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문제, 봄은 오는가
탈북민 문제, 봄은 오는가
  • 김범수
  • 승인 2012.03.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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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범수 / 세이브엔케이 집행위원장 twitter_@partykorea  

10여년 만에 봄이 오는가. 탈북민들의 인권문제 얘기다.

그동안 북한을 떠나 해외를 떠도는 탈북민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왔다. 체포와 북송의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노예와 짐승같이 인신매매에 팔려다니는 그들의 실제 삶뿐만이 아니다. 탈북민 인권문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어두움의 영역에 속해왔다. 외면과 냉대를 받으며 누구나 쉬쉬하는 문제였다. 정부와 정치권, 방송, 언론들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고 다루더라도 비주류, 마이너 이슈로 취급해왔다.

1999년 (사)세이브엔케이(Save North Korea, 舊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가 탈북민들을 국제법적 난민으로 인정하고 중국의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는 유엔청원 서명운동을 펼칠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국민 4,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180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은 ‘환난’ 중에 있는 수만, 수십만 탈북민들에 대한 우리의 최소한의 관심과 양심, 인간애의 표명이었다.

A4용지 50만장, 100만 페이지에 달하는 1,180만명의 서명지는 그 일부가 뉴욕 유엔본부에 전달됐고, 전 분량은 9개의 DVD에 담겨 워싱턴 상하의원실과 의회도서관, 제네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스트라스부르그 유럽의회 등 국제 관계기관과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돼 우리의 뜻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과 염원이 급격히 식고 어느덧 어두움 속에서 잊혀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햇볕정책의 ‘햇볕’ 때문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대적 대북지원이 시작되면서 북한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일은 ‘반통일’ ‘반평화’ ‘반정부’ 활동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탈북민을 사지(死地)에서 구출하는 일이 브로커들의 돈장사로 매도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탈북민 인권활동이 격려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냉대와 멸시와 왕따를 각오해야 하는 비주류 운동이 돼왔던 것이다.

최근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장관, 여당 대표, 유명 연예인들이 나서 해결을 촉구하고, 그동안 끈질기게 이 문제를 외면해온 야당 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중국정부에 대해 북송중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생명의 문제인 동시에 통일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는 탈북민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나가야 한다. 

최근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의원직을 사퇴한 사건은 분명 네거티브 정치의 폐해사례였다. ‘쎈놈 때리기’를 통한 재선을 목표로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던 강 전 의원의 목적과 방법상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이념적으로 경도됐던 우리 사회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폭발하는 젊은 에너지였다. 꼬인 게 없이 당당한 젊은 우리 국민들은 이제 쭈뼛쭈뼛 거리며 국민들과 주변국의 눈치나 보는 과거 정치인들에 신물이 나 있고 신념과 확신에 차 있는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확신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권과 생명, 나아가 통일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위해서일 때 국민들은 분명 환호하며 기꺼이 힘을 모을 것이다. 이번에 국가 지도자들이 탈북민 문제를 신념화하자 10여년간 꽁꽁 얼었던 무관심과 외면의 겨울에 봄바람이 일시 불게 된 것처럼 말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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