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돕기 촛불이 흔들린다
탈북민 돕기 촛불이 흔들린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9.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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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교회, 시민단체, 탈북민들이 해법 찾아야

지난 9월 19일 오후 효자동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 시민단체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 소속 회원들이 탈북난민의 강제북송 중지를 호소하는 수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이 200차 집회다. 이 단체의 김규호 목사는 “중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 북송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집회를 연 옥인교회 주차장 한 쪽에는 역시 중국정부에 탈북민 강제 북송 중지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시민 모임 ‘자생초’(자유 생명 그리고 진실을 위한 촛불)의 천막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단식농성 등으로 탈북민 북송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 시킨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지난 2월 14일 박선영 전 의원과 함께 촛불집회를 시작해 박 전 의원이 중단한 후에도 피켓시위와 촛불시위를 하는 식으로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 갈래 진행 중인 옥인교회 앞 촛불집회

그 옆에는 탈북민들이 텐트를 설치해 지난 2월부터 1일 금식기도를 계속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릴레이식으로 탈북민들의 북송 중지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옥인교회 앞 탈북민 북송 저지 캠페인은 이렇게 정기적으로 집회를 하는 시민단체, 천막 농성을 하며 촛불집회를 하는 자생초, 금식 기도를 하는 탈북민,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집회가 8개월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정당한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집회를 하고 있는 자생초·탈북민과 농성을 하는 장소의 소유주인 옥인교회, 그리고 자생초와 탈북민 간에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장기간의 집회로 옥인교회 주변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초 주장했던 대의명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자생초와 옥인교회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8월 31일 교회 측이 농성장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하면서부터다. 자생초는 이날 집회 200일을 맞아 전기구이 통닭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북한민주화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는 의혹과 관련,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그런데 행사 내용이 교회가 수용하기에는 다소 지나쳤다는 게 옥인교회 측 입장이다. 옥인교회 관계자는 “자생초가 사전 통보 없이 교회 정문 앞에서 통닭을 팔고 유행가를 크게 틀어놓고 행사를 준비해 정상적인 교회활동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급하게 전기 공급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단전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이전부터 주변 주민들이 집회를 중지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와 어쩔 수 없다는 게 교회 측 설명이다.

옥인교회-자생초-탈북민 삼자간 불협화음

옥인교회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자생초는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운동을 반대하는 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자생초 소속의 강재천 씨는 “교회 일부 장로가 정치적인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와 관련해선 “소음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지만 입에 마스크를 쓰고 묵언 시위를 하는데도 민원이 제기된 것을 보면 분명 거짓 민원이다”면서 “한 사람이 500번 이상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옥인교회는 탈북민 북송을 반대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기간의 농성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황이다. 최근에야 소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교회 앞을 지나가는 행인이나 교회에 출입하는 신도들이 자생초의 농성을 좋게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생초와 탈북민들이 교회 주차장에 설치한 임시 구조물들이 관련 법규에 어긋난 것이어서 옥인교회는 관계 당국에 의해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떠나는 탈북민들 … 촛불이 계속되려면

문제는 이러는 사이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박 전 의원이 농성을 종료한 후 이제껏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자생초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는 대목이다.

탈북민 구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자생초가 탈북자 강제북송이라는 이슈를 제기하고 10개월 동안 촛불집회를 계속한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자생초가 좀 더 열린 자세로 촛불집회를 진행했으면 대중운동으로 성공했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자생초가 주도하고 있는 옥인교회 앞 촛불집회는 다른 시민단체의 공동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재천 씨는 이와 관련 “촛불집회 문호는 항상 개방돼 있고 누구라도 환영하지만 단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참여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옥인교회 앞에서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옥인교회가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기도회를 진행하기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장소를 옮기려는 배경에는 자생초의 개방적이지 않은 태도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옥인교회 탈북민 기도를 주도하고 있는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에 따르면 자생초가 협조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이 원장은 “다음 주에 기자회견을 하고 기도회를 하는 텐트를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라며 “현재 파고다 공원 등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에 탈북자들과 북한에서 핍박받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 1,000일 기도를 계획했기 때문에 장소를 바꿔서라도 기도회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주민 민원에 시달리고 법규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가 받은 옥인교회, 그리고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의 상징처럼 돼버린 옥인교회를 떠나 새로운 장소를 찾는 탈북민들.

이제 옥인교회 앞 탈북민 북송저지 반대 촛불집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껏 촛불집회를 꿋꿋하게 이어온 자생초가 어떤 방식으로 탈북민 북송 저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탈북민글로리아선교단 소속의 한 탈북민은 “탈북자 숫자가 이제 2만명이 넘는데 이들 모두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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