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화거부와 ‘통미봉남’ 전술
북한의 대화거부와 ‘통미봉남’ 전술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4.15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어제(14일)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에 대해 그렇게 논평했다.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해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그것(대화 제의)은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한국 정부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대결적 정체를 가리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향후 남북대화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확대와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 쌓기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조평통은 “북침 핵전쟁 연습과 동족 대결 모략 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 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이다. 대화 제의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다만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상황에 따라 대화가 성사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이러한 대화거부의 배경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그것은 ‘통미봉남’이라는 북한의 대남,대미 노선에 비춰볼 때 아직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협상 시그널을 받지 못한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대화를 선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남북대화에 북한이 나설 경우, 미국의 침묵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간과할 리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더구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중국 지도부와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처리 방향을 ‘평화적 협상’으로 천명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할 유력한 근거가 된다.

케리 장관은 14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선택은 협상이며, 협상장에 나와 지역 평화를 위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으며, 다가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뒤 "우리가 평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할 때 언론 등에서 전쟁에 대해 과도한 집중과 관심이 제기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나는 그 가능성(평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北, 미-북대화 재개시 남북대화 요구할 듯

상황이 이쯤되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선 남북대화, 후 미북대화라는 카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단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을 얻고 난 뒤, 남한 정부에 대해서는 협상의 우위를 통해 개성공단 확대나 임금인상과 같은 조건들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과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되풀이 되어 온 시나리오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북 협상론’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면 회담에 대한 선제의와 같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개성공단에 대한 철수 문제를 심도있게 꺼내는 것이 옳았다.

개성공단의 경우, 이제까지 주류를 차지한 의견은 ‘북한이 개성공단 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었다. 하지만 이 낙관론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본지 <미래한국>은 이미 2010년 6월 기획 분석기사를 통해 개성공단이 북에 언제든 인질이 될 수 있음과 함께 개성공단이 경제원리를 무시한 운영방식으로 인해 성공할 수 없음을 전문가들의 면밀한 진단을 바탕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민주당등 야당의 ‘개성공단 확대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 과거 ‘개성공단 평화론’에 대해서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가 침묵할 뿐이다. 주류 언론들 조차 발표 저널리즘에 입각해 사안만을 보도할 뿐, 개성공단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회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과 협상 채널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 협상의 결과는 북한의 6자회담 재개와 함께 미-북 대화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물론 협상의 결과는 불투명하다.다만 북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미-북협상이라는 프로세스 자체가 전리품이 된다는 점에서 회담은 장기간 동안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에 동시 대화를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

이때 북한은 개성공단 확대와 임금 인상, NLL 공동어로 수역과 같은 문제를 우리 정부에게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뜬금없는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남남갈등이라는 대남 전략에 대비해야 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