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재미 버리고 저렴(低鹽)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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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9.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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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도시 짤즈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뜻이다.

바닷속이던 곳이 지구의 융기로 솟아오르면서 소금광산이 됐고 이곳에 소금을 채취하러 온 사람들이 모여 소금의 도시를 이뤘다는 전설이 있다.

소금은 인류 문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교역 상품 가운데 하나였고 화폐의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한 상품이었다. 소금이 갖는 부패 방지 역할은 고대에 악귀를 막는 주술적 의미를 띠면서 종교적으로도 소금은 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다.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소금을 섭취한다. 소금 뿐만 아니라 각종 조미료로 사용되는 나트륨류는 인간의 혈액 점성을 높여 혈관벽을 손상시키는 고혈압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해에만 230만명이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숫자는 나트륨의 과다 섭취로 인한 사망이다. 전 세계 인구의 90%가량은 이미 과도한 양의 나트륨(소금의 주요 성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심장협회(AHA)가 최근 연구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187개국을 대상으로 1990~2010년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2010년에 1인당 하루 평균 약 4000㎎의 나트륨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000㎎ 이하)의 2배에 달하는 양이다.

또 전 세계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119개국 국민은 하루 권장량보다 1000㎎ 이상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4791㎎의 나트륨을 섭취(WHO 권장량의 2.4배)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나트륨 과다 섭취가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장 관련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는 그 질병의 메커니즘은 이렇다.

나트륨, 그 조용한 살인자

인간의 혈관은 원래 탄력이 있고 부드럽다. 그런데 나트륨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혈액내에 나트륨이 녹아들어 그 점성이 높아진다. 즉 혈액이 정상적인 상태보다 끈적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점성이 높아진 혈액은 심장박동 압력에 의해 혈관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혈관벽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혈관에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에 콜레스톨이 들러 붙게 된다. 그러면 혈관은 처음의 유연성을 잃고 뻣뻣해지기 시작한다. 혈관의 탄력이 줄어들고 상처부위에 들러붙은 콜레스트롤이 증가하면 혈관벽이 좁아지면서 온몸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온다. 소위 고혈압이 진행되는 것이다.

만일 심장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줄어들어 심장은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한다.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심장이 썩어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혈관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혈관벽을 타고 흐르는 혈액의 유압도 높아져 혈관의 상처가 깊어진다는 점이다. 이때 혈관 상처에서 떨어져 나온 콜레스트롤 덩어리와 세포조직이 혈관내를 돌아다니다가 혈관을 막게 되는 경우 중대한 사태가 온다.

‘죽종’이라는 이 찌꺼기 물질이 심장으로 들어가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장은 쇼크를 일으키게 된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이름을 얻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의 진행에서 환자는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고혈압을 유발하는 나트륨이 개인의 식성과 입맛에 달려 있어서 쉽게 감량이 안 된다는 점도 이 침묵의 살인을 방조한다.

따라서 ‘싱겁게 먹는’습관을 갖는 것은 만병의 원인이라는 고혈압 예방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최근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영·유아용 이유식과 스낵류 1115종을 조사한 결과 만 1~3세용 제품의 4분의 3에서 권장량 이상의 소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HA는 어린이의 하루 소금 섭취량을 1500㎎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유아용 이유식 중에는 소금이 하루 권장량의 42%인 630㎎이나 되는 제품도 있었다. 연구진은 “어린이가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짠맛에 대한 선호도가 일찍부터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2010년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소금 12.2g 분량에 해당하는 4878㎎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허용기준 2000㎎(소금 5g)보다 2.4배나 많은 양이다. 각종 성인병과 만성질환 발생률이 날로 높아지면서 생활습관과 나트륨 섭취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저나트륨 캠페인의 성공

소금과 나트륨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판단하에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나트륨 섭취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효과를 본 곳은 일본이었다.

1960년대 후반 일본 평균 뇌졸중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1.4명이었는데 아키타현은 253.7명이나 됐다. 이에 아키타현은 1976년대부터 ‘짜지 않은 식생활’ 캠페인을 벌이며 소금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영양사 단체, 시민사회, TV·신문 등이 동참했다. 보건소 보건사들은 고혈압 환자 집을 찾아가 소금 줄이기 식생활 교육을 했다. 이 캠페인은 1980년부터 홋카이도, 아오모리·이와테 등 일본 동북 지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북쪽 지방의 저염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이후 1987년 아키타현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4.6g으로 줄었다. 2011년에는 11.1g으로 낮아졌다. 30여년의 노력 끝에 소금 섭취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뇌졸중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253.7명에서 156.9명으로 38% 감소했다(2009년 기준). 아키타현청은 의학 발달 영향도 있겠지만 소금 섭취 감소가 뇌졸중 사망률을 줄인 일등 공신으로 보고 있다.

이제 한국인에게도 ‘짭짤한 재미’는 ‘싱거운 재미’로 바뀌어야 할 때도 온 것 같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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