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확장으로, 더 큰 길을 연다
대운하 확장으로, 더 큰 길을 연다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2.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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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 35] 루벤 아로세메나 주한 파나마 대사
▲ 루벤 아로세메나 주한 파나마 대사

공사 인력 2만8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세계 최대 난공사로 꼽혔던 파나마운하가 개통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통로로서 세계 해상무역에 획기적 영향을 끼친 파나마운하는 현재 대대적 확장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지난 11월 말 파나마 부통령 출신의
루벤 아로세메나(Ruben Arosemena) 신임 주한 파나마 대사를 만나 파나마운하의 의미와 한국-파나마 양국 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파나마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나마운하(The Panama Canal)입니다. 파나마운하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파나마는 바로 운하 때문에 독립국이 된 나라입니다. 우리는 1902년까지 콜롬비아의 일부였습니다. 미국인들은 당시 운하를 필요로 했지만 운하를 건설할 마땅할 장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니카라과 지역을 후보지로 눈여겨보기도 했으나 그곳은 대규모 운하를 건설하기에 위험성이 있는 곳이라 파나마로 오게 됐죠. 파나마가 독립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파나마의 독립을 돕고 운하건설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겁니다.

운하 공사는 1904년에 시작했고, 10여 년의 공사 끝에 마침내 1914년 8월 15일에 공식 오픈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운하 지역의 주권을 독점하면서 많은 민감한 문제들을 일으켰고, 우리는 몇 세대에 걸쳐 협약 수정을 미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1977년까지 운하지역을 다스렸고 단계적 절차를 거쳐 1999년 파나마에 운영권을 완전히 양도하게 됐습니다.

현재 파나마는 중립국으로서 어떤 국가에도 운하의 이용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있으며, 독립된 파나마운하공사(Panama Canal Authority)가 관리하기 때문에 파나마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입니다.

운하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완전한 독립체로서 공정한 방법으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파나마운하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데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9년 운하 운영권 넘겨받아 독립체로 운영

-상당히 많은 한국의 선적들이 파나마운하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파나마 양국의 외교관계와 교류 현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파나마운하를 세계에서 5~6번째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입니다. 한국과 파나마는 1962년 9월 2일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요.

그간 양국은 여러 협정들을 체결했고 지금도 새로운 협약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공통 관심사는 양국의 관계를 강화해 줄 FTA에 있습니다. 2010년부터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는데 그동안 많은 진척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 다시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파나마는 거주인구 200만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파나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나마는 아시아나 북미에서 들어오는 물품들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같은 큰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 거쳐 가야 할 중요한 길목에 있습니다. 파나마와의 FTA 체결이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파나마의 세계 2대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파나마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볼 때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파나마는 미국 또는 남미 지역의 기업들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유명한 홍콩까지 갈 필요가 없도록 해줍니다.

경제자유구역이란 세금이 면제되는 지역으로 거래하는 모든 물건들에 대한 과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중미나 북미, 혹은 아시아에 기업체를 두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물품들을 본국에 팔기 위한 거점으로 이곳을 이용합니다. 파나마가 상업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정보기술력 부문에서 많은 역량과 다양성을 가치고 있기 때문에 파나마에 진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파나마 시장에 집중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아메리카 국가들과 한국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로 파나마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지리적 요충지에 있는 나라는 외세의 간섭이 심하기도 했습니다. 파나마도 많은 분쟁을 거치지 않았나요?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파나마를 거쳐 갔지만 파나마 국민들 사이의 큰 분쟁은 없었습니다. 파나마는 매우 평화로운 나라이며 주변 국가들간의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운하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도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운하운용 조약에 의해 분쟁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으며, 한국과 파나마가 각각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 평화를 이끄는 중재자로가 됐으면 합니다.

-한국과 파나마 양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경제적 협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국의 물류센터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국과 같은 선적 시설과 항만, 운하가 있지만 물류센터 시설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물류센터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수입, 수출되는 물품들을 슈퍼마켓 등의 소비처로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자 합니다.

