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도 "경제민주화 달갑지 않아"
2030도 "경제민주화 달갑지 않아"
  • 이원우
  • 승인 2012.10.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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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듣는다' … 18대 대선에 임하는 청년 3인 좌담회 개최

2030세대가 18대 대선의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갖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정치권은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성과는 의문이다. 대선을 두 달 남짓 남겨둔 청년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래한국은 대선을 바라보는 2030세대들의 심중을 추적하기 위해 20대 청년 세 명을 직접 초청해 작은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윤미(23,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4), 김다인(26,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4), 김지훈(29, NKC연구원‧한나무재단대표) 3인은 각각 본인의 입장과 세대의 분위기를 교차시키며 의견을 피력했다. 세 살씩 차이나는 3金청년들의 얘기를 지상으로 중계한다.

*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는 해인데요. 두 선거에 참여하는 마음에 차이가 있나요?

- 김윤미: 4‧11총선도 참여했었지만 대선은 처음인데요. 피부로 다가오는 건 역시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큰 흐름이 교체되는 것이니까요. ‘시대’가 달라진다는 느낌이 크네요.

- 김지훈: 저는 대선이 두 번째인데요. 이전은 학생이었고 지금은 사회인이라는 차이가 있네요. 느낌도 많이 다릅니다. 국가정책이 일상에도 변화를 준다는 점을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김다인: 5년 전에도 투표를 했지만 그땐 결과가 거의 정해졌던 느낌이었어요. 이번 대선은 흥미진진해서 기대가 됩니다. 총선은 지역구 중심이라는 느낌이 크지만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의 대표를 뽑는 것이고 패러다임을 교체한다는 의미가 있죠.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라는 점에서 총선과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 대선 주요후보 3인(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 김지훈: 대선후보들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후보들의 ‘말’보다는 그 분들의 ‘삶’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박근혜 후보는 어려서부터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자리에 서는 경험을 하셨는데, 그랬기 때문인지 일반 국민들의 심중을 세밀하게 헤아리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측면이 있어요.

안철수 후보는 좁은 길을 걸어오신 분 같아요. 젊은이들이 신뢰하고 열광할 요소를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정책이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주의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미는 인정을 해도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죠. 약자를 배려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문재인 후보는 본인을 내세우지 않는 청렴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사람이 먼저다’ 라는 슬로건도 인상적입니다.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대다수 유권자들이 원하는 부분과 부합하는 면이 많아 보이는데, 그 진보적 가치가 시대의 필요와 부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 김윤미: 저도 박 후보가 굴곡 많은 개인사를 살아왔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서민의 삶을 살지는 않았다고 봐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서민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역사관 문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은 있고요.

안철수 후보의 경우 훌륭한 삶을 살아왔지만 정치 참여 이후 소위 ‘언론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이상주의적인 정책과 겹치면서 별로 진정성 있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살아오시지도 않았고요.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그나마 서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으로 보이는데 정책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예 뜬금없는 얘길 하시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역사에 반대되는 패턴이랄까,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세 후보의 캐릭터를 최저임금으로 예를 든다면 박근혜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후보,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을 7,000원으로 올리겠다는 둥 실현이 불가능한 얘기를 하는 후보, 안철수는 구체적인 얘기 없이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후보 같아요.

- 김다인: 대선 후보의 자질이 삶으로 증명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데요. 오히려 박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서민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생각을 해요. 진작부터 사회 곳곳에 관심이 많았다는 거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삶’을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합니다.

다른 후보의 삶에도 장점은 있죠. 안철수의 경우 개인으로 보면 존경스러워요. 그런데 엘리트의 길만 살아왔는데 이 분이 많은 국민들을 넓게 보는 안목이 있는지는 회의적이라는 거죠.

문재인 후보는 솔직히 이미지 자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아요. 장점이라면 인상이 좋고(웃음), 가족들과 단란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참 좋아 보이더군요.

* 2030에 캐스팅 보트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주변 청년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스케치해 주실 수 있을까요?

