본이라는 병참 기지가 없었다면 미국은 한국을 구출하는 전쟁을 아예 벌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한국 전쟁 당시 일본 기지에서 출격한 미국 전투기들은 북한을 폭격하고 일본의 기지로 되돌아 갈 때 독도를 이정표로 삼았다. 때로는 남은 폭탄을 독도에 투하한 적도 있었다.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지만, 일본 군사력이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 해역에서 소해전(掃海戰·수뢰제거 작전)을 담당했다는 설도 있다. 

북한이 남침 전쟁을 자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라는 막강한 기지의 존재다. 일본의 군사력이 미군과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하는 최근의 미일(美日) 양국 간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격할 경우 미군 뿐 아니라 일본과도 싸워야 할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을 일으키기가 더 힘들게 되는 것이며, 우리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과거의 처절했던 역사적 경험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경험은 물론, 나라답지 못하게 꿇고 살았던 조선사 500년의 교훈도 잊을 수 없다.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두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다만 영원한 국가 이익이 있을 뿐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국가 안보를 다루는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정말 세상을 냉철하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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