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조선책략이 필요하다
21세기판 조선책략이 필요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2.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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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역사이야기

      이강호 본지 편집위원
확실히 격랑이다. 한반도가 조용했던 시절이 있기는 했나 되물으면 대답은 궁하다. 그래도 작금은 심히 격랑이다. 중국의 힘자랑은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직면의 현실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전에 없이 악화돼 있다. 미국은 점차 힘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이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여건을 지탱해왔던 국제적 힘의 균형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경제도 심상치 않다. 세계경제가 좀체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전례 없는 어려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적인 도전이 닥쳐올 때 더 없이 중요한 것이 내적 안정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내적으로도 무서운 진통을 겪고 있다. 좌익 정권 10년 세도를 그리워하는 세력들이 이번 대선에서 발악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표일을 코앞에 둔 시점, 북한은 미사일용 로켓을 날렸다. 종북에 포섭된 세력들의 무차별적 흑색 공세가 극에 달한 가운데 쏘아 올려진 한 방이었다.

9억 달러짜리 공중쇼는 결국에는 북한에 심대한 경제적 부메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말이 그럴 것이라 믿으며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데 이어 그것을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도 갖추었음을 과시했다.

미국의 바짓가랑이 정도는 붙들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통미봉남, 우리를 제치고 미국을 자신들과의 협상 테이블로 직접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의도대로일 리는 없다. 미국은 당연히 테이블이 아니라 제재로 응답할 것이다. 미국 본토 타격 가능 운운은 미국에겐 부담 이전에 불쾌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것임에 분명하다. 당연히 대북제재의 강도도 전에 없이 높아질 것이며, 북한은 더욱 핀치로 몰릴 것이다. 어쩌면 북한의 마지막 숨통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구멍이다. 중국과 우리 국내의 종북세력들 문제다. 중국은 그간 북한의 온갖 도발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말로만 유감을 표시하고 행동으로는 추가제재를 반대하는 감싸기로 나오고 있다. 종북세력들도 늘 그랬듯이 제재가 아닌 대화를 외친다.

그들의 꼭두각시가 된 자들도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규탄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제재 아닌 대화촉구의 똑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대선에서 패배해도 이 같은 反대한민국적 엇박자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여하히 제어하지 못하면 북한의 핵무장을 결국에는 막아내지 못한 지난 십 수 년의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중국, 북한, 종북의 삼각연쇄

지금의 형세는 중국, 북한, 종북 이 삼자가 삼위일체 한통속이 돼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에 맞설 수 있는 태세를 구축하고 나아가 이들 反대한민국 연쇄의 고리를 깨뜨려야 한다.

가장 우선하는 첫 순서는 당연히 종북의 정권 탈취를 저지하는 것이다. 12월 19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 종북의 도발을 제압해 우리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이를 바탕으로 균열을 보이는 대외관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것임은 새삼 언급이 필요 없다.

그런데 미묘한 과제가 있다. 바로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일본이란 존재는 언제나 하나의 트라우마다. 일제 36년의 기억은 우리 한국인의 인식 저류에 항상 쉬이 떨치기 어려운 굴욕과 불쾌감으로 잠재한다. 그래서 이를 건드리는 계기가 발생하면 언제든 표면으로 분노가 솟아오르게 된다.

최근 그런 일들이 또 있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문제가 또 불거졌다. 원인 제공자는 물론 일본이다. 진심 사과에 깔끔 시원한 전후 청산을 해내지 못한 일본의 어리석음이 문제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 일본이 그 어리석음을 벗어나는 문제 따위는 일본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더 이상 일본에 대해 마냥 콤플렉스를 가져야 할 만큼 작지 않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위상도 갖췄다. 아직 일본을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굴욕을 허용할 만큼 허약하지 않다. 담담하고 냉철한 자세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일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해도 되는 때가 됐다.

비스마르크의 독일통일의 교훈

19세기 아직 통일되지 못하고 수많은 공국들이 난립하던 독일,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위해서는 두 적을 제압해야 함을 간파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프랑스였다. 그러나 또 다른 잠재 적국도 있었다. 바로 러시아였다. 후대의 역사가 보여주듯 러시아와 독일은 양차 대전 모두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러시아는 언제든 독일의 적이 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위해선 배후에는 러시아, 앞에는 프랑스 모두를 적으로 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친러정책을 추진해 배후를 안정시키고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차례로 제압했다. 만약 비스마르크가 러시아와도 갈등을 벌였으면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0세기, 다시 동서독 통일이 이루어지던 때 미국을 제외한 독일 주변의 모든 서방국가는 독일 재통일에 반대했다. 그런데 고르바초프의 소련이 동서독 통일에 동의했다! 독일의 두 번에 걸친 통일은 모두 잠재적 적국 러시아-소련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인접한 국가들의 갈등은 사실 어느 정도는 숙명이다. 중국과 일본, 우리는 언제든 이들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지정학적 조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양국을 동시에 모두 적으로 갖게 되면 우리의 처지는 매우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의 국제적 환경은 19세기 비스마르크의 독일이 처했던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 당시의 독일에 대한 프랑스가 지금의 중국, 러시아가 마치 지금의 일본이다. 비스마르크는 친러정책으로 독일이 프랑스 러시아 양국 모두로부터 포위 고립되는 상황을 막았고 결국 통일을 완수했다. 지금 우리는 과연 그럴 수 없는 것인가?

우리도 통일을 해야 한다. 현재 이를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힘은 중국의 신패권주의다. 일본의 가장 중요한 잠재 적국도 중국! 적어도 잠정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더욱이 일본은 우리의 강력한 동맹인 미국과의 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미일동맹은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적대적 야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억지력 역할도 하고 있다. 과연 우리 한국이 일본과 계속 다퉈야만 할 것인가?

조선책략 그리고 신조선책략

19세기 동북아시아 격변의 시대, 일본 주재 청나라 공사관 참사관이었던 황준원이 작은 소책자를 하나 썼다. <조선책략 朝鮮策略>이다. 핵심내용은 9자로 요약된다.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親中國 結日本 聯美國)’이다. 조선이 가져야 할 외교방략에 대한 조언이었다.

당시 동아시아까지 세력을 뻗쳐오던 강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중일미와 관계를 다지라는 것이었다. 조선의 유생들은 반발했다. 일본이라는 오랑캐, 미국이라는 서양 기독교 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물론 황준원은 청나라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했고 판단이 다 옳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함의를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당시 조선 유생들의 무지와 안주가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는 뒤의 역사가 보여준다. 지금 그 실수를 또 되풀이할 것인가?

21세기판 신조선책략이 필요하다. 첫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한다. 둘째 한미동맹으로 일본을 견제한다. 셋째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한다. 그리고 이를 기본으로 통일대한민국의 길을 가로막는 중국, 북한, 종북의 삼각연쇄를 깨뜨린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대전략의 기본 방도가 돼야 하지 않는가? (미래한국)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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