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가치 담긴 외교안보 정책을 말하다
보수 가치 담긴 외교안보 정책을 말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1.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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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가 뛴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미래한국 대표이사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세계가 경제문제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김정일의 사망으로 3대 세습 진용을 갖추고 있는 북한도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올 한 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고,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진단을 들어보았다. 이정훈 교수는 외국 언론들이 자문을 구하는 외교안보 전문가이다. 이번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영국 BBC, 미국 ABC 등 세계적인 방송사에서 이정훈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 12월 말 미래한국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정훈 교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외교안보 자문을 맡고 있으며 자유선진당이 창당할 때도 자문 역할을 맡았다. 정치권에 자문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국내에 확고한 보수 정당이 없습니다. 대북정책, 대외정책,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수의 가치를 구현해 정책노선을 잘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맡은 것입니다.”

- 좌파 교수들이 목소리를 높은 가운데 우파 교수들은 생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확고한 보수적 사고와 철학을 갖고 보수 가치 확산을 위해 뛰는 교수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대학 교수는 객관적인 차원에서 특정학문 이론이나 적용방법론을 가르칠 의무가 있습니다. 사회를 갈등구조로 보고,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보수든 진보든,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세계 외교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합니까.
“어느 각도, 어느 지역에서 보든 북한의 비중이 큰 건 사실입니다. 북핵문제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 위협입니다. 미국에게 중요한 이슈지요.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은 의문이 있지만 2009년 2차 핵실험은 기술적인 문제 제기는 있다고 해도 성공한 핵실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북한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갖게 됐습니다.”

- 6자회담을 비롯,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남은 건 핵무기와 위협이군요.
“우리 측에서 ‘비핵화하자, 핵을 포기하면 뭘 주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북한에서 들을 때는 우습죠. 핵은 북한의 체제유지 수단이고 생존수단인데 포기하겠습니까. 십수년 간 국제사회와 한국이 안 되는 방법을 주장하고 있는 건데 방법론에서 실패한 겁니다.”

3차 북핵실험 전망…정부가 대북심리전 펼쳐야  

-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과 교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북한이 핵실험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국제사회로부터 특별한 제재가 없으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해 북한의 해외 자본을 동결했는데, 핵을 불능화 시킨다는 전제 하에 방코델타아시아의 자금을 풀어줬습니다. 미국이 조금만 더 인내하고 압박했으면 비핵화의 실마리가 생겼을 텐데 기회를 놓쳤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영향력은 경제 밖에 없습니다. 금강산은 피격사건 이후 중단됐지만 개성공단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2006년에 기회를 놓쳐서 현 구도로서는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 핵을 갖고 있는 북한에 계속 끌려 다니는 형국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이 과연 북한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북한 정권의 형태는 어떤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체제 유지를 위해 군부의 지지가 핵심적이겠지요. 3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합니다. 좌파에서는 자꾸 교류의 기회다, 경제적 지원을 하자, 북한의 안정이 중요하다,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건 북한의 체제를 현상 유지 시키자는 뜻입니다. 새 지도체제가 20~30년 갈 텐데, 북한동포들에게 이대로 살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김씨 왕조를 포함한 북한의 기득권세력 2~3%를 위해 2,30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통일이고, 그 전에 북한이 개방을 하고 핵을 포기하라고 정확히 얘기해야 합니다.”

- 그럼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까요.
“저쪽에서 먼저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든, 위협을 하든, 일단 기다리는 게 현명합니다. 협상을 할 때는 원하는 조건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조건을 100% 제시해 상대방이 70~80%만 수용해도 좋은 협상이 됩니다. 북한 동포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메시지도 정부 차원에서 전해야 합니다. 풍선 날리기를 왜 NGO가 합니까.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북한에서 대남선전을 주민들이 하나요? 더 적극적으로 대북심리전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 우리의 군사력이 열세인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북한이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으니 위협적인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전쟁을 하면 김씨 왕조와 군부의 기득권이 끝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건 다 정권 유지의 수단일 뿐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전쟁을 일으키면 장기간 지탱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100% 이길 수 없다는 걸 저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있고, 중국도 6·25 때와 달리 국제사회의 눈치를 봅니다. 좌파에서는 우리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전쟁이 난다며 전쟁에 대한 위협을 피력하는데 그건 잘못된 가정입니다.”

