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夢想) - 북한과 미국이 바뀌었다면?
몽상(夢想) - 북한과 미국이 바뀌었다면?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2.07.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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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정상회담 감상기

우리 대통령이 역사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했다. ‘한미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쳐도 좋다’는 대통령의 평소 신념아래 대통령 휘하 모든 공직자와 애국 언론들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이번 회담을 준비한다.

우리 방문단은 이례적으로 ‘팔도 대장금 요리’를 미 대통령에게 접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최고급 재료들과 초특급호텔 주방장들을 미국으로 공수하기로 한다. 시민들은 비행장에 마중 나와 한미관계 발전의 염원을 담아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꽃다발 세례를 베푼다.

드디어 워싱턴. 미 대통령의 ‘깜짝 영접’ 여부가 모두의 관심이다. 물론 영접장소와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워낙 큰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바쁘신 분이고 격식에 메이지 않는 통 큰 분이라 미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스터리이자 논할 수 없는 금기이다.

미 의전측으로부터 긴급히 연락이 오고, 영접장소가 메모리얼 타워에서 피플스 팰리스로, 다시 피플스 팰리스에서 컬츄럴센터 스퀘어로 수 차례 바뀌며 그때마다 우리 일행은 차를 돌린다. 초장부터 초조함과 긴장감, 스릴의 연속이다.

드디어 감격의 영접시간. 그런데 왠 일인지 미 대통령의 얼굴이 근엄하기만 하다. 아무리 적장(敵將)이라도 처음에는 의전상 밝게 맞아주는 법인데 왜 그럴까, 아침을 잘 못 드셨나. 우리 대통령의 초조한 얼굴이 카메라에 비춘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에 조공을 바치러 간다는 둥 사대주의라는 둥 비판도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미관계발전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대통령으로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중론이었다.

첫날 만찬장에서는 미 국무장관이 나와 50여분간 고압적 자세로 잘못된 한미관계에 대해 지적한다. 이 또한 외교관례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급기야 우리 대통령이 나서 ‘다 들은 것으로 합시다’라며 용감히 한마디 하지만 국익을 위해 더 이상은 참는다. 측근들에게 ‘이대로라면 짐을 싸서 돌아가야겠다’고도 하지만, 물론 말뿐이다.

다음날 아침 미 대통령은 예정보다 30분이나 일찍 우리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갑자기 통보를 한다. 미 대통령은 또 회담에서 아예 하루 이틀 더 푹 쉬다 가면 어떻겠냐고 우리 대통령에게 깜짝 제안을 한다. 이 또한 국제관례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지만 혈맹 한미양국에 관례가 무슨 대수인가. 미 대통령의 이 통 큰 제안은 세간에서도 정답게 회자된다.

이튿날 저녁, 드디어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 팔도강산 음식을 미측에 대접하는 순서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미 대통령은 오지 않고, 백악관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고유 음식을 미 대통령께서 맛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우리 일행은 식어가는 팔도산해진미를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삭일 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지만, 막장의 ‘깜짝 방문’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무시나.

다음날 우리 대통령은 불법구금과 고문 논란이 일고 있는 관타나모수용소를 방문해 ‘국민의 행복이 나오는 국민주권 수용소’라는 서명을 남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법률가 출신으로 일찍이 어법에 통달한 우리 대통령은 ‘—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생략한 자신의 발상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 정도면 세계 언론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미 대통령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그러나 분별 있고 자존심 강한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사대주의적 대통령과 그가 겪은 일련의 수모를 보면서 급기야 폭발하고 만다. 한동안 잠잠하던 반미가 수면에 오르고, 한총련 자주연대 학생들이 미 대사관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시작하면서 한미양국의 정권교체를 요구한다.

거의 잊혀진 일이긴 하지만 수년 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당시 미 대통령은 세계가 주목하던 반세기만의 한미정상회담을 일절 설명 없이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연기했고, 우리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비워둔 채 벌서는 아이처럼 하루 종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다음날 백악관으로부터 이제 와도 좋다는 소식이 내려와 회담이 열리긴 했지만, 당시 회담에서도 연로한 우리 대통령을 조마조마하게 했던 미 대통령의 돌출행동은 끝이 없었다.

이후 미 대통령 계좌에 5억불 현찰을 송금하지 않았던 것이 일방적 회담연기 사유로 밝혀지면서 우리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폭발했고 대대적 반미궐기가 이어졌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지만, 반미와 전혀 관계없던 효순이 미선이 사고가 당시 국민궐기와 연계됐던 것도 이전의 5억 달러 대미 조공사건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소국의 서러움은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끝이 없다, 하지만 지혜롭고 행동할 줄 아는 국민들이기에 아, 우리는 행복하다. The end (夢想). (미래한국) 

편집장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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