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내 규제가 늘어나고, 임금이 오르다보니 더 좋은 환경을 찾아 공장을 옮기는 중이다. 기업들은 중국 근로자의 고임금을 피해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를 찾는다.
동남아에서 경제 붐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던 중국이 기울고 그 자리를 대신해 동남아가 뜨고 있는 것이다.
20년 후 인구 변화 예측치는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지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은 가파른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데 비해, 동남아 국가들은 높은 인구 증가의 경제적 효과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점차 낮아지는 성장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0%대의 높은 성장률이 7%로 내려가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8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세로 가라앉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이적인 성장률로 보이지만, 그동안 고도성장의 혜택을 만끽한 중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높게 느낄 수준이 아니다.
성장률 하락은 새로운 고용창출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중국에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만이 높은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유와 비교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조급함에 쫓기고 있는 일본의 사정을 보면 애처롭다. 잃어버린 20년이 다시 30년을 향하고 있다. 한 세대에 걸쳐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경제를 살리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일본 아베 정부는 경제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일단 질러보자는 입장이다. 미친 듯이 돈을 풀어 물가를 높여 경제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함정에 빠지고 있는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궁지로 몰고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을 높여 주변국을 괴롭힐 전망이다. 과거 엔 캐리 자금이 아시안 금융시장을 교란시켜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기억을 자극한다.
일본은 그동안 참아왔던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낸다. 집단 광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철없는 짓도 불사하고 있다. 일본의 국가주의는 다시 부활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는 듯하다.
정치인들은 국가 내에 누적된 불만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공격의 화살을 외부로 돌려 국민을 통제하는 나라가 있고, 일부 국민을 마녀로 몰아 불만을 해소하는 나라도 있다. 물론 핑곗거리를 찾아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을 덮으려는 심리라는 점은 동일하다.
새로운 발전이 일어나지 않고 주저앉는 나라에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다.
동북아는 이렇게 계속 가라앉을 것인가. 일본의 뒤를 쫓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서로 돈을 풀어 환율 경쟁을 벌이고 장벽을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또 리스크를 떠넘기는 일도 곤란하다. 새로운 활력을 찾아내야 한다. 혁신을 일으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해법이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듯이 말이다.
중국 경제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 전망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활력을 일으키는 나라들과 경제 교류를 넓히는 일은 우리 경제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최승노 편집위원‧자유경제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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