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유명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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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의 문화공감

 그림 / 권예림
꼭 닫힌 곳에 있으면 두려움에 빠지는 강박 신경증을 폐소공포증(閉所恐怖症)이라고 부른다. 인기리에 끝난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에 현빈은 폐소공포증을 앓는 백화점 사장으로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자 현빈이 갑자기 숨을 가쁘게 몰아쉬다가 기절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불이 나면서 자기 대신 죽은 소방대원 때문에 충격을 받아 폐소공포증을 앓는 것으로 그려졌다.

폐소공포증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환자의 마음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상처가 어떤 상황과 맞닿으면서 두려움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1·2평 독방에 갇힌다면 어떻게 될까. 감옥에 갔다 온 사람들을 여럿 만나봤는데 혐의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끌려갔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했다. 폐소공포증을 넘어서 아예 자살 유혹을 받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
고위공직자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감옥에서 목숨을 끊었거나 자살 시도를 했다. 억울해서 그런 일을 저질렀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대한 회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면서 심한 우울증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명예를 몹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폐쇄된 곳에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조롱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진다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7월 6일과 13일 MBC TV 무릎팍도사에 주병진 씨가 나왔다. 14년만의 출연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단 토크쇼를 진행하는 최고의 개그맨이면서 언더웨어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일구며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는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그랬던 그가 2000년에 강간치상 혐의를 받고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2년 만에 고등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직후 그의 회사 회장실에서 인터뷰한 일이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긴 했지만 무죄가 확실한 데도 그는 눈빛이 흔들렸다. 당시 그는 “마음이 불안하고 아직도 사건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TV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10년간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주병진 씨는 1심이 진행되는 동안 40여일 구치소에 갇혀 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후 밖에서 재판을 진행했고 무죄가 됐으니 당연히 다시 감옥에 가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구치소에 있었고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왜 10년이나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었을까. “무죄를 받았는데도 사람들은 애초에 보도된 것만 기억했다. 인터넷에서 계속 되는 마녀사냥에 자살하려는 마음까지 먹었다”는 그의 말이 충분히 답이 됐다.

그런가 하면 톱 가수였던 김모 씨는 사업을 하다가 사기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 2년 넘게 복역하고 만기 출소했다. 그 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그에게 “감방에 있을 때 답답하지 않았나”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감옥에 있을 때가 좋았다. 돈이 없어서 못 갚으니 몸으로라도 속죄해서 좋았다. 매일 여럿이 모여 예배드렸다”고 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주병진 씨는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고 김모 씨는 응당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차이가 있다. 취재 당시 주병진 씨 재판기록을 다 읽어봤는데 여자의 신고만 있었을 뿐 아무런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게 문제였다. 매일 거의 모든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년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무죄를 받았으나 사람들이 믿지 않고 계속 수군거린다면, 누구든 견디기 힘들 것이다.

억울한 걸로 따지자면 아마도 신동아그룹의 최순영 회장을 능가할 사람은 없을 듯싶다. 최 회장과 친분이 있는 유명 아나운서를 만나 “최순영 회장을 인터뷰할 예정”이라고 하자 “단군 이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동아그룹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고 독방에 갇혔을 때 최 회장은 납득이 가지 않고 너무 억울해 머리를 벽에다 마구 찧었다고 한다. 거의 죽을 정도로 괴로울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최 회장은 감옥에서 오히려 신앙을 회복했다.
20조원에 이르는 그룹 자산이 공중분해 됐지만 최 회장은 요즘 하나님을 찬양하며 신앙 간증에 열중하고 있다. 최순영 회장 부부를 직접 만났을 때 10여 년간 영어의 몸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TV에 비친 주병진 씨도 전성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멋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실제로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당하는 당사자에게 그게 아프고 크게 느껴지니 문제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럴 때는 로마서 12장 19절의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는 말씀을 기억하는 것이 최선이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하나님께 대신 원수 갚아달라고 낱낱이 고한 다음 깨끗이 잊어버리라는 뜻이다. 분한 것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 병이 생기고 때로는 스스로를 위협하게 된다.

지나간 과거나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이 승리하는 길이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라는 말씀을 깊이 새길 일이다.

본지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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