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공원에 과학공원을 조성하자
DMZ 평화공원에 과학공원을 조성하자
  • 미래한국
  • 승인 2013.10.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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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미 의회에서 제안한 DMZ 세계평화공원(이하 DMZ 공원)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DMZ 공원 조성을 북한에 공식 제안한 바 있고 북한에서도 이에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DMZ 공원을 다루는 통일부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DMZ 공원이 남북한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아시아의 협력 증진,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는 테마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공원을 정치색이 적은 과학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하며 이 공원에 들어갈 주요 사업 내용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포함시키고 싶다.

첫째, 아시아과학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2010년 5월 한·중·일 3국 정상들은 제주에서 만나 2020년까지 3국 협력의 목표와 미래상을 담은 이른바 ‘3국 협력 비전 2020’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자유무역협정(FTA)말고도 3국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3국 공동연구협력 프로그램의 추진, 기초연구를 지원할 역내 공동기금 마련, 오염 방지·폐기물 처리 기술, 정보기술 분야의 협력 등의 ‘과학혁신 협력강화 공동성명’, 국제표준 공동 개발 및 주요 기술의 공통표준화를 위한 ‘표준협력 공동성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한국에 ‘3국 협력사무국’을 설치해 가동 중이나 그 실적이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식량, 황사 등 공동연구 가능

‘3국 협력사무국’의 설립 취지를 본받아 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아시아과학기술협력센터를 DMZ 공원 안에 설치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상호협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력센터에서 다루기 적절한 사업으로 농림축산증산연구사업, 적정기술개발사업, 산림녹화사업, 황사대응사업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증산연구사업은 북한을 비롯한 개도국의 농림축산 관련 과학자들이 모여 먹거리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을 논의하는 사업이며 이를 통해 남북한 과학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될 것이다. 이 센터를 통해 개도국이 필요한 과학기술 관련 각종 교육 및 훈련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시아통계처의 설립을 제안한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이 1993년 발족하기 전에 그 준비 작업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조직이 1953년 발족한 유럽통계처(EUROSTAT)이다.

유럽통계처는 초기에는 유럽 국가들에 관심이 높았던 석탄과 철강에 관련된 통계생산을 시작했지만 차츰 유럽 국가들에 필요한 국가통계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EU의 발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 지역에 여러 나라가 있을 때에는 상호 협력을 위해 통계 작성의 기준 및 표준을 제정해야 하고 이는 통계의 비교가능성, 적합성, 일치성을 향상 시키며 더 나아가 지역의 정책 입안 등에 신빙성 있는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의 유럽통계처는 EU의 유지와 유로화 등 주요 경제 문제에 대한 유럽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OECD, UN 등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세계적 통계기구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 등은 아시아 지역통계의 표준화 없이는 어려우므로 유럽통계처와 유사한 소위 아시아통계처(ASIASTAT)를 DMZ 공원에 설치하기를 제안한다.

아시아 통계조직을 구상하면서 북한 통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재 국가통계로서 가장 폐쇄적이면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나라는 북한이다. 앞으로 통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도 북한 통계의 개방과 신뢰성을 높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믿을 만한 북한의 GDP 통계, 인구통계, 산업통계 조차 없는 실정에서 어떻게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시아통계처가 설립된다면 이 지역의 국가통계들에 대한 표준화 제고는 물론 국가통계의 개방과 신뢰성 제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 종다양성 보존을 위한 생태계공원 조성이다. 종다양성 감소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종다양성 보존을 위한 생태계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환경보존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사업이다. DMZ 지역이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아 다양한 종들이 보존돼 있는 만큼 이를 잘 가꿔 식물원의 형태로 공원을 만들면 관광자원으로도 유용할 것이다.

DMZ, 과학기술 협력을 전면에 세워야

위와 같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초기에는 DMZ 공원을 UN이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유엔에는 남북한이 같이 가입돼 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DMZ 공원이므로 초기에 유엔이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해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이 북한의 동의도 얻고 개도국들의 협조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DMZ 공원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다만 이의 조속한 실행을 위해서는 정치색이 적은 과학기술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좋다.

아시아과학기술협력센터를 DMZ 공원 안에 설립하고, 아시아지역 과학기술인들이 자주 모임을 갖고 제반 아시아의 과학기술 이슈들을 논의하고, 아시아통계처가 설립돼 국가 간 통계소통이 원활해지면 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데도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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