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귀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미래한국
  • 승인 2012.05.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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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당시 학급친구들과 ‘너 어제밤 전설의 고향 봤어?’하며 소름이 돋은 채 ‘무서운 얘기’를 나누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 구성해 보면 전설의 고향의 플롯은 대략 이런 거였다. 어떤 마을에 밤만 되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에서는 피를 흘리는 소복 입은 처녀가 나타나는데, 사연인즉슨 그 귀신은 동네의 풍습, 결국 욕심과 탐욕이 만들어낸 동네 어른들의 완고한 신앙때문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던 가난하고 힘없는 동네 소녀였던 것이다.

그러한 귀신 얘기들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실제로 믿었던 것 같다. 동서양 할 것 없이 밤이 되고 보름달이 뜨면 깊은 숲속에는 귀신들과 유령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녔고 아주 가끔 용기 있는 자들이나 미명(未明)을 뛰어넘는 선각자들이 나타나 악령 혹은 ‘용’과 싸워 이기거나 그 존재를 극복할 뿐이었다. 각종 귀신들이 살 자리를 잃게 된 것은 르네상스와 전기(電氣)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근대이후인 것 같다.

북한 전역에는 현재 약 3만8천여개의 김일성 동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유사시 동상들을 주민들보다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한 특별군사계획이 마련돼 있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있다. 평양 만수대의 거대한 김일성동상 머리주변에는 가끔씩 비둘기가 맴돌며 울며 김일성수령을 경배(?)한다고 한다.

김정은정권이 조만간 붕괴할 때 김일성 동상들은 드라마틱하게 끌어내려져 파괴될 것이다. 그 장면은 21세기 세계최대 사이비종교의 종막을 고하는 뉴스의 하이라이트가 될 테지만, 북한주민들은 한동안 세상이 혼란스럽고 삶이 어려워질 때마다 김일성수령을 끌어내린 자들을 원망하며 저주의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와 내 안의 우상과 귀신은 무엇일까.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집착하는 것, 우리의 상식과 이성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거짓과 탐욕이 잉태시킨 우리 시대의 우상은 모습만 변했을 뿐 우리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소유자들에게 성인(saint)의 머리위의 그것과 같은 찬란한 후광(halo)을 가져다주는 돈과 외모, 학벌 등 각종 스펙 뿐이 아니다. 한창 유행중인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20,30대 눈치보기, 그리고 나꼼수 류가 몰고 온 하수도문화는 이에 환호하고 아부하는 국민과 정치권력에게는 이성이 힘을 잃은 이 시대의 우상과 귀신인 것이다.

김범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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