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독일통일에서 배우는 교훈
22년 전 독일통일에서 배우는 교훈
  • 미래한국
  • 승인 2012.10.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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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송종환 편집위원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1989년 6월 한국 방문 도중에 “통일되는 것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지만 독일 통일은 주변국의 반대로 빨리 이루어지지 않고 한국이 먼저 통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는 달리 5개월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동독이 스스로 체제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바꾼 후 서독 연방에 가입해 통독이 달성됐다. 어느 누구도 갑작스런 독일 통일을 예측하지 않았다.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촉발됐다. 그 외적 요소로는 1975년 8월 1일 이후 헬싱키 의정서에 따라 동독 정부에 대한 주민 기본권과 인권 엄수 압력,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에 의한 자유로운 체제선택권과 서독 역대 정부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접근과 개입의 통일정책을 들 수 있다.

내적 요소로는 동서독 간에는 남북한과는 달리 전쟁이 없었고, 양독 간 인적, 물적 왕래, 신문 구독과 방송 시청 등 교류도 하고 있었고 특히 기독교 분야에서는 서독의 목사들을 동독에 파견하고 지원도 했다.

그러나 내적 요소의 근본적 원인은 필요한 개혁이나 현대화를 위한 유연성과 능률성을 발휘할 수 없는 동독 정치체제의 구조와 함께 중앙계획경제에 의한 경제체제의 취약점이었다. 낡은 생산시설, 내수의 결핍, 소득의 격차, 생산자들의 무관심도 동독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통일을 촉진시킨 외적 요소는 다르지만, 오늘의 북한이 처한 내적 상황은 당시 동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난으로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사정이지만, 40배 이상으로 우월한 국력을 자랑하는 한국과의 체제경쟁관계에 있는 북한은 3대 세습으로 ‘수령’이 바뀌어도 체제개혁·개방을 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러시아와 같이 체제 전환을 하지 못하더라도 중국과 베트남 같은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 주민의 먹고 사는 형편을 향상시킬 수 있겠지만, 수령유일지배체제의 권력이 상실되거나 붕괴되는 것도 예상되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김정일이 2002년 한 것처럼 대외개방하지 않고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모순과 효율성을 바꾸려는 ‘평양스타일’밖에 못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국민이 합심하고 자주국방과 동맹을 통한 안보체제를 확립하면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들에 유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하면서 독일 통일 때 동독 주민처럼 북한 주민들이 북한체제를 자유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한 후 정치통합에 응하도록 하는 대북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을 보면 서독은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서독기본법 전문에 의거 ‘통일’보다 ‘자유’를 더 중요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서 공산화 통일 논의가 대두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일관되게 원칙을 지킨 것을 배경으로 동독 주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독일 통일은 실로 동독 주민의 마음속에 형성된 근본적 체제비판과 거부, 서독민주사회가 자신들의 지향체제임을 깨닫고 스스로 체제를 바꾼 후 서독체제로의 편입을 자체적으로 결정, 연방에 가입해 이뤄졌다.

한국은 이제까지 ‘민족통일’을 명분으로 북한 당국과의 교류·협력에 의한 기능주의적 접근이 북한 체제를 변화,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반성한 후 통일한국이 지향할 가치에서 출발, 새로운 남북한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은 ‘피가 같으니’ 다시 하나가 돼야 하고 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신기루 같은 민족주의와 남북한 간의 협력은 ‘자동적으로’ 통일로 연결된다는 낙관주의에 기대지 말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관을 고수하면서 열심히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헌법의 핵심 가치(Core Values)이며 건국 후 성장, 번영해온 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해서 평화ㆍ자유ㆍ민주· 경제적 풍요와 복지를 구가하는 선진국가로의 통일과 세계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창달에도 기여하는 것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미래한국) 

송종환 본지 편집위원 /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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