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는 우스갯소리로 ‘정치권의 5대 미스테리’로 꼽힐 정도로 언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외 ‘미스테리’는 민주당의 미래, 안철수의 새정치, 황우여 대표가 웃는 이유, 김정은의 머릿속 등이다)
몇 주 전 지인을 만나러 우연히 구글(Google) 코리아 본사를 방문했을 때 창조경제의 주제가 떠올랐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스타타워 건물의 두 개 층을 쓰고 있는 구글 사무실은 ‘노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전문 마사지사가 상주하는 근무중 직원들을 위한 마사지샵, 당구대와 탁구대 실내 암벽등반시설 등이 있는 게임방, 침실용 안락의자와 침대들이 갖춰진 산소방, 테마별 회의실, 스낵바, 비즈니스 호텔 수준의 층별 뷔페식 식당, 그리고 임직원 모두 칸막이가 없는 작업공간 등! 이마저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 비하면 카피 수준이라고 한다.
궁금했다. 구글러(구글 직원들)가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런 공간에서 과연 일의 생산성, 효율성이 오를 수 있을까? 근무중인 직원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으나 그다지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은 외국물을 먹어 본 것으로 보이는 평균 30~40대의 선남선녀들이 화려한 회의실에 앉아 고급 커피를 마시며 남녀 ‘미팅’을 하듯 대화를 나누고 있거나, 오후 2시까지도 삼삼오오 식당에 앉아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특히 마사지샵은 인기가 좋아 예약이 빨리 찬다고 했다.
구글 임원에 따르면 구글은 처음부터 책임감 있고 주도적으로 일할 사람을 직원으로 뽑는다고 한다. 그리고 직원들을 마음껏 놀게 하면서도 성과 평가만은 철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설명의 절반은 알맹이 없는 소리로 들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기업이라고 그런 주도적 인재들을 우선적으로 뽑지 않고 성과 평가를 강조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여전히 머릿속을 뱅뱅 도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과연 이렇게 직원들을 놀게 해놓고도 이들에게 주는 연봉 이상을 이들로부터 뽑아낼 수 있겠는가.
혹시 구글의 검색엔진, 인터넷 산업이 워낙 떼돈을 벌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흑자를 내는 구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미국의 기업 경영자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자선사업 하듯 직원들을 채용하고 돈을 들여 회사 안에 놀이시설을 만들어 놓겠는가.
정답은 창조경제에 있었다. 물론 ‘창조경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고 창조경제의 분야도 대단히 넓고 다양하겠지만 구글 모델은 분명 창조경제의 한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직원들을 돈을 주고 뽑아놓고 ‘놀리는’이유. 그것은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기 위해서였다. 성실과 근면만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창조하는 일이다.
구글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인터넷 검색엔진과 관련 분야의 지속적 개발을 통해 지금의 글로벌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구글은 안다.
현재 자신의 사업이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한다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않으면 현재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것을. 이것을 가장 깊이 절감하며 절박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이 초일류 기업의 정체성 그 자체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다. 왜 잘나가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위기론을 늘 입에 달고 다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모호한 창조경제를 말하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미래의 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창조경제란 ‘창조’라는 말 만큼이나 그 자체만으로도 불확실한 개념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살아남기 위해선, 발전하고 일류기업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길을 창조해내야만 한다는 사실, 그 한가지다.
발행인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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