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의 최대 원유 수출국은 한국
쿠웨이트의 최대 원유 수출국은 한국
  • 김범수 편집위원
  • 승인 2015.04.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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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 44] 자심 알비데위 주한 쿠웨이트 대사

쿠웨이트의 한 석유회사가 보유한 대형 유조선 32척 중 29척이 한국 조선소 작품

1990년 이라크의 침공으로 건국 30년만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했던 나라. 쿠웨이트는 당시 자국을 도왔던 연합국의 일원인 한국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현재 양국의 무역규모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며 한국은 쿠웨이트의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4대 제품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전통적 이슬람사회이면서도 동시에 서구화와 자유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아랍의 민주주의 모델 쿠웨이트. 

4월초 지심 알비데위(Jasem Albudaiwi) 주한 쿠웨이트 대사를 만나 양국 관계와 쿠웨이트의 문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쿠웨이트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입니다. 

지난 3월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방문해 알 사바 국왕(國王)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양국회담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한국과 쿠웨이트, 이 두 젊은 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독립했고 경제성장도 함께 이뤄나갔습니다. 양국 관계는 1960년대에 첫 원유 수송선이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면서 시작됐고, 현재는 매일 40만 배럴의 원유를 한국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 자심 알비데위 주한 쿠웨이트 대사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입니다. 한국은 쿠웨이트에 정유 시설과 빌딩 및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해 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알 사바 국왕은 이러한 양국관계의 두 가지 기초위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보험과 교육체계, 중소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고, 쿠웨이트는 건강과 교육 그리고 중소기업 관련 분야에서 많은 수요가 있습니다. 

쿠웨이트의 안전한 원유공급과 한국기업의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가 확보된 가운데 양국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이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양국 정상(頂上)은 몇 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그 중 하나가 쿠웨이트 환자들과 의사들이 치료와 훈련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고, 또 한국 내과의(內科醫)를 쿠웨이트에 파견하여 지식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한국이 쿠웨이트의 최대 원유 수출 대상국이자 4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고 놀랐습니다. 

한국은 쿠웨이트가 배울 점이 대단히 많은 나라입니다. 천연자원도 거의 없는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한 것은 엄청난 일 아닙니까. 

인적(人的)자원이 천연자원 이상의 역할을 한 거지요. 한국의 초기 경제 상황은 빈곤과 가난 등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의 많은 국가들에게 모범이 되는 위대한 일을 이뤄냈습니다. 

쿠웨이트는 경제의 95%를 원유 자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다원화를 위한 계획들을 수립 추진하는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 임무 중의 하나는 한국이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쿠웨이트에 전수하는 것입니다. 

- 현재 양국의 교역 규모가 2000억 달러 이상인데, 2000년 이후 7배나 증가했습니다. 급격한 증가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산 제품은 쿠웨이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의 원유 수입량도 계속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에서 한국산 가전제품과 휴대폰 등의 인기가 큰 몫을 한 것입니다. 현대나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상품이 없어서 판매를 못 할 정도입니다. 쿠웨이트의 한 석유회사는 32척의 대형 유조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29척이 한국에서 생산된 배입니다. 한국의 브랜드는 쿠웨이트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 인기 폭발 

- 원유 자원 관련 산업이 국가경제의 95%를 차지하고 있다면 장기적인 대비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원 고갈시대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원유판매를 통해 얻은 재화의 10%를 쿠웨이트 국왕 기금으로 축적합니다. 이 기금은 쿠웨이트 시민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부동산, 주식 등의 투자자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은 또 다시 기금의 일부로 적립됩니다.

-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소위 OPEC 국가 대 미국 셰일가스의 대결 구도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셰일 가스는 생산단가가 높습니다. 경제적으로 효용성이 있는 단계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한국과 같은 충실한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합리적인 가격에 원유를 제공하고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시장의 형성을 통해 윈-윈(win win) 전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 지난 4월 2일 미국과 이란의 핵문제 타결로 인해 그동안 묶여 있던 이란(産) 원유가 국제시장에 대량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선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환영합니다. 아라비아-걸프 지역의 분쟁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적 해결책이 수용되기를 원했습니다. 

이란의 원유 문제와 관련해서는, 석유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집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은 세계 수요의 30%를 생산하는데, 비(非)OPEC 국가들은 국제기구와 OPEC의 규정을 따르지 않습니다. 

▲ 그는 한국의 노하우와 지식을 쿠웨이트에 전수하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쿠웨이트가 사담 후세인의 침공을 당했을 때 병력과 의료진을 지원한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OPEC 국가들의 경우는 각 국가가 판매하는 원유 가격과 이익을 알 수 있지만 비회원국의 판매 규모와 이익, 시추량 등 어떤 정보도 알 수 없기에 모든 것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 하에서 돌아가는 체제입니다. 

어떤 변수가 개입하더라도 가격은 늘 경제 이론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걱정할 부분이 없습니다. 


