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대형교회에는 없을까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대형교회에는 없을까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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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의 문화공감]

 

천주교 신부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1월 14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가 영화관을 울음바다로 만들더니 설 연휴에 안방까지 적셨다.

‘KBS스페셜-수단의 슈바이처’를 편집한 <울지마 톤즈>는 지난해 9월에 개봉했다가 올해 재개봉해 현재 40만 명을 넘어섰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린 성적으로는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례적으로 설 연휴 기간에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를 KBS에서 방영했다. 요즘 다들 “울지마 톤즈 봤어? 이태석 신부 알아?”라고 인사할 정도이다. 조계종 스님들이 단체 관람을 했고 서울시내 초중고교 교장들도 함께 보면서 눈물지었다.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울지마 톤즈>를 줄지어 관람하고 있다.

어릴 적 나환자를 돕는 외국 신부의 삶에 감동해 신부가 되리라 결심했던 이태석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자꾸 ‘하나님께 끌려’ 결국 신학교에 진학했고,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낙후된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로 들어갔다. 이태석 신부는 그곳에서 의사로, 교육자로, 신부로 1인 다역을 하며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 알아?”

아무도 찾지 않는 나환자촌에 가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독학한 각종 악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브라스밴드를 만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각기 다른 신발을 신은 나환자들, 국가 주요 행사에 초청되어 연주를 하는 수단 최초의 브라스밴드, 한 사람의 고귀한 사랑이 기적이 되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8년간 온몸으로 헌신한 이태석 신부가 대장암에 걸려 생을 마감하고, 신부를 잃은 수단 아이들이 “아버지!”를 외치며 ‘사랑해 당신을’이라는 한국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은 ‘예수님이 이태석 신부님을 통해서 이 땅에 다시 오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독교인들은 ‘왜 목사님들은 저런 감동을 주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기독교에서 파송한 2만2000명의 선교사 가운데 많은 분이 이태석 신부 못지않게 힘든 오지에서 사랑을 베풀면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선교사가 아닌 폭력사태, 성문제, 횡령사건, 사기사건을 일으킨 대형교회 목사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죄 문제는 하나님 소관인 만큼 필자는 그저 현장에서 느낀 상황 대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개독교’라고 놀림당하면서도 마땅히 변명하거나 변호할 거리를 찾지 못하겠다는 게 요즘 기독교인들의 심정이다. 대형교회 목사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왜 유독 기독교가 공격받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목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독교가 파워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힘이 있으니 웬만큼 맞아도 일어설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와 함께 천주교나 불교는 중앙집권제여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지만 기독교는 각개전투를 하니 방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었다. 믿음 좋은 목사님들이야 각개전투를 하다 파편을 맞아도 끄떡없겠지만 평신도들은 잦고 강한 펀치에 그로기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과연 목사님들이 말하는 대로 강하기 때문에 공격당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대형교회에서 연이어 사건이 터지는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곳은 역시나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이다. 이명박 장로가 당선되자마자 소망교회를 두 차례에 걸쳐 취재한 필자에게 여러 기자들이 취재원을 소개해달라는 전화를 했다.

필자는 2000년부터 5년에 걸쳐 월간조선에 기고한 대형교회 기사를 묶어 2005년에 <큰교회 큰목사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당시 대형교회 목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했는데 유일하게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는 만나지 못했다. 소망교회에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에 입각하여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렵게 만난 그 교회 부목사에게 “잘못 알려지는 것 보다 제대로 알리는 게 낫지 않느냐”고 읍소하여 겨우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명박 당선자 시절 조선일보에 ‘소망교회, 파워엘리트들의 소망이 되다’라는 기사를 기고했는데, 당시 교회 관계자는 “소망교회 교인들은 자중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임기 동안 국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기도로 조용히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망교회 취재 뒷이야기

그런데 대통령 재임 기간에 파워엘리트들이 모인 소망교회에서 폭행사건이 터졌다. 월간조선에서 필자에게 폭행사건 취재를 의뢰했지만 사양했다. 이후 취재를 맡게 된 기자에게 “그 교회는 취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 쓰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 기자가 “대립하고 있는 양측에서 경쟁적으로 자료를 제공해 순조롭게 취재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 중간 중간 그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폭로 내용이 너무 강해 기사 쓸 때 수위 조절을 해야 할 거 같다”는 말도 했다.

월간조선 2월호에 ‘소망교회 폭력사태 전말’이라는 기사가 16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쓰지 못했다. 너무 놀라운 내용이 많았다”는 기자에게 취재를 마친 소감을 묻자 “교회 안다니길 천만다행”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기자는 “80%의 평신도들은 문제없다는데 양쪽으로 갈라진 10%들이 싸운다. 교회나 사회나 마찬가지더라”고 했다. 잡지가 발매된 이후 그 기자가 ‘양쪽에서 계속 전화가 온다. 서로 상대가 거짓말 했다고 난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개독교’라고 욕먹는 일, 기독교인들이 강해서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음을 합하여 이겨낼 것인가, 적전분열로 패를 외부에 다 보여줄 것인가. 정작 알려야 할 것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에 입각하여 알리지 않으면서,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을 앞 다투어 공개했을 때 돌아오는 건 ‘세상의 조롱’ 밖에 없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오지에서 헌신해도 몇몇 교회가 잘못하면 전체에게 화살이 날아온다. 존경할 대상이 마땅치 않은 시절이라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에게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대형교회 목사 가운데서 이태석 신부 같은 분이 나타나 전 국민에게 절절한 감동을 안겨주길 간절히 고대해본다.  #  


이근미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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