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는 개척교회 이끄는 만화가 목사
재미 있는 개척교회 이끄는 만화가 목사
  • 미래한국
  • 승인 2011.12.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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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열전] 조인교회 조대현 목사

 
1년 전 <개척교회는 재미 있다>는 책을 낸 조인교회 조대현 목사에게 개척교회가 정말 재미 있는지 물어봤다. 조 목사는 “아, 재미 있지요”라고 말한 뒤 “많이 어려워요”라고 덧붙였다. 책은 아직도 초판이 다 팔리지 않은 상태였다. 조 목사는 책이 안 팔린 이유를 “다들 성공한 교회에 관심이 있지, 개척교회에는 관심이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개척교회는 재미 있다>는 재미 있으면서 초심을 회복하게 하는 찡한 내용이 담겨 있다.

1년에 개척교회 3,000개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조대현 목사는 2년 6개월 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지하 35평 공간을 빌려 교회를 개척했다. ‘지하 개척교회’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출발해 3개월 전 지상 3층의 50평 공간으로 비상했다. 현재 출석교인은 30명이다.

“개척교회는 3~5년이 고비인데 3년도 되기 전에 지상으로 올라왔으니 실적이 좋은 거죠. 목회자 친구들이 와서 보고 뭔가 꿈틀거린다며 ‘이제 된다’고들 하더군요.”

조대현 목사는 국민일보에서 10년, 헤럴드경제에서 5년, 도합 15년 동안 시사만평을 그린 ‘잘 나가는’ 화백이었다. 30만부가 팔린 <울퉁불퉁 삼총사>를 비롯해 <한나 엄마><만화 성경관통><조지 뮬러> 등 총 32권의 신앙만화를 출간한 현역 만화가이기도 하다.

2003년 45세의 나이로 목사 안수를 받고 2004년부터 부목사로 목회 현장에 나섰다. 부목사로 사역할 때는 생활비에 못 미치는 사례비나마 받았으나 2009년 교회를 개척한 이래로 사례비는 꿈도 못 꾸고 매달 모자라는 임대료를 마련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다.

모태신앙인 그는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될 꿈을 꾸었고, 24세에 <추수와 소녀>를 출간하면서 순조롭게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25세 때 기도원 원장으로부터 “주의 종이 될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목회에 뜻이 없어 귀담아 듣지 않았다.

교사로 청년회장으로 성가대원으로 봉사하면서 29세 때부터 만화를 통한 선교활동을 했다.

“헌신예배 강사로 오신 시골교회 목사님이 서울에서 청년들이 안 오면 여름성경학교를 사모님과 둘이서 힘들게 이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순간 만화로 애들에게 봉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가서 만화설교를 하고 커리커처도 그려주고 아이들에게 제 만화도 선물했습니다. 기쁘고 보람 있어서 그 후 계속 하게 됐죠.”

평신도로 만화설교 초청을 많이 받게 되자 자연히 신학공부를 할 마음이 일었다. 그때만 해도 목사가 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흔 살에 야간 신학교에 입학을 한 뒤 기도만 하면 “목회를 하라”는 음성이 들렸다.

“방언하면서 기도하면 환상이 보이고 ‘복음을 전하는 데 네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들리는 거예요. 기도원에 기도하러 가기가 겁날 정도였어요. 결국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자’는 생각에서 포기하고 ‘하나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기도드렸지요.”

 
45세에 화백에서 목사로 변신

2003년에 목사안수를 받고 헤럴드경제를 그만두었다.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을 때 출석교인 300명 규모의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오라는 요청이 있었다.

“건물도 있고 사례비도 많이 주는 교회였지만 자신이 없고 무엇보다도 하기가 싫었어요.  그 교회에 안 간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목회를 시작했으면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고 그로인해 성도들이 고통당했을 겁니다.”

