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캐시(Dan Cathy). 일요일에 문 닫고도 점포당 매출액이 맥도날드보다 많은 치킨 패스트푸드 회사인 ‘칙필레’(Chick-Fill-A) 사장이다. 1967년 칙필레를 설립한 아버지인 트루엣 캐시에 이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가 최근 미국사회에서 화제다.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칙필레의 용기 있는 행동
독실한 기독교인인 캐시 사장은 지난 16일 침례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칙필레가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죄를 인정한다”고 돌려 말하며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성경에서 정의하는 가족의 단위(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만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캐시 사장은 이틀 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나님께 주먹을 휘두르며 우리가 당신보다 결혼에 대한 정의를 잘 안다고 말할수록 이 나라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한다”며 “나는 오만하게 결혼의 개념을 재정의하려는 우리 세대에 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군대도, 일부 교회도, 많은 기업들도 지지·후원하며 이제 미국사회에서 대세로 굳혀져가는 듯한 ‘동성애/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정면 거부한 것이다.
기독교계는 그를 ‘용기 있는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Family Research Council’의 토니 퍼킨스 회장은 “캐시 사장의 용기에 칭송을 보낸다. 성경 원칙에 기초한 칙필레는 그동안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며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성결혼 반대 단체인 ‘The National organization for Marriage’은 “칙필레는 영웅적인 기업”이라고 높게 평가했고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자이자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오는 8월 1일을 ‘칙필레 감사의 날’로 정해 이날 칙필레 가게에 가서 물건을 팔아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동성애 지지자들은 ‘편협한 기업인’이라며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 미국 최대 동성애자 권리단체인 ‘Human Right Campaign’의 차드 그리핀 회장은 “칙필레의 본색이 드러났다. 나라 전체는 포용으로 가고 있는데 칙필레는 과거의 해묵은 정신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이렇게 공개적으로 차별적인 회사에 이제 소비자의 선택이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칙필레에 캐릭터 인형을 공급해왔던 짐 헨슨 회사는 “50년 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지해온 우리는 동성애를 강력히 지지해왔다”며 “이를 거부한 칙필레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동성애 반대의 역풍들
보스턴 시장인 토마스 메니노는 “보스턴은 개방적이며 포용의 최전방”이라며 “우리 시민의 일부를 차별하는 칙필레는 보스턴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칙필레는 보스턴에는 지점을 갖고 있지 않다.
동성애자들은 8월 3일을 ‘전국 동성애자 키스의 날’로 정하고 이날 전국의 칙필레 지점에서 가서 동성애자끼리 키스하며 항의하자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고 있다.
칙필레는 회사 목적을 ‘맡겨진 모든 것을 충실히 완수하는 청지기가 되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칙필레와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명시하는 등 성경적 원칙에 따라 운영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미 전역에 1,6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은 40억 달러로 44년 연속 매출액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칙필레는 2011년 1월 펜실베이니아의 한 칙필레 지점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한 결혼세미나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동성애 지지 단체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한 단체는 칙필레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그룹들에 3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2010년에는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며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초 노스웨스턴대 학생회는 칙필레의 학교 입주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시 사장은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이것(동성결혼 반대)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성경적 원칙에 따라 (회사를)운영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칙필레와 달리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자 회사인 ‘오레오’(Oreo)는 지난 6월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 ‘긍지’의 달을 맞아 동성애자들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의 과자를 선보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유명 커피회사인 스타벅스(Starbucks)와 철물백화점인 홈디포(Home Depot)는 지난 1월과 5월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콜라 회사인 펩시(Pepsi)는 미국 내 최대동성애자 단체인 Human Right Campaign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청바지회사인 리바이스(LEVI’S), 월트디즈니, 백화점인 JC Penny, Macy’s, Target 등은 동성애자들을 지지한다는 내규를 만들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백화점인 Target은 지난 6월 동성애자 긍지의 달을 맞아 자신들이 지정한 품목들이 팔릴 경우 나온 이윤 전체(최대 12만 달러)를 동성애자들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레즈비언 연예인을 백화점 홍보대사로 임명해 논란이 됐던 JC Penny는 최근 두 남자가 집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동성결혼 가정을 묘사한 소개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백화점 Macy’s는 지난해 12월 성전환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여직원을 해고해 화제가 됐다. 27세의 나탈리 존슨은 텍사스 샌앤토니 리버센터에 위치한 Macy’s 여직원이다. 하루는 젊은 남자가 여자 탈의실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여기는 여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여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장을 했고 여자옷을 입었지만 나탈리가 보기에는 남자였다.
유행이 된 동성애 지지
그는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었다. 동성애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기독교인 나탈리는 신앙의 양심으로 그 성전환자의 여자 탈의실 출입을 인정하지 않았다. 백화점 매니저는 나탈리를 불러 동성애자, 성전환자 모두에게 오픈돼 있다는 백화점 규정을 따르든지 직장을 그만두든지 선택하라고 했고 그녀는 직장을 그만뒀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지난해 5월 미국 인구의 25%가 게이, 레즈비언과 같은 동성애자들로 추정되고 미국인 53%가 동성결혼을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럽은 15년 전 만해도 동성결혼 반대가 68%였는데 이제는 과반수가 동성결혼을 찬성하고 있다며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댄 캐시 칙필레 사장의 동성결혼 반대 발언이 화제가 돼 미국사회 각 언론에 주목을 받고 ‘용기 있다’는 칭찬을 받는 것은 이렇게 달라진 미국사회 때문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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