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그후
문창극 사퇴 그후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9.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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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2014.7.9~7.22) [미래길]
   
 김범수 발행인

문창극 총리 후보 사퇴사건 이후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본지 미래한국 내부에선 편집방향을 놓고 편집회의가 수차례 중단될 정도로 격한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의 노선이 결정되는 중대한 기로였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 운영 노선과 핵심 인사라인의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 방향으로 변화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원칙과 신뢰가 트레이드마크인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후보의 청문회 이전 사퇴 종용으로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는 사실은 기본 전제가 된다.

이러한 시각은 보수진영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와 결별로 이어지고 있다. 아니, 보수진영이 먼저 박 대통령에 의해 결별을 ‘당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좀 더 현실정치론에 입각한 해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데올로그가 아닌 현실정치인이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최고 장점은 선거여왕이라 불릴 정도의 탁월한 정치력에 있으며 그는 노무현 등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어떤 세력에도 크게 빚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권 창출은 보수가 그를 옹위해 대통령으로 만든 게 아니라 박 대통령 개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박 대통령이 특정 세력, 특정 노선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에 완장을 차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는 그 스스로가 이데올로그가 되기보다 이데올로그들을 올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 긍정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보수가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면 그것으로 대통령을 탓할게 아니라 그럴수록 자성하며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 모두 치열한 비판과 자성,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민사회와 우리 개인 스스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서는 안 될 것이다. 각자 스스로의 허물과 부족함을 바라보자. 잘못된 점을 비판하며 돌아서기보다 짐이 되고 무겁더라도 함께 가자.

진정한 변화와 개혁은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보수의 특성 중 하나가 급진적 변화, 혁명이 아닌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결국 치열한 변화의 과정도 우리 삶의 일부가 아닌가.


김범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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