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민생을 챙긴다고?
정치인이 민생을 챙긴다고?
  • 미래한국
  • 승인 2015.01.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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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석 편집위원

수 많은 학문 분야 중에 어떤 국민이 어떻게 잘 살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는 경제학 뿐이다.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어떤 국민이 잘 살게 되고, 어떤 국민이 빈곤하게 사는지 대부분 실증적으로 규명해 놓았다. 따라서 경제학은 태생적으로 민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예외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민생을 챙기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면 당연히 경제학이 수백년 동안 축적한 지식과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민생을 챙기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이 경제원리다. 경제원리에 따라 경제를 운영하면 민생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필자는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는 말이 솔직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열어 민생을 챙긴다는 것이 대체로 경제부처 장차관을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 불러다 놓고 장시간 질문하거나 호통치는 일인데 그런 자리에서 무슨 경제정책이 마련되고 개선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정치인들이 민생을 챙긴다는 것이 재래시장이나 서민층 거주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해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한다는 것인데 대개는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이냐, 전세 값은 어떻게 잡을 것이냐, 실업률은 어떻게 낮출 것이냐,

가계부채는 어떻게 할 것이냐,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등등 정부 당국자들에게 어떻게 좀 해 보라고 민원성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일 텐데 이런 문제는 정부 당국자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고, 또 국회의원들이 정부 당국자보다 더 좋은 해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법률을 제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 문제를 국회가 법률 몇 개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에 가난한 나라, 어려운 기업이 있을 리 없다.

각 정당에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구상 중인 법안들을 보면 대부분 진입제한이나 할당제, 가격 규제, 인허가제와 같은 새로운 규제의 도입을 통해 특정 지역이나 산업, 이익집단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거나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과 같이 재정 부담을 늘리는 내용들이다.

이런 정책들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효과가 있다면 조직화되고 목소리 큰 이익집단에게 혜택이 좀 더 돌아가는 것 뿐이다.

또 선거 때마다 대부분의 지역구 후보들이 공약으로 지역개발의 기수가 되겠다고 한다. 무엇으로 지역개발을 하겠다는 것인가. 모두 국민 세금을 자기 지역에 끌어다 쓰겠다는 것 아닌가.

“예산 폭탄”이라는 말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통용되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나라 경제와 민생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지역이기주의 공약부터 빨리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경제 문제는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지 못한다는 현실의 물질적 제약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절약과 선택, 기강과 효율이 기본원칙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에게 괴로운 선택과 고통스런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 경제정책이다.

그러나 표 계산과 선심 쓰기에 더 익숙한 정치인들이 스스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경험으로만 보면 정치인들이 민생을 챙긴다고 할 때 필자는 솔직히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호하는 작업은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것 못지않은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오히려 더 그르칠 수 있는 것이 경제정책이다.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경제회복과 민생보호를 바란다면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와 집단 이기주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이 경제 원리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그 동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바로 우리 정치였다. 경제는 정치인들이 챙기지 않아도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거래상대방과 각자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도록 경제적 자유와 거래기회만 보장해주면 저절로 잘 굴러가게 되어 있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자립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공연히 노선이니 이념이니 하면서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표 얻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국민들로 하여금 먹고 사는 일에 전념하도록 해 주는 것이 진정한 민생 정치다.
 

한국경제연구원 기고


김종석 편집위원‧홍익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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