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으로 흥한 나라 언론으로 망할지도
언론으로 흥한 나라 언론으로 망할지도
  • 미래한국
  • 승인 2014.09.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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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현재까지 취재중 피살된 기자는 세계 전체에서 1072명이다. 피살된 지역 통계에 따르면 이라크가 16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필리핀 76명, 시리아 67명, 알제리 60명, 러시아 56명, 파키스탄 54명, 소말리아 53명, 콜롬비아 45명, 인도 32명, 멕시코 30명, 브라질 29명, 아프가니스탄 26명, 터키 21명, 스리랑카 19명, 보스니아 19명, 타지크스탄 17명, 르완다 17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16명, 시에라 레온 16명, 방글라데시 14명이다.

피살될 때의 취재 대상은 정치가 45%, 전쟁이 38%, 부패가 22%, 인권문제가 19% 순이었다. 한국에선 한 명의 기자도 피살되지 않았다. 한국인 기자도 全無. 일본 기자는 6명이 죽었다. 1072명 중 한국인 기자가 한 사람도 없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위험 지역이나 위험한 취재를 피한 것, 또는 총알을 피해다니는 비상한 재주가 있거나. 한국전과 월남전에서도 한국 기자는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한국에선 기자가 戰場에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이 된다. 군인이 戰場에 갔다고 유명해지는 셈이다.

몇년 전 시리아 內戰을 취재중이던 일본의 '저팬 프레스' 소속 여기자(山本美香)가 정부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였다. 그는 다른 일본기자 한 사람과 함께 격전중인 알레포에 잠입하였다가 참변을 당하였다. 야마모토 미카 기자는 직전에 NHK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누군가가 기록을 하면 그 분쟁은 빨리 끝나거나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분쟁지역 취재를 계속해 왔다'고 말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딸은 전쟁중인 나라의 어린이들과 여인들이 겪는 고통을 꼭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실보도에 목숨을 건 그의 숭고한 기자정신과 위험지역을 피해다니는 한국 기자들의 자세가 비교된다.

한국의 돈 많은 언론사가 기자를 常駐(상주)시켜서 보도해야 할 분쟁지역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그리고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의 內戰 현장이다. 특히 애국자의 후손인 문창극 씨를 친일파로 몬 문제 기자들을 이런 곳에 보내 외국 기자들로부터 취재의 원칙과 기자의 윤리를 배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험한 취재를 기피하는 기자들에게 선동, 조작, 편향은 제2의 天性(천성)이 되고 있다. 용감할 수 없으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지, 언론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전하는 데는 게으를 뿐 아니라 편향된 시각을 개입시켜 국민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親러叛軍(반군)에 의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사건보다 유병언 기사를 한 백 배 이상 더 길게, 더 크게 다루는 것은 正道(정도)가 아니다. 한국 언론은 감정적 反日 보도로 韓日관계나 일본에 대하여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한국 정부와 언론의 비판에 의하여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다는 식의 해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한국 언론은, 세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 중 한국과 관련된 것만 가려내 과장하는 습성이 있다. 일본으로 들어간 韓流(한류)만 이야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日流(일류)는 무시한다. 균형이 잡히지 않는 정보를 常食(상식)하면 편견을 가진 사람이 된다.

뉴스의 크기를 재는 尺度(척도)의 보편성이 약하다. 사소한 국내기사를 키우고 중요한 국제기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특히 외교, 안보엔 무관심하고, 정치, 수사, 스캔들, 폭로에 치중한다. 이러다가 보니 한국 언론을 통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언론이 교양과 이혼하였다. 시청률과 구독률의 포로가 되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질 보도를 量産(양산)한다. 좋은 책 소개란이 없고, 정신을 풍성하게 만드는 人文的(인문적)내용이 약하다. 살벌하고 메마르고 가파른 紙面(지면)과 화면이 국민들의 정서를 사막화시키고 있다.

이런 위기의 근본은 기자들이 憲法(헌법)과 文法을 輕視(경시)하거나 무시한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국가와 국민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언론의 특권을 악용하고, 한글專用(전용)으로 한국어를 반신불수의 言語로 만들었다. 많은 은퇴 언론인들이 요사이 “내가 기자를 했다는 것이 요사이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지금 약 2만6000명의 기자들이 누리는 언론자유는 선배 기자들이 권위주의 정부 및 日帝(일제)와 싸워서 쟁취한 것인데, 이를 공짜로 즐기면서 고마움도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특단의 自省(자성) 노력이 없다면 한국은 이런 언론 때문에 쇠퇴할 것이다. 이런 언론 때문에 기회가 오더라도 통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언론이 매일 쏟아내는 저질 정보가 결국은 국민들의 분별력을 파괴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선동이 체질화된 한국 언론의 정상화 없이는 정치의 정상화도, 나라의 정상화도, 국민의 정상화도 불가능하다. 2만 명이 넘는 기자들이 매일 쏟아내는 불량 정보를 상시적으로 偏食(편식)하면 국민의 정신건강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으로 흥한 나라가 언론으로 망할지 모른다. 개화기의 선각자 李承晩, 徐載弼은 언론인이었다. 그 후배들중 상당수가 흥신소나 루머 센터 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2014년 9월2일 <조갑제닷컴> 언론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chogabje.com/board/view.asp?C_IDX=57134&C_CC=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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