- 김지훈: 정치에 대해서 제 주변 사람들은 솔직히 무관심해요. 20대 후반의 남자는 워낙 바쁘잖아요. 진로도 찾기 힘들고. 스펙 쌓아야 하고. 취직한 사람들은 회사생활에 치여 살지 정치에 관심 없죠. 무관심한 친구들이 많아요. 기껏해야 언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SNS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소수에 불과합니다.

- 김윤미: 저는 20대 초반 취업준비생(취준생)의 분위기 속에 있는데, 대선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해요. 5년 후의 미래가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정치에 상당히 냉소적이에요. ‘뽑을 사람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죠.

취준생의 입장에서 보면, 요즘 하반기 채용이 시작됐는데 기대보다 적게 뽑고 있어요. 그러면 내년 상반기를 기해야 하는데 후보들은 다들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죠. 누가 되든 대기업 규제는 시작될 텐데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들겠죠. 취준생 입장에선 ‘우릴 위한 대통령은 없는’ 상황입니다.

* 청년이라고 해서 경제민주화에 다 긍정적인 건 아니라는 거네요?

- 김윤미: 일반 대학생들과 취준생의 관점이 또 다른 거죠. 취준생에게 경제민주화는 전혀 달갑지 않아요. 여기에는 약간의 모순이 있는데, 예를 들어 20대 모두가 삼성이 완벽하지 않은 기업이란 건 알아요. 하지만 연봉을 많이 주고 인지도가 높으니까 들어가고 싶어 해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기업 규제가 불안한 거예요. 청년들도 모순적인 부분이 있고, 거기에 따라서 정치인들도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는 거죠. 누군가 속 시원하게 우리 입장을 대변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다들 자기 공부하느라 바쁘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요.

*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2030들을 영입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김윤미: 별로 효과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볼 땐 ‘쟤가 나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하겠구나’ 싶지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겠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20대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서 20대를 영입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어요.

- 김다인: 저는 20대들이 보이는 모순은 당연한 거라는 생각도 해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정치적으로 확고한 의견이 없고 지지후보도 없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피해는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별 차이 없으니까 후보들 중 누군가 근방에 방문을 하는 식의 사소한 사안으로 표심이 바뀌기도 하는 거죠. 청년들이 더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질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찌 보면 이런 식의 표면적 시선이 안철수 현상을 소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 10월 26일이면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1년이 되는데요. ‘안철수 현상’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나요?

- 김지훈: 안철수 후보가 정계로 나온 계기는 ‘정치 교체’였고, 시대를 잘 탔다고 봅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기합리화를 하는 부분이 많이 보여요. 최종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은 들지 않네요.

- 김윤미: 작년엔 신선했고 좋게 봤어요. 그런데 1년 새에 언행에 불일치되는 부분이 생겼고 초심을 잃은 느낌이 들어요. 작년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는 달리 서울시장은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선에 직접 출마한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 거죠. 1년 새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 김다인: 저는 안철수의 초심 자체가 이렇지 않았나 싶은 의문도 들어요.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는 걸 보면서부터 언젠가 대선에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 와선 마냥 순수하다고만은 보이지 않고, 그냥 멘토로 남았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싶은 생각입니다.

* 대통령을 뽑는 기준에 대해서는 각자 어떤 기준을 갖고 있나요?

- 김윤미: 정책을 먼저 봐야 되겠죠. 결국 민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요즘 후보들이 역사 인식을 포함해서 과거에 대한 여러 부분에 대해 논쟁을 하지만 어떤 후보도 과거 문제와 관련해서 심대한 결함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불완전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 김지훈: 저는 대통령의 기준이 국민들과의 공감대, 이성적인 해결책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반대세력을 어떻게 합의하면서 나갈 것인가의 세 가지라고 봐요. 공감대 측면을 얘기할 때 도덕성 문제도 함께 고려되겠죠.

