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로 治國의 근본을 세우다
孝로 治國의 근본을 세우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0.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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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읽기: <효경(孝經)>
 

‘효’라는 말만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효’를 떠올리는 순간, 그동안 저마다 부모에게 알게 모르게 저지른 수많은 ‘불효(不孝)’의 언행이 상기돼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공자가 인간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꼽은 ‘효’에 대한 훈육이 담긴 책이 <효경>이다. 동양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효의 정신을 명확하게 드러낸 책으로 분량은 매우 적지만, 의미의 무게만큼은 어느 고전 못지않게 묵직하다.

백제시대에 박사 왕인(王仁)이 <논어>, <천자문>과 함께 <효경>을 일본에 전수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효경>이 <논어>와 함께 필수과목으로 될 만큼 인재교육의 핵심 철학으로 전수돼 왔다.

‘효’는 단순히 교육적 개념을 떠나 인간 본성에서 발로되는 특별한 정감인 것 같다. 공자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확장해 인간사회의 기본 작동 윤리로 확립시켰다.

공자는 부모 자식 간의 생물학적 관계에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효’의 개념을 발굴하고, 이를 사회 문화적 가치로 치환해 가정의 질서를 세우고 치국(治國)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최고의 윤리규범으로 자리 잡게 만든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효’의 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한 구절을 한번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듯싶다.

“사람의 신체와 머리털과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자신의 인격을 올바르게 세우고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의 끝이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효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구절 중의 하나이다.

또 공자는 효자의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효자가 어버이를 섬기는 데에는, 평소 거처할 때는 공경하는 마음을 다하고, 봉양할 때에는 즐거움을 다하고, 병환이 들었을 때는 근심을 다하고, 상(喪)을 당했을 때는 슬픔을 다하고, 제사 지낼 때는 엄숙함을 다해야 할 것이니 이 다섯 가지가 갖춰진 뒤에야 어버이를 잘 섬기는 것이다."

정말 어느 한 가지도 성심으로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공자의 효사상은 인간성에서 자연적으로 발로되는 ‘효’의 감성을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예의범절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봉양과 상례(喪禮), 제사의 기준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등 형식주의로 흐른 측면도 적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공자의 가르침이 아래에서 위로의 공경과 충성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공자는 위에서 아래로의 박애(博愛), 덕(德)과 의(義)의 베풂이 전제돼야 완전한 효가 실행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효를 매개로 한 덕목이 자발성을 근거로 쌍방향으로 행해지지 않을 경우, 충효의 덕목은 자칫 억압과 허례의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가 많다.

충효사상이 조선왕조의 민주적 사회변동을 지체시키고, 개인의 자유의지와 남녀평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근대 시민의식의 발아를 힘들게 했던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가정과 사회 윤리 규범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요즘이야말로 ‘효’의 본질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되살려 인간의 자연스런 도리에 기초한 화목한 가정,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미래한국)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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