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만난 북한 상인들
중국에서 만난 북한 상인들
  • 미래한국
  • 승인 2013.05.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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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나는 지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광둥성(廣東省)의 성도이자 중국 남부 최대 상업도시이자 무역도시인 광저우(廣州)를 다녀왔다.

이곳은 호텔 이용료가 너무 비쌌다. 보통 호텔 이용료가 서울의 고급호텔과 맞먹는다. 이곳저곳 다니다 묵을 만한 호텔을 찾지 못하고 할 수 없이 한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난 후 시내를 탐방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어느 정도 택시를 타고 가다보니 제일 번화가인 톈허거리가 시작됐다. 톈허거리를 걸으며 말 그대로 중국 최대 도시다운 위용을 새삼 느꼈다.

빌딩과 조형물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를 자랑하는 듯했다.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감탄했다. 밤이 되자 시내는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뤘다. 개혁개방의 수혜자인 중국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는 외제차로 붐볐다. 명품 쇼핑몰마다 인파가 넘친다. 식당가나 공원도 마찬가지이다. 톈허거리에는 세계적인 명품 쇼핑몰들이 즐비해 고가를 자랑하는 외국 명품들이 진열돼 있다. 시내 한 곳에는 중국 최고의 짝퉁시장이 있다.

세계적인 명품부터 짝퉁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시내를 돌아보면서 북한에 있을 때 쓰던 말이 불쑥 생각이 났다. ‘고양이 뿔 내놓고는 다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 가면 늘 쓰는 말로 장마당에 가면 고양이 뿔 외에는 다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북한 무역상들과 만난 것이다. 우연히 중국의 지인과 무역을 하는 북한의 무역상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최근 북한의 상황을 조금 알 수 있었다. 북한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동맹국이라 믿었던 중국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혈맹관계를 유지하는 형제국가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여러 차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 어려움에 처해도 그때마다 유일하게 북한을 지원한 나라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까지 성나게 한 북한

하지만 그런 중국이 이번에는 대북 경제제재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거래국의 하나로 믿고 있었던 중국정부가 북한에 대대적인 금융제재를 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3월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안 이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동결하기 시작했던 중국 내 대형 국책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를 5월부터 폐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책은행인 중국은행, 중국공산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 농업은행이 북한 관련 계좌들을 전부 폐쇄했다.

이에 북한은 중국과 거래하던 무역상들을 급히 중국으로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책은행이 북한과의 금융거래 단절에 나서자 중국의 민간은행도 북한과 금융거래개설에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의 민간은행마저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지 않으면 북한의 피해는 막대하다는 것이 북한 무역상들의 이야기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상들은 중국에 동결돼 있는 외화를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거나 북한으로 찾아가지 못하면 자신들이 평양에 돌아가 무사하지 못하다고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다.

중국 무역상에게 현찰 결제 요구

그러다보니 북한 무역상들은 자신들과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 무역상들에게 현찰을 직접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금융뿐만 아닌 국경 세관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중국 무역상들이 많은 액수의 현찰을 직접 들고 북한으로 갈 수도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광저우 방문에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북한의 무역상들이 중국에 와서도 말도 안 되는 협박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북한 무역상은 중국 무역상이 현찰을 주지 않으면 중국에 물품을 보낼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북한이 중국에 보내야 할 물품에 대한 대금은 이미 북한측에 지불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거래부터 현찰로 보내지 않으면 이미 지불된 금액에 대한 물품도 보내지 않겠다며 생떼를 쓰고 있었다.

기가 막혀 말을 못하고 있는 중국 무역상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북한은 올바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후에 중국 무역상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최근 북한과 국경지역 세관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검열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으로 무역하러 들어가는 상인 숫자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광저우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의 한 무역회사도 연변지역에 세운 지사를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형제국이라 여겼던 중국까지 북한의 제재에 동참시킨 북한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설 곳이 없어지게 된 비참한 몰골이 되게 된 셈이다.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씻고 왕따도 되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 생각일 뿐이다. 개혁개방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북한의 김정은과 그를 추종하는 10% 안팎의 권력계층이기 때문이다.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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