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집회와 시위
독일의 집회와 시위
  • 미래한국
  • 승인 201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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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특별기획/선진국으로 가는 길, 법질서 확립 ③
 

독일에서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는 늦어도 이틀 전까지 경찰에 관련 집회에 대한 신고를 해야 한다. 플래카드나 삐라 등을 만들어 나눠줄 때에는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나 인물의 이름을 밝힌다. 시위에 참가하는 시위대는 신고한 사항에 따라 주어진 장소나 이동거리로 이동해야 한다. 경찰은 혹시 모를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다. 이동 통로에 위치하고 있는 공공기관 무엇보다도 은행과 같은 주요기관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장비를 착용한 경찰대원들이 철저히 지켜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하게 된다.

시위 주도자는 파견 경찰의 지휘관과 시위 전에는 물론이고 시위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항상 연락이 가능해야 하며 시위 도중에 뜻밖의 물리적 충돌과 같은 불법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찰은 집회 주도자들이 신고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할 경우 시위대를 즉시 해체할 수 있으며 법적 책임을 묻게 된다. 

마스크 착용 금지·확성기 이용 제한

시위를 주도하거나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무기를 비롯한 폭력 기구들을 소지할 수 없으며 복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나타내는 유니폼이나 관련 옷들을 입어서는 안 된다. 스피커나 확성기의 사용은 시위대에 필요한 정도를 넘을 수 없으며 경찰 책임자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시위 행렬이 자전거를 이용할 때는 관련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하고 시위대가 거리를 따라 행진할 경우에는 플래카드, 안내판 등 시위 장비들이 전기선이 지나갈 수 있는 4미터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

외교 공관이나 대사관 앞에서의 집회는 1961년 체결된 비인 협정을 준수해야 하고 경찰은 해당 공관이나 외교관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시위나 집회가 또 다른 시위나 집회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위주도단체는 집회나 시위에 사용했던 현수막, 확성기 등 집회 장비들을 일괄 수거해 시위 장소를 떠나야 한다. 상하 양원 앞에서의 집회는 내무부의 특별한 허가를 득해야 한다.

독일에서의 집회나 시위는 집시법이 정하는 테두리 내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독일의 집시법은 집회나 시위가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다. 집시법에 나타난 특징은 유대인 학살 등 나치정권에 의한 민족적 범죄에 민감하다. 특히 통일 이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네오나치의 풍조는 독일 사회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또 하나는 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갈등으로 야기된 시위풍조이다. 독일에서 발생한 폭력적 집회와 시위는 분단 시절 동독 슈타지에 의해 조작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슈타지의 치밀한 공작에 따라 시위대에 잠입해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으로 이끌어 법질서를 파괴하고 공권력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1967년 동독 슈타지의 비밀요원이었던 서독의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 오네조르그라는 대학생이 사망해 68학생 운동의 불을 지핀 것이 그것이다.

네오나치의 망령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며 통일이라는 역사적 기회를 잡은 독일사회는 뜻하지 않은 문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민족 속에 뿌리박혀 있는 배타성으로 당시 동독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베트남, 폴란드, 유고, 루마니아 그리고 아프리카로부터 온 외국인들에 대한 테러와 폭력이었다.

통일은 상대적으로 궁핍 속에 살아온 동독인들에게 외국인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독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침체된 동독경제로 인한 불만을 외국인의 탓으로 돌렸다. 동독의 작센 주는 통일 후 네오나치의 온상이 되었고 작센 주에 속한 호이어스베르더에서는 1991년 9월 20일 나치 추종자들이 외국인 숙소에 반대해 폭동을 일으켰다. 2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83명이 체포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반 외국인 정서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동독 북부지역에 위치한 메클렌부르그 포어폼머른 주 수도 로슈톡에서는 네오나치 청년들이 외국인 망명자 숙소에 방화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경찰의 소극적인 진압과 주민들의 소리 없는 응원으로 통일 후 독일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거리에서 루마니아 청년이 테러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고 니더작센 주의 북스후데라는 도시에서는 네오나치 2명이 히틀러를 욕했다는 이유로 한 남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독 남부에 위치한 튀링겐 주에서도 일자리를 찾아왔던 폴란드인 등이 살해되는 일이 있었다.

독일의 지식인 사회가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고 뮌헨을 중심으로 과거 히틀러 시절 지하운동이었던 흰장미운동을 펼쳐나가며 독일사회의 민족주의를 경고하고 나섰고 이제 홀로코스트 추모관이 통일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앙에 건립되게 된 것이다. 통일을 이루었으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방치하는 한 통일된 독일은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선진 리더국가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민사회의 노력이었다.

1967년 6월 2일 팔레비 이란 국왕의 베를린 방문을 계기로 격렬한 데모가 일어났다. 칼 하인츠 쿠라스라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당시 학생이었던 베노 오네조르그의 뒷머리를 관통했다. 이 사건으로 68학생운동이라는 격렬한 학생들의 시위가 촉발되었다.

하지만 통일 후 두 명의 역사학자는 슈타지 문서를 분석한 결과 경찰관 쿠라스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의 비밀요원이었음을 밝혀냈다. 이 일로 독일 사회는 오네조르그 사건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하기도 했다.

反 극우단체 ‘얼굴을 보이세요’

네오나치의 등장과 함께 독일에는 이색적인 광고가 눈에 띈다. 식탁에서 평화롭게 만찬을 즐기는 가족. 잔잔하게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식탁 주위 곳곳에서 불꽃이 서서히 타오른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빠와 엄마는 불꽃에는 아랑 곳 없이 식사를 계속한다. 불길은 점점 번지며 치솟는 가운데 광고는 끝이 난다. 불조심 광고가 아니라 극우파 폭력에 대한 독일인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한 공익단체의 광고이다.

이것은 21세기 재점화되고 있는 네오나치의 망령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과거 불운의 역사가 또 다시 평화로운 독일의 사회와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독일 극우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뒤셀도르프 철도역사 폭발사건, 뒤셀도르프와 베를린 유대교 회당 화염병 투척 및 투석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잇따랐으며, 2001년에는 한국인 교포 2세로 알려진 10대 소녀가 스킨헤드 복장을 한 독일청년 4명에 의해 지하주차장 계단으로 끌려가 팔뚝에 나치 문양이 새겨지고, 목에 상처를 입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테러의 대상도 더욱 광범위해졌다. 유대인이나 터키인 중심에서 이제는 어떠한 유색인종도 테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현재 5만여 명에 이른다는 극우파. 이들의 급증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독일 사회는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타민족 사회와 공동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다. 당시 뒤셀도르프 한인회는 이 사건의 해결의 중심에 서서 독일 한인연합회, 대사관, 종교 단체, 유학생 단체 등과 협력하여 다양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며 거리 시위, 서명 운동, 현상금 제기, 이러한 활동을 위한 모금 운동 등을 벌이기도 했다.

‘얼굴을 보이세요’란 이름의 단체는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단체에 반대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을 지낸 요하네스 라우의 후원 속에 베로니카 페레즈, 요하네스 B 케르너 등 독일 유명 인사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얼굴을 보이라며 복면과 군중 뒤에 숨은 극우파 시위대들을 공격하고 있다. 베를린 등 대도시에서는 10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반극우파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독일 사회의 집회와 시위가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철두철미한 법적 장치 이외에도 독일 사회는 존경받는 정치인들과 비정부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위가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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