부목사 사례비로는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가 힘들 때였다. 궁여지책으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교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런 상황이니 개척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첫 날, 기도 중에 ‘0:100’이라는 숫자를 보게 됐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는데 ‘나의 가능성은 0%지만 하나님의 가능성은 100%다. 교회 개척은 하나님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3월부터 아는 분 학원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6월에 지하상가를 얻어 개척하게 됐죠.”

교사, 성가대 지휘자, 경배와 찬양팀 리더, 드라마 예배 연출, 뮤지컬 작곡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조대현 목사는 어떻게 보면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개척교회 목사에 적역이었다. 교회를 카페 형식으로 예쁘게 꾸미고 열심히 전도를 했다.

“매일 공원에 나가 커리커처도 그려주고 방송 출연도 하고 전도지도 돌리고 했더니 전화가 많이 왔어요. 처음에 반갑게 인사하다가 교회가 지하에 있다, 교인이 몇 명이다, 그러면 다들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슬그머니 전화를 끊어요. 지하가 싫은 데다 교인이 너무 적어 부담이 된 거죠.”

배드민턴 잘 치는 사람을 전도하기 위해 함께 클럽에 가입했다가 근육이 파열되기도 하고 꼭 온다던 사람이 안와서 실망하기도 하면서도 힘든 개척교회를 이끌어나갔다.

십자가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심에 교회가 많아 개척교회 무용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조 목사는 교회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 전에 65세 되신 할머니가 세례를 받으셨어요. 생전 처음 교회 나오신 분인데 우리 교회가 안 생겼으면 교회에 안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5년 간 교회를 떠났던 세 자매, 교회에 적응 못하던 청년들, 우리 교회에 이런 분들이 오십니다. TV 설교하시는 유명 목사님 교회에 갔다가 권위적인 분위기와 너무 잘난 교인들에게 위화감을 느껴 우리 교회로 오셨다는 분도 있어요. 여러 교회가 필요합니다. 저를 통해 완성되어야 할 교회가 있고, 우리 교회 같은 데여야 출석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개척교회 목사가 된 이후 한 영혼이 귀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전한다. 조 목사는 초창기에 “한 달에 1명씩 보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개척교회 목사님들은 1명이 새로 오면 가슴이 뛰어 설교를 못할 정도입니다. 새로 온 교인에게 전교인이 관심을 기울이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신앙생활을 잘하게 됩니다. 반면 부담스러워서 안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는 오시는 분들 편하게 해드리려고 등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개척교회를 이끌면서 마음 아픈 적도 많았지만 기적도 많이 체험했다. 아내의 친구가 초창기 때부터 교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직접 만들어 대접하다가 최근에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꿈에서 본 사람이 가족을 이끌고 교회에 온 신기한 일도 있었다.

아트홀로 꾸민 교회에 주민 초청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교회 문을 닫았다는 얘기가 들릴 때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기도하면서 인내했다.
“초창기에 아내만 앉혀 놓고 새벽기도 드릴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는 ‘힘드니까 사명이지 쉬우면 사명인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랬어요. 기도하는 중에 ‘2년 정도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필요하다. 땅속에서 썩어야 밀알이 껍질을 까고 싹을 틔운다’는 마음을 주셔서 참을 수 있었습니다.”

개척 2년을 막 넘긴 올 여름, 장마에 교회가 발목 정도까지 물이 차는 수해를 당했다. 섬으로 선교를 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교회에 나왔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교회 집기가 다 물에 잠길 뻔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지하교회 현실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이게 신호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얼마 후 가끔 만나는 다른 교회 장로님이 전화하셔서 ‘요즘 계속 목사님이 생각나는데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교회에 물이 들어온 얘기를 했더니 어디 옮길 데는 있느냐고 또 물어보셨어요. 가고 싶은 데는 있지만 옮기려면 보증금과 월세가 2배로 올라간다고 하니 알아보라고 하시더군요.”

