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김재윤 (총신대 신학과)
얼마 전 서초역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가 흠칫 놀랐다. 연한 녹두 빛의 사마귀 때문이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빈다는 의미.
사마귀를 지켜보자니 지하철 계단 옆의 배수구로 거슬러 올라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사마귀는 어쩌다가 첫 계단을 걸어 내려온 후 계속 아래로 내려왔으나, 가파른 배수로를 타고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녀석의 가냘픈 다리를 보고 있자니 쉽게 타협하는 나 자신이 연상됐다. 고개를 가로젓기보다는 끄덕이기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말하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편이 더 쉬웠다. 내 의지를 드러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높은 벽을 두드리기보다 편한 길로 얌전히 돌아갔다.
가파른 배수구를 바라보는 사마귀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서초역 지하를 바라보았다. 처음 이 계단을 봤을 때처럼 깊어 보이지도, 어두워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사마귀가 거슬러 올라가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힘차게 계단을 내려갔다. 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각오를 다지며.
김재윤 (총신대 신학과)
공동기획 _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멘토링 프로그램 ‘더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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