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만이 美국가안보의 위기?
어린이 비만이 美국가안보의 위기?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8.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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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바월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은퇴 후 ‘Mission: Readiness’라는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벨 전 사령관을 비롯 월터 부머 전 해병대 사령관, 존 하비 전 해군 제독, 리처드 홀리 전 공군 사령관 등 미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등에서 장군 혹은 제독으로 활동하던 예비역 장성 4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존 리비 예비역 육군소장이 유치원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Mission: Readoness'의 회원인 그는 양질의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한 후 교실을 찾았다.

국가안보 단체인 이곳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들을 소개하는 문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군대 지도자들’이다. 이 문구처럼 이 단체의 관심은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과 교육이다. 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비만과 취학 전 교육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다.
예비역 장성들이 왜 비만과 조기 교육 문제에 나설까?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17세에서 24세 미국 청소년 및 청년 중 71%가 미군 신병기준에 부적격하다는 미 국방부의 조사 결과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비만, 고등학교 중퇴, 전과 기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 복용 등으로 17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 및 청년 중 2/3가 군입대 지원서를 내면 불합격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의 경우 다음의 요건들을 통과해야 신병이 될 수 있다.
△17세(부모 동의 필요)에서 34세 사이이고 △영어, 수학, 과학, 인식기술 등을 테스트하는 자격시험 99개 문항 중 최소 33개 이상 맞추고 △전과 기록이 없으며 △키와 체중이 기준에 맞아야 하며 △미국 시민이거나 합법적인 외국인이고 △손가락, 목, 얼굴에 문신이 없어야 하며 △귓볼에 구멍을 내는 귀 게이지가 없어야 하고 △지난 12개월 동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을 먹은 적이 없어야 하며 △고등학교 졸업 혹은 검정고시 합격의 교육 수준을 가져야 한다.

국방부 조사는 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자격미달의 미국 청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국가안보의 위기라는 것이 예비역 장성들의 우려다.

미군 신병기준에서 미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불합격을 받는 사유는 비만이다. 미군 자료에 따르면 2007년과 2012년 사이 비만으로 4만1000명 이상의 미국 청년들이 부적격 판정을 받아 입대하지 못했다. 현재 17세에서 24세의 미국 청소년 중 27%는 비만 때문에 군에 입대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평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세 데이비드 몬존이라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육군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신장은 5피트 6인치(164cm)인데 몸무게가 300파운드(135kg)였기 때문이다. 몬존은 살을 빼기 위해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몇 달 뒤 210파운드(94kg)로 줄였으나 더 빼야 한다며 다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결국 190파운드(85.5kg)로 줄여 신병이 됐다.

비만 다음의 신병 부적격 이유는 고등학교 중퇴와 낮은 학력수준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중퇴율은 약 30%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 중 1/4은 수학, 읽기 기술을 측정하는 군대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 몸에 문신을 하고 귀에 구멍을 내는 장식을 하고 다니는 유행이 생기면서 이 역시 부적격 요인이 되고 있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군인들은 팔꿈치, 무릎 이하로 문신이 4개 이상 있어서는 안 되고 크기는 작아야 하며 귀에 구멍을 내는 귀 게이지(gauges)가 없어야 한다.

미 국방부가 발표한 신병 부적격자 가운데는 문신한 사람은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문신, 귀 게이지를 한 청년까지 하면 미군 신병이 될 사람은 더 적어진다.

10년 동안 18세에서 24세 사이 청년들 가운데 비만율이 40%이상 늘어난 주가 급격히 늘었다.

너무 뚱뚱해서 싸우지 못한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를 갖고 있을지라도 기본 자격을 갖춘 사병들이 적다면 그것은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기라며 예비역 장군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 비만 방지를 위한 식단 구성과 취학 전 조기교육 활성화에 많은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예비역 장성들이 내놓은 보고서와 기고문 제목과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너무 뚱뚱해서 싸우지 못한다’(Too fat to fight). 어린이 비만 해결을 위해 학교에서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줄이는 등 건강한 식단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물은 국가안보의 문제다’(Safe water a matter of national security).

비만을 가져오는 설탕 음료수, 소다, 스포츠 음료보다 물이 좋다는 것이다. 미 육군 예비역 소장인 구이도 포르탄테는 “물은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하고 군대를 준비시키고 나라를 안전하게 한다”고 한 신문 기고문에 썼다.

‘머리는 나빠지고 몸무게만 느는 것을 멈추라’(Halt brain drain and weight gain). 방학 동안 학생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해 학업 수준이 떨어지고 살은 찌는 현상을 막자는 것이다. 다양한 여름 공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주정부에서 재정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겨 있다.

‘취학 전 교육은 첫 군사준비다’(preschool first step in military readiness).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학업수준 향상을 위해 유치원 때부터 공부를 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존 샬리카스발리 전 합참의장은 “고성능 무기에는 5000억달러를 지출하면서 이 무기들을 다룰 미래의 군인들을 준비시키는 데 소홀한 것은 모순”이라며 “취학 전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가안보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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