쿠웨이트는 ‘걸프의 할리우드’ 

- 쿠웨이트가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개방적인 사고와 발언의 자유일 것입니다. 헌법으로 100% 보장되는 자유는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쿠웨이트 국민들은 여행을 좋아해서 여름 기간에는 많은 쿠웨이트인들이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일반 국민에게 물어보면 약 25개 국가 이상을 방문해 봤다고 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해외로 유학을 많이 가는 바람에 국민들 대다수가 영어를 할 수 있습니다. 

예술 분야도 국제적으로 유명한데, ‘걸프의 할리우드’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도 좋아하는데 1980년대 라이벌 관계를 이뤘던 한국과는 이제는 비교가 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습니다(웃음). 

또 쿠웨이트는 범죄율이 대단히 낮고 가족 중심적이며 조금은 보수적인 국가입니다. 자유와 민주 의식이 강하고 매우 경쟁적인 정부와 국회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경의 양끝으로 이동하는 데 차량으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땅 안에 3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 이슬람 전통의 기성세대와 서구화 된 젊은 계층과의 갈등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 부딪히는 문제는 어쩌면 모든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일 겁니다. 젊은 세대가 서구화되고 있지만 이슬람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헌법도 샤리아에 기반을 두고 있고, 가족적인 문제들도 이슬람적인 법으로 해결합니다. 종교적인 자유가 보장되지만 여전히 이슬람 국가입니다. 

동시에 교회와 모스크가 공존합니다.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쳐 약 10개의 교회가 있습니다. 다른 종교들을 존중하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신(神)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반대합니다. 

-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통계를 보니 공립학교의 경우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통틀어 여성 졸업생의 비율이 더 높던데요. 

쿠웨이트 여성들은 매우 강인합니다. 남성 의사보다 여성 의사가 많으며 교사도 여성이 많습니다.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선택 사항인데, 10명 중에 6명 정도가 히잡을 착용합니다. 물론 젊은 여성 세대들은 거의 착용하지 않죠. 

- 이라크 침공으로 국가가 사라질 뻔한 위기에 있었는데,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신이 왜 우리 같은 평화로운 국가에 이런 일을 허락하고, 사담이 왜 쿠웨이트를 공격하는가 하는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큰 위기였지만 주변의 형제 국가들을 믿었습니다. 우리는 1961년 독립했을 때 쿠웨이트-아랍 경제사회 발전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이 기금은 아랍 국가들을 돕기 위한 기금이었습니다. 

▲ 인터뷰 중인 자심 알비데위 쿠웨이트 대사(左)와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쿠웨이트는 석유 매장량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 아랍국들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규모가 매우 커졌습니다. 그래서 쿠웨이트는 전 세계에 도움이 필요한 곳들에 손길을 뻗고 있으며, 현재 110개 국가가 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1990년 이라크 침공 이후 우리 국왕이 유엔에서 연설했을 때 쿠웨이트-아랍 펀드의 도움을 받았던 많은 국가들이 ‘이제는 우리가 돕겠다’며 참전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한국의 도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 병력과 의료진 지원 등을 적극 지원한 36개 국가들 중 하나였던 한국과 그 외에도 지원을 준 150개 국가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위기 때 도와준 한국에 감사 

- 걸프협력회의(GCC)의 주요 회원국인데, GCC 활동에 대한 설명을 바랍니다.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으로 이뤄진 기관입니다. 이 나라들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에는 반도 방어(Peninsular Shield) 연합군을 형성해 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6개국이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멘 공습 당시에도 GCC 국가들이 함께 했죠. GCC는 관세 단일화, 회원국 국민들 간에 여권 면제를 했으며, 단일 통화와 단일 시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50년의 노력 끝에 자유시장을 만들어 냈는데, 우리는 아직 30년의 경험밖에 없으므로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 쿠웨이트는 북한과도 수교를 했고, 현재 4000여 명의 북한인들이 쿠웨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귀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쿠웨이트에는 걸프 지역에서 유일한 북한 대사관이 있습니다. 많은 북한인들이 쿠웨이트에 일을 하러 옵니다. 우리 정부 입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고 그들의 핵 시설을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원하듯 언젠가 평화적인 통일을 이뤘으면 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도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 한국과는 위에서 언급한 경제 분야 외에 어떤 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작년 여름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쿠웨이트 예술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한국은 요즘 쿠웨이트를 포함한 아랍 국가에서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문화는 유명하며 특히 드라마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쿠웨이트는 관광에 특화된 나라는 아닙니다. 장점이 있다면 세금이 없어 쇼핑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여름의 바닷가도 아름답습니다. 

-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하신다면. 

미국 유타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1992년 외교부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외교학을 공부했고 이후 4년간 도쿄 대사관 근무, 다음 4년은 오스트리아 빈, 그 이후에는 11년간 워싱턴 DC에서 근무했습니다. 대사로서는 한국이 첫 부임지입니다. 주한 대사로서 양국 관계를 더 증진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 이 기사는 '미래한국TV'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 링크 : 
https://youtu.be/mHfW7OmjguI


정리 박종하 미래한국 인턴기자
사진·영상 황규진 미래한국 객원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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