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확보는 국가의 생존문제
전략물자 확보는 국가의 생존문제
  • 미래한국
  • 승인 2013.04.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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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은 알아도 등잔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조명기구임은 안다. 심지를 꽂을 수 있는 용기에 동물성 식물성 기름을 담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조선시대까지 쓰이던 근대 이전의 가장 보편적인 조명기구다. 이를 낭만적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조명용으로 써보라 하면 요즘처럼 밝은 불빛에 익숙해진 사람은 하루 저녁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등유가 등유인 까닭

그런데 근대에 들어 등잔에도 약간의 진보가 있었다. 석유등잔의 등장이다. 1876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들어왔다. 일본에 의한 강제개항인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해다. 우리 민족이 석유를 처음으로 접하고 사용한 건 이 석유등잔 조명용으로였다. 그래서 등유(燈油)였다. 원유는 정제하면 비중이 다른 4가지 성분으로 분리할 수 있다.

비중이 낮은 순서로 가솔린, 등유(燈油), 경유(輕油), 중유(重油)이다. 석유(石油)는 이 4가지의 통칭이다. 한 가지 성분이 더 있긴 하다. 이를 분리하고 남는 찌꺼기인 피치(Pitch) 즉 아스팔트다. 성경에 나오는 역청(瀝靑)과 같은 것이다. 어쨌든 조명용 등유를 처음으로 접한 때문에 등유가 곧 석유의 대표였다.

석유등잔은 꽤 오래 쓰였다. 지금 세대는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1980년대에도 산악지역이나 해안 도서지역에는 전기가 보급되지 못한 곳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석유를 조명용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1876년 석유등잔이 처음 들어온 지 137년,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유가 왜 등유인지도 알지 못한다. 조명은 이제 완전히 전기에 자리를 내줬다. 상투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천지개벽을 하는 사이 그렇게 변했다.

지금 석유의 대표는 단연 가솔린(Gasoline)이다. 우리말로는 휘발유(揮發油), 이름 그대로 휘발성이 가장 강하다.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작지만 연료로서의 효율은 가장 높다. 그래서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이 개발되면서 곧바로 석유의 대표주자가 됐다.

하지만 석유의 용도는 자동차용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2012년 기준으로 그 비중이 2.7%까지 내려갔지만 예전에는 석탄과 더불어 중유가 발전용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중이 현저히 내려간 것은 고유가 탓이다.

전기를 둘러싼 문제들

지금 발전용 원료의 비중은 원자력과 석탄이 압도적이다. 효율 대비 비용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피크였던 2003년에는 40.2%를 차지했고 2012년 현재는 29.8%다. 석탄은 항상 36~38%를 유지했는데 2007년 이후로는 줄곧 1위였고 2012년 현재는 39.1%다.

한편 그 사이 LNG의 비중은 점차 높아져 2003년 12.1%였던 것이 2012년 현재는 21.0%까지 올라섰다. LNG 가격이 쌌던 것도 이유의 하나지만 이렇게 된 데는 다른 정치사회적인 요인도 있었다. 환경론이다.

사실 발전용으로 가장 비용이 싼 것은 원자력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석탄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반핵’이라는 저항에 항상 직면해 있어 그 비중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석탄은 싸긴 하지만 여기에는 또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 위험’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그에 비해 LNG는 청정에너지로 인식되고 있어 비중을 늘리기가 쉬웠다.

언제부터인가 소위 신재생에너지의 개념도 등장했는데 이것도 환경론에 힘입은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 풍력발전 등이 그것인데 사실 이건 꽤 맹랑한 것이었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을 운운하면서도 자신의 저택에서는 전기를 펑펑 써대는 앨 고어 같은 부류들의 호사가적 취향은 만족시킬 수 있었겠지만 경제성이 너무 없었다. 게다가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만도 아니었다. 태양광설비나 풍력설비를 대규모로 설치하려면 그 대상지역의 상당한 범위에 ‘삽질’을 가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이 싫다니...

이산화탄소 배출이 걱정된다면 사실 가장 합리적인 답은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은 적어도 그에 한해서만큼은 분명한 청정에너지다. 게다가 다른 어떤 경우보다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도 적다. 그런데 이게 싫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사실상 100%다.

석탄 석유는 물론 청정하다는 LNG도 당연히 모두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수급의 안정성이 항상 초미의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안정화시킬 힘을 갖고 있지 않다. 항상 노심초사 걱정을 해야 한다. 국제가격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봐야 하고, 중동 정세는 어떠한지 살필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한국은 석유의 단순 소비국이 아니다. 석유 수출국이다. 무슨 얘기냐고?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석유제품 수출을 하는 것이다. 오일쇼크로 허덕이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에너지 자원 수급을 안정화시키지는 못한다. 여전히 원유는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보다 값싼 에너지 확보를 위해 자원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의 시진핑은 3월 22~23일 러시아 탄자니아 남아공 콩고 등 4개국을 방문했다. 자원외교가 기본 목적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3월 19일 에너지 관계각료회의를 출범시키고 안정적 조달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화력 발전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천연가스 석탄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엔저로 연료비 도입비용이 커졌다. 일본은 에너지 자원을 보다 값싸게 조달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자원외교의 시스템화

자원대국이 반드시 행운이거나 자원빈국이 반드시 불운인 것은 아니다. 대개의 자원대국은 그에 경제를 너무 의존해 다른 산업분야의 발전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동 산유국 어느 나라도 공업대국은 없다. 오히려 같은 중동지역이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이스라엘이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처지도 그랬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직 몸과 머리로 노력하는 길밖에 없었고 그것이 오히려 역설적 축복이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박수는 개발연대기에 대한 것으로 그쳐야 한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규모의 경제대국이다. 규모도 거대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고도화돼 있다.

시스템은 무겁고 정교할수록 타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초창기 비행기는 여기저기 총알에 뚫려도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첨단 전투기는 나사 하나 불량 때문에도 추락한다. 글라이더와 인력거는 다만 느릴 뿐 연료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자동차와 첨단 항공기는 연료가 없으면 그냥 쇳덩이다. 농업국가는 인력거와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인력거가 아니다. 만약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면 동맥경화로 인한 반신불수와 다름없게 된다. 때문에 자원외교는 사활적 문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대 정권의 자원외교는 한탕의 광내기 정치게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렇다고 민간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자원부국들은 보유자원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 통제한다. 단순한 시장상품이 아니라 전략물자이기 때문이다. 전략물자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은 그 메커니즘에 따른다.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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