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페일린 (Sarah Palin)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 11월 17일(현지 시각) 자서전인 ‘Going Rogue(불량해지기): An American Life’가 공식 출판되면서 미 언론을 비롯, 미 전국적으로 그녀를 둘러싼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때와 그 전의 개인적 삶을 소개한 이 책은 출판되기 전부터 수주 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고 책 출판 전날에 방영된 페일린 출연, ‘오프라 윈프리 쇼’는 약 1,000만 명이 시청, 이 프로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책 출판 후 시작된 전국 순회 책 사인회에는 수천 명이 페일린을 직접 만나 사인을 받기 위해 서점 앞에서 길게 줄 서 있고 각 언론들은 페일린과의 인터뷰·기사·논평을 연일 소개, 그녀의 책이 출판된 11월 셋째주는 그야말로 ‘페일린 주간’이었다.
그녀에 대한 반응은 환호와 냉소 양 극단이다. 공화당의 기초인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지난해 대선 때처럼 페일린을 열렬히 반기고 있다. 기독교인인 페일린은 낙태·동성결혼·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 등 친 생명(Pro-Life)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녀는 임신 중에 막내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라며 낙태하지 않고 출산해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의 대환영을 받았다. 그녀의 이번 책에는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드린다’고 고백한 신앙 얘기와 막내아들을 임신했을 때 겪었던 어려움과 신앙적 결단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진보 성향의 미디어들은 연일 페일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녀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2012년 대선 출마 여부인데 페일린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페일린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미국 보수층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1월 뉴욕 23지구 보궐선거다. 페일린은 공화당 후보로 나온 주하원의원이 낙태.동성결혼을 찬성하고 오바마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지지하는 등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그녀의 인터넷 블로거인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리자 삽시간에 퍼져 결국 그 주하원의원은 출마를 접었다. 페일린은 이 페이스북에서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 등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현재 100만 명이 가입해 그녀의 글들을 읽고 있다. 공화당 내 그녀의 인기는 대단하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들 중 그녀에 대한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70%이다. (무소속은 49%, 민주당 25%). 그녀는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1위다. (페일린 70%, 마이크 허커비 63%, 미트 롬니 60%, 뉴 깅그리치 58%).
특히, 세일린은 공화당 내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풀뿌리 보수주의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유력한 보수 라디오 진행자인 러쉬 림보는 최근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보수주의 원칙을 대변하지 않으면 제3의 당을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공화당 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얘기다. 페일린은 반대한다며 보수주의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해 공화당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녀의 이런 입장은 이른바 ‘공화당 내 중도와 보수 간 이념 충돌’을 심화시킬 것으로 주류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적 무소속 표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에 공화당은 이들에게 맞춰 중도적이 되어야 한다는 측과 그럼에도 보수주의 원칙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측과의 충돌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일린은 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표를 확보하기 위해 공화당이 중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화당 정강인 감세, 작은 정부, 친 생명이라는 보수주의 원칙이 옳다는 것을 보여줘서 이들이 공화당 후보를 찍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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