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과 <변호인>의 겉과 속
영화 <국제시장>과 <변호인>의 겉과 속
  • 미래한국
  • 승인 2015.01.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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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의 법과 세상]
 

2014년 12월 17일 한국 영화사에 남을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됐다. 개봉 16일만에 609만 이상의 관객이 몰렸고 특히 2015년 1월 1일에는 75만 명의 관객이 관람해 새 기록을 세워 또 하나의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탄생하리라 예상된다.

영화 내용은 6.25 전쟁 중 흥남철수 당시 미군함 메리디스 빅토리호 등을 타고 피난온 9만여 명의 피난민 중 덕수네 가족 이야기다. 주인공 덕수는 자신이 메리디스 빅토리호를 타던 중 동생 막순이를 잃어버렸고 이로 인해 아버지가 북한에 남게 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당시 아버지가 자신에게 가장(家長) 역할을 잘 하라는 부탁을 그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삼았다. 따라서 그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미래를 모두 포기하고 독일 광부로, 베트남전 기술자로 다니며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다.

이러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덕수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 속에 나오는 대사, ‘나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가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이러한 대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영화평론가라는 허지웅은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다. 그런데 <국제시장>을 보면 대놓고 이 고생을 후손이 아니라 우리가 해서 다행이라는 식이다. 정말 토나온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고 수준 낮은 비난을 하고, 진중권은 ‘썰렁한 개그와 싸구려 신파로 재포장해 놓은 것’이라고 끼어든다. 이런 비평가들이나 논객들은 아마도 한국현대사에 대해 영화 <변호인>이 보여준 것과 같은 과장, 왜곡 또는 비난이 결여된 것이 몹시 불편한 것인가 보다.
 

실화와 픽션 사이의 진실과 오해

영화 <변호인>은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1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었는데 1981년 부산 대학가의 이념서클(이른바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부림사건의 2차 재심을 앞두고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고호석 등 학생, 회사원 등 22명이 사회주의 혁명 관련 서적 등을 탐구하는 독서 서클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위반죄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던 사건이다.

   
▲ 영화 '변호인'

2009년 1차 재심이 열려 계엄법 위반 부분은 무죄, 집시법 위반 부분은 면소 판결을 했으나 국가보안법위반 부분은 재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고호석 등 5인은 2012년 다시 재심 청구를 했고 법원은 수사기관에서 고문이나 폭행을 당한 사실은 증거가 부족하나 피고인들이 영장 없이 20일 이상 불법 구금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므로 재심청구를 인용했다.

2014년 9월 대법원은 경찰이 불법구금을 한 사실이 있어 검사 앞에서의 진술도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를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과연 검사 앞의 진술이 임의성이 없었는가? 당시 수사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는 당시 피의자들이 검사 앞에서 조사받을 때 고문당한 사실을 주장한 바도 없고 고문당한 상처도 없었으며 오히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면 자신들이 검사를 심판할 것이라고 당당히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고, 당시 부림사건 1심 판사였던 서석구 변호사는 자신이 당시 1심에서 국가보안법위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으나 자신이 오판한 것이라 후회한다고 한 바 있다.

대법원이 2009년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했는데 2014년 이를 번복할 만한 사실 변경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의도적’이거나 ‘작위적인’ 정치적인 이념이나 선동은 전혀 없고 우리 현대사에 흔히 있을 법한 앞세대 피난민 가족의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는 그 주인공의 삶이 우리 아버지 세대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영화 '국제시장'

내 자녀, 내 가족들에게는 끔찍한 가난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가족애(家族愛), 희생, 헌신이 뜨거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독일 광부, 간호사, 베트남전 기술자들 뿐이겠는가? 중동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철야하면서 공사를 했던 노무자들이나 한국 내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던 어린 소녀 공원들도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과 행복이다. 한국사회가 성장한 것은 가족간 사랑, 헌신, 노력, 그리고 이를 통해 성취한 것을 개인과 가족이 보유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도, 시장경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영화 <국제시장>은 지켜야 할 가치를 보여준 정치성이 있는 영화라 할 것이다.


차기환 편집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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