- 김다인: 저는 일단 애국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이게 결국 안보와 국가정체성으로 연결되니까요. 그 다음으로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정치경험도 포함되고요. 정책은 사실 당선되고 나서 보면 전체 상황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정책은 그 후보의 가치관을 알아보는 통로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봐요. 변화하는 시대를 보고 유연성 있게 혜안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안보와 국제문제를 바라보는 대선후보들의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김다인: 안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보가 곧 국력이니까요. 글로벌 시대일수록 오히려 나라가 중요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외국에 나갈 일이 많은데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애국심이 생기고 나라의 중요성을 알게 되거든요. 이제 모두가 세계로 나가야 되는 시대고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그동안 안보문제가 너무 색깔론 중심으로 갔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염증을 느낀 부분이 있지만, 넓게 본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지적이 필요한 논점입니다.

- 김지훈: 저는 통일 관련 세미나에 자주 가 보는데요. 대한민국이 어떤 통일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통일을 어떻게 이뤄가면서 주변국들 속에서 어떻게 역할을 찾을 것인가를 이야기 할 시대라고 생각해요. 국내문제에만 너무 집중하면 보이지 않는 문제겠죠.

* 북한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요즘 청년들은 북한문제에 관심이 있나요?

- 김윤미: 일반 청년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봐야겠죠. 저는 김정일이 사망한 날 해외에 있었는데, 외국 친구들은 다들 난리였지만 정작 자국민인 제가 가장 평화(?)롭더라고요. 천안함 피격 때도 군인 친구들이 불쌍하다는 정도지 국가안보로까지 연결하는 시선이 많진 않았어요. 세 후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관점을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정책은 바꿀 수 있어도 안보는 순간적 판단이 중요하고, 특히 북한문제는 순발력이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 요즘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노 대통령 NLL 발언은 어떻게 보시나요.

- 김윤미: 이 논점이 불거지는 것 자체는 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돼요. 다만 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건 지금 상황에선 틀린 방향인 것 같아요. 단순히 ‘노무현을 따르겠다’는 식의 방향보다는 자기의견을 명확하게 내놓는 과정이 선결되어야 할 것 같아요.

- 김지훈: 노 대통령 안보관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현재 대선 후보들도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볼 수 있어야 해요. 주민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정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세 후보에게 중요한 건 통일이 왜 중요한가를 납득시키는 것인데 지금은 다 원론적인 수준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여러 비판이 많지만 저는 나름대로의 철학은 갖췄다고 봐요. 다만 순간순간의 상황에서 지혜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 쪽이 먼저 움직이라’는 식으로 행동했던 부분이 있는데 새로운 대통령이 보완해 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김다인: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적으로 대통령 뽑은 게 몇 번 안 되는 나라인데, 김영삼 대통령 이후의 당선자들을 보면 그래도 다들 그 시대가 원하고 그 당시에 필요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유권자들, 특히 청년들이 자기 이익을 1순위로 삼는 동시에 국가적인 관점에서도 생각을 거시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윤미: 저는 취준생의 입장에서 많이 얘길 한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은 청년들의 관심이 취업일지 몰라도 다들 먼 훗날에는 해외로 나가 글로벌 인재로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해요. 나라 밖에서 자랑스러울 수 있는 국민,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면 좋겠습니다.

- 김지훈: 저는 일단 절차적 측면에서 이번 대선이 건전한 토론문화에 기초해서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청년들로 하여금 의미 있는 것들, 가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자극시켜 줄 수 있는 기폭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속도보다도 방향을 제대로 찾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보네요. 그 방향을 찾는데 미래한국이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은 젊지만 어리지는 않다. 그들 자신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을 나름대로 감각하고 해석하고 분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경제민주화에 무조건 열광하지 않았고, 과거사 인식이 판도를 바꿀 만큼의 거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으며, 안철수 후보에 조건 없이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기성세대가 청년의 표심을 ‘고정된 개체’로 편협하게 해석해선 안 될 이유다. 그들은 움직인다. 그리고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지속될 이 움직임이 시대를 바꿀 것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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