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곁불’ 쬐지 않겠다는 충청
더 이상 ‘곁불’ 쬐지 않겠다는 충청
  • 미래한국
  • 승인 2013.12.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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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김광동 편집위원 (나라정책연구원장)

충청이 목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호남보다 인구는 많아도 국회의원 숫자는 5석이나 적은 선거제도에 대한 수정 요구가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그 저류를 보면 훨씬 커다란 지각변동을 느끼게 한다. 시대변화와 산업변화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세기 조선에서 수도 한양 다음의 최대도시는 바로 충주였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과 고시니 유키나카의 충주 탄금대 전투란 곧 조선의 제2지역의 점령을 둘러싼 최대 전투이기도 했다. 일제시대와 냉전시대엔 근대문물의 통로가 된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이 발전된 반면 1992년까지 수교관계가 없던 중국과 접한 서해안지역은 문물과 산업 입지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서해안시대가 열리고 수도권이 계속 확장되면서 천안, 아산, 당진 등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대전은 행정과 과학 중심 도시로 거듭났고 세종시는 행정수도 특별시로 거듭나며 이제 충청은 결코 ‘곁불’이 아니다.

본격화되는 충청의 목소리에는 영호남간 등쌀에 ‘양반론’을 내세우며 점잖게 숨죽이던 충청의 반발이 내재한다. 몫을 찾겠다는 것이고 지역과 인구에 걸맞는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과거 김종필과 자민련처럼 영남과 호남 지원을 반복해가며 몫을 챙기던 방식에서 떳떳이 독립변수로 행동하겠다는 결의가 묻어 있다. ‘양반’을 자처하며 ‘곁불’도 쬐지 않겠다는 의지가 무색하게 ‘굴욕적’으로 영호남과 연대하며 생존하던 방식을 떨쳐내고 이제 ‘중심’으로 거듭나며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충청 굴기와 함께 반영돼야 할 것은 인구비례의 원칙이다. 영호남 구도에서 오랜 기간 묻혔던 표의 등가성 문제다. 작년 제19대 국회 구성을 기준으로 광주 동구나 경북 영천 등은 인구 10만명이 갓 넘는 지역이었지만 국회의원 1명의 대표성이 보장됐다.

그러나 경기 용인,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등은 모두 30만명이 넘는 선거구지만 국회의원 수는 똑같이 1명이다. 호남과 영남지역에서는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용납돼 왔고 농촌 및 지역 대표성이란 그럴듯한 명분으로 치장되며 계속됐다. 그것은 영호남 정치 대립 구도의 산물이면서도 지역 특혜이자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이었다.

이제 본격화된 충청 굴기는 인구비례적 대표체계와 함께 영호남 중심적 대립 구도를 종결시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역 구도보다는 정책과 이념 변수가 작동되는 정치 선택의 시대를 새롭게 만들 것이다. 더구나 인구 절반에 달하는 거대 수도권의 등장으로 영남과 호남 출신들이 출신지역적 사고를 하던 기존세대와 달리 수도권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는 독자적 판단으로 가고 있다.

비록 영남과 호남간의 정치 구도에 대한 반발과 충청 소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점차 커지는 충청의 목소리는 인구비례원칙에 따른 대표체계를 확립시키게 되면서 결국 한국의 정치지형 전체를 바꾸는 지각변동으로 전개될 것이다.

김광동 편집위원
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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