평소 눈여겨봐둔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 상가 3층을 찾았다. 현대아파트 1,300세대 앞에 있는 상가인데 교회가 한 곳도 없었다. 부동산중개소에서 교회는 시끄러워 세를 안 줄 거라고 했으나 주인이 뜻밖에도 허락을 했고, 장로님이 모자라는 보증금 2,000만원을 헌금해주었다.

“자전거 타고 그 상가 앞을 지날 때마다 ‘여기로 옮기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그대로 됐어요. 월세가 배나 비싸졌지만 하나님이 채워주실 거라 믿고 지난 9월에 이사했습니다.”

교회를 옮기자마자 홍대 미대를 나온 화가와 기독교 방송사 PD 등 6명이 등록해 교회가 활기를 띠게 됐다. 교인들과 힘을 합쳐 교회를 아트홀 개념으로 조성했다.

“주중에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조명과 인테리어를 완전히 공연장처럼 꾸미고, 각 부서가 돌아가면서 본당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강단 뒤쪽을 무대장치처럼 바꾸었어요. 도르래를 단 여닫이문 3개를 만들어 어른예배, 어린이예배, 학생예배 때 다 배경을 달리하고 있어요. 의자와 탁자를 1인용으로 배치해 상황에 따라 위치를 바꿉니다. 십자가를 벽에 붙이지 않고 공중에 매달았는데 느낌이 참 다릅니다.”

주중에는 교회를 문화센터로 운영하고 있어 아예 ‘조인교회 아트홀’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주부 대상으로 만들기 강습을 하고 크리스천 한의사들의 지원으로 침술 봉사를 하자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졌다. 조대현 목사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 성경공부’와 목회자들의 요청으로 개설한 ‘만화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다. 11월에 주민초청 인형극이 성황리에 열렸다.

교회문을 닫고 잠적하는 개척교회 목회자가 늘고, 5년이 지나도 지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개척교회가 많은 상황에서 조 목사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월세가 모자라 빚이 늘어가는 처지이다. 그래서 외부 강의도 나가고 만화, 소설, 그림동화, 성경동화, 내적치유 서적 등 다양한 책을 구상하고 있다. 조 목사는 개척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을 두 가지로 꼽았다.

“일단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교회 월세와 목회자 생활비가 시급한 문제이고, 목회를 잘 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목회를 시작하면 부흥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 실천과 섬 선교 나서

조인교회는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설립 첫 해 크리스마스 때 서울 근교 장애인공동체에 쌀을 기증한 데 이어 절기마다 그곳으로 쌀을 보낸다. 매년 8월 첫 주면 3박 4일간 해남에서 배로 30분 걸리는 넙도로 선교를 떠난다. 부교역자 때부터 가던 곳으로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돼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조인교회로 출석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고 한다. 조 목사는 한 번 다녀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톡과 메일, 전화로 격려하면서 지속적으로 섬아이들과 교류한다.

조대현 목사는 벌써부터 큰 꿈을 꾸고 있다. 50명이 출석하면 옆 칸까지 세내어 공간을 배로 넓히고, 100명이 출석할 때부터 개척교회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100억을 들여 건축한 교회에 1만 명의 성도를 모으는 것보다, 1억씩 투자한 100개 교회의 목회자 100명이 지역을 섬기면 교인이 훨씬 많아질 겁니다. 또한 100명 단위의 교회가 많이 생기면 목회자는 초심을 유지하고 교회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신문사 화백으로서의 풍요로운 삶을 뒤로 하고 가시밭길로 들어선 조 목사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사만화를 그려본 적이 없는 제가 1988년에 국민일보 만평 화백이 되었을 때 ‘하나님이 내 인생을 끌고 가신다.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지하에서 지상으로 교회를 옮길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로 따라가야 합니다.”

요즘 조인교회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문턱이 높지 않은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산뜻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매료되고 있다. 2012년 1월 CCM 가수 하덕규 목사 초청 콘서트를 필두로 주민들과의 접촉점을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아담한 교회, 만화를 활용한 친근한 설교,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정한 교회, 조인교회는 지금 미래목회를 개척하는 중이다. (미래한국)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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