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경제학 - 너나 잘하세요
기독교 경제학 - 너나 잘하세요
  • 미래한국
  • 승인 2012.01.3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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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김범수
www.kimbumsoo.net  

지난주 국회에서 이른바 ‘대기업 떡볶이·제빵사업 금지법’이 발의됐다.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관리가 안된다. 그 취지가 이해가 가면서도 앞뒤가 온통 뒤엉킨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빵집 금지법이라니! 

하기야 전날인 2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나서 재벌가 자녀들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다음날 몇몇 대기업들이 즉각 빵집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재벌가 자녀들이 이른바 ‘골목 상권’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당장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최고급 지도자들, 그것도 ‘기업프렌들리’를 경제정책 기치로 내건 대통령이나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보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호한 업종규제에 나서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기만 하다.

앞서 한나라당은 대표적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 좌장으로 영입했고, 민주통합당은 재벌해체론을 공공연히 제기해 왔다. 고공행진 중인 안철수 교수는 한국의 기업생태계를 ‘삼성동물원, LG동물원’이라며 희화화하기도 했다.

재벌 때리기가 더 이상 선거철마다 나오는 의례적 포퓰리즘 구호나 기업 후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야합·공생 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금년 양대 선거의 결과에 따라서는 몇몇 재벌의 해체가 현실화될 수 있는 분위기다. 

과연 기독교인들은 경제문제, 특히 부의 분배와 재벌의 독점과 윤리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거창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소위 ‘기독교 경제학’이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신학자, 경제학자, 기업인 등 세계의 기독교 지성인 100여명이 1990년 영국에 모여 신앙과 경제의 문제를 집대성해 발표한 ‘옥스퍼드선언(Oxford Declaration on Christian Faith and Economics)’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경제문제를 언급한 성경 구절에 관한 해석은 다양한 정치사회 이념과 경제적 이론만큼이나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각 진영에 따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들릴 때가 많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기독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성악설(性惡說)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며 또한 자유로운 선택 의지를 갖고 있어서 언제나 죄를 지을 수 있지만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특히 좌파들은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요인을 가정과 사회적 환경 등 외부에서 찾지만 기독교는 그 책임을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묻는다. 이건희의 백만원을 훔치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의 백만원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하고 죄를 범하는 일이며 (특별한 ‘은혜’가 없는 한) 처벌을 받을 일이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것이 우리의 본성이지만 성경은 한마디로 ‘너나 잘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마 7:4, 마 20:14, 요 21:22 등) 대기업은 악하고, 중소기업은 선하며, 영세기업은 피해자라는 식의 인식은 황당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악하다. 

최소한의 정부개입과 기업규제 축소에 따른 공공이익 및 파이의 성장에 대한 자유주의-경제학적 설명도 가능하지만 반대적 이론 또한 가능할 것이다. 기업가들이 반드시 시장 옹호자인 것도 아니다. 일부 대기업이 정부의 특혜와 야합, 독점을 통해 성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장과 경제정의의 실현은 정부 규제 시스템이나 혁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우리 개인에게 달려 있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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