나아가 더 많은 한국의 투자자들을 파나마에 유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양국이 기술 분야에서 더 많은 협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이 파나마를 비롯한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에콰도르가 참여하는 APEX의 참여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것들이 향후 5년간 한국과 진행하고자 하는 계획들입니다.

-현재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변화가 있게 될까요?

파나마운하는 내년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크기가 지금보다 최대 2배로 넓어지면서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등 수송 효율이 대폭 향상될 예정입니다.

한국 조선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이 파나마를 방문해 운하를 직접 시찰한 뒤 태평양이나 대서양 어디든 원하는 부지에 설비를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

사업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지요. 시간이 곧 돈입니다. 파나마에 있는 항구들은, 상선들이 물류를 남미와 중앙아메리카 시장에 분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하에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 항목들이 잘 관리되도록 유지 보수하고 있습니다. 항구와 터미널 등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내년에 운하 확장 완료, 파나마에 투자하세요”

-양국간 경제적 협력과 교류 외에 문화적 분야에서는 어떤 교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파나마에서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한국 정부가 파나마에서 좀 더 많은 홍보 활동을 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나마의 일반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 중국은 매년 중국의 신년 축제에 여러 국가 사람들을 초청해 그들의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파나마 정부도 한국에서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나마 원주민들이 만든 ‘몰라’라는 작품이 현재 경기도 고양시의 중남미 문화원에 전시 중입니다.

파나마는 또한 매우 우수한 품질의 커피 산지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파나마는 식재료도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이 많이 소비하고 있는 쌀 같은 식품을 팔 수 있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배울 중요한 점이 교육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나마의 사설 교육시설은 잘 운영되고 있지만 공교육은 뒤처져 있습니다.

-파나마 문화와 문화적 특징은 무엇입니까?

파나마의 문화는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다양합니다. 일례로 우리의 음악은 살사(Salsa)와 머링거(merengue)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파티를 즐기며 행복한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만큼 날씨도 다양합니다. 열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지만 몇 시간 떨어진 산지로 들어가면 시원한 날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태평양과 대서양의 기후를 둘 다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파나마인들은 역사, 문화적으로 남아메리카에 속해 있습니다만 정치적으로는 중앙아메리카에 속해 있습니다.

-파나마는 세계경제가 어려웠을 때에도 꾸준한 경제성장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우리는 지난 10년간 평균 7퍼센트의 성장을 이뤘습니다. 금융 위기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과 취업 문제 부분에서 잘 대처했습니다.

세계의 금융 위기는 은행이 누구에게나 쉽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는데 파나마의 은행 시스템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집이나 차를 보증으로 잡지 않고는 한 푼도 대출해 주지 않습니다.

파나마는 이런 방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운하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500만달러가 경제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에 부임하신 지 한 달이 채 안 되셨지요?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고, 국회에서 20년간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부통령을 역임하기도 했죠. 우리는 직업 외교관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외교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전문적으로 다뤄온 분야는 해양법에 관련된 일이었고, 해운항만청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 김범수 편집인과 루벤 아로세메나 파나마 대사


20년간 의정 활동, 부통령 역임

-아직 첫인상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어땠습니까?

한국인들이 옷을 잘 입고 멋을 잘 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경도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한 인상을 줬습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서울에서 보면 큰 도시 국가라는 느낌입니다.

훌륭한 환경을 갖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개방적이고 음식도 마음에 듭니다.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는 부산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 때문에 파나마와도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다양한 명소들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명함에 있는 대사님 이름(Ruben Eloy Arosemena Valdes)이 긴데요, 중간에 있는 이름 두 개가 미들네임 인가요?

파나마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 두 개를 같이 기재합니다. 저의 경우 앞에 있는 아로세메나가 아버지의 성이고 뒤에 있는 발데스가 어머니의 성인데, 아버지 성이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죠. 보통 루벤 아로세메나라고 불립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명함에는 맨 뒤 이름을 빼야겠네요.(웃음)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박종하 인턴기자 saintjoepark@gmail.com
사진/백승휴 객원기자 phototherapy@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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