좌파의 전쟁 위협은 잘못된 가정

- 연평도 포격처럼 국지적인 공격을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반격할 걸 알기 때문에 그럴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연평도 사건이 난 이후 일부 전문가들이 2011년에 무력도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없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때 정부가 바로 북 잠수함 기지를 폭격했다면 연평도 포격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걸로 예측하십니까.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탱크부대를 방문했고 청와대 불바다 발언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였습니다. 김정일 때보다 더 힘든 구도가 됐다고 봅니다. 숙청된 사람도 많고 해서 군부도 똑같지 않을 겁니다. 북한의 새 지도체제가 구축된 뒤 대남정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봐가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 북한이 더 강성으로 나갈 것으로 보십니까.
“김정은이 어린 데다 권력투쟁이 일어나면서 신체제가 약화될 겁니다. 김일성보다 김정일이, 김정일보다 김정은이 더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의 타이틀을 뭐라고 붙이든 명분이 없습니다. 계속 약화되는 과정에서 불안하니 내부 결집 수단으로 대외적인 위협과 도발을 할 수도 있습니다. 1970년대 김정일이 들어섰을 때도 그런 패턴대로 움직였습니다.”

- 북한 변수에다 4월과 12월 선거, 거세게 부는 좌파 바람 등으로 보수우파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북한변수보다 국내변수 때문에 더 불안합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신뢰감만 있으면 불안할 게 없는데 좌파와 종북세력들이 안에서 흔들어 대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학생인권조례부터 별의별 법안을 통해 한국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중입니다. 우리 경제가 최악인 것처럼 비난을 쏟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한 인류 역사상 9번째 국가입니다. 수출이 세계 7위로 경제로만 따지면 미국 일본 중국을 제외한 웬만한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민생에 있어서 부동산과 교육비가 문제인데 교육비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문제입니다. 해외에 다녀보면 대한민국처럼 잘되는 나라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사람들이 빠르고 일을 잘합니다.”

사교육을 잡아야 민생이 해결된다

- 민생 문제가 늘 대두되고 그 중에서도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 경제 규모나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학 등록금이 그렇게 비싼 건 아닙니다. 미국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사교육비가 문제입니다. 공교육을 인위적으로 붕괴 시킨 ‘평준화’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늘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생긴 겁니다. 교육부가 그만 간섭하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자율화만 되면, 10~15년 사이에 세계적인 대학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족성은 경쟁만 붙이면 성공합니다. 민사고와 외고의 해외 명문대 입학률이 미국 최고 명문고보다 높습니다. 자율화가 열쇠입니다.”

- 이 정부 들어 설립한 자립형사립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많더군요.
“수십개의 학교 유형이 있는데 딱 필요한 건 공립과 사립뿐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예산이 국방예산보다 더 큽니다. 등록금을 못 올려 사립학교 교사들 월급으로 나가기 때문입니다. 사립은 알아서 하게 하고 공립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민생고의 핵심이 교육과 부동산인데 교육의 자율화를 통해서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립학교를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념에 치우친 사람들이 아니라 실력 있는 사람들이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젊은애들 잘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 시민단체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정치를 한 적이 없는 안철수 씨가 바람을 일으키는 등 새로운 현상 앞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누구든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3의 비정치적인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정치세력들이 제대로 못해 벌어진 일인데, 문제는 좌파에서 상황을 포착해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간다는 겁니다. 기존 정당구도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대통령이 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대한민국 보수세력이 노력해서 500만표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국민들이 실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기 살길만 찾으니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새바람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 차기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은 어떤 것입니까.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잘못 진단하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됩니다. 국제적 입지와 남북한 관계 등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것을 토대로 좋은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현 정부는 중도실용이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을 내놓아 고전했습니다. 그건 방법론일 뿐 목표 제시를 못한 거죠. 국민들은 명분 있는 강한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일본도 능가하는 엄청난 국가가될 수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확실한 목표 의식 아래 강한 리더십으로 국민을 끌고 나가야 합니다.”

-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요.
“호주나 폴란드 등 외국에서 한미동맹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넘겨줘야 하는데 다음 정권에서 조금이라도 뒤로 미뤄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안보문제가 안정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것처럼 말하는 시각이 있는데 중국은 엄연한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우리와 중국의 무역규모가 크니 중국과 파트너로서 잘 지내는 건 중요합니다. 다만 미중관계에서 중간 역할을 한다는 식의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정체성이 뭔지 중국한테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위기 넘기면 일본도 능가할 것”

- 부친이 3공화국 시절 한일국교정상화, 월남파병, 중동진출, 아스팍회의 개최 등 굵직굵직한 외교사항이 많을 때 외무부 장관을 지낸 이동원 장관님인데 그 시대의 어른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버지와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 분들을 뵈면 국가관과 애국심, 국가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는 걸 느낍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걸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 미래한국의 대표이사를 맡으셨는데 어떤 각오로 일하실 계획입니까.
“어려운 시기에 김상철 회장님이 잘 끌어오셨습니다. 미래한국에 우수한 편집위원들이 계셔서 공동체제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대단히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대한민국호의 덩치는 큰데 끌고 나갈 마땅한 어른이 없습니다. 올바른 방향성, 품어야 할 비전과 철학을 나라에 제시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래한국)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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