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책’은 우리의 ‘스마트폰’보다 아름답다
그들의 ‘책’은 우리의 ‘스마트폰’보다 아름답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1.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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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미나(한양대 독어독문과)
이미나
(한양대 독어독문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 한적한 오후 공원, 사람들의 손에 빠짐없이 들려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바로 책이다. 공공장소에서든 대중교통 안이든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한국 풍경과 너무도 다르다.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화려한 장식의 중세 성당이나 엄청난 규모의 역사 건축물들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책’ 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들의 열정, 즉 독서 문화였다.

나는 현재 독일 에슬링겐(Esslingen)이라는 중세 도시에 머물고 있다. 인구가 9만 명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이지만, 중앙역으로 가는 30분 정도의 거리에서 서점(Buch-handlung)을 7군데 이상 만날 수 있다.

내 고향 대구와 비교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인구 3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서점이 있는 시내로 나가야만 했던 그 곳. 그나마도 대구 시내의 책방이라곤 대형서점 3곳이 전부이다.

주말이면 독일과 가까운 프랑스를 자주 방문하는데, 파리에 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풍경 또한 ‘책 읽는 사람들’이다. 파리로 가는 기차 TGV 를 타면 ‘파리로 가는 기차가 맞군’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다.

여름휴가를 떠나서도 2권 이상의 책은 읽는다는 프랑스 통계자료도 나와 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책이 한국인들의 스마트폰과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나 또한 한국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친구를 기다릴 때 항상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이곳에서는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로 이방인이 된다.

독일에서 생활한지 3개월째, 독서가 주는 삶의 여유와 책이 선사하는 깊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이들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 어느새 나도 언제나 손에 들고 던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아두게 되었다. 나만을 위해 사색을 하고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중소형 서점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주도하에 도서가격 정찰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와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독일, 스마트폰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많은 얘기를 한다.

신속함과 편리함을 주지만 사색의 여유와 사고의 자유를 뺏어가 버린 스마트폰이 내게도 어느덧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내년 3월,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갈 때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귀, 책으로 든든해진 사고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공동기획 _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멘토링 프로그램 ‘더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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