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공개·외고 폐지 논란에 대한 네가지 우려
수능성적 공개·외고 폐지 논란에 대한 네가지 우려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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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편집위원] 전문가 진단
▲미네소타대 교육학박사 / 교육부 장관 역임

교육이 한참 어수선하다. 수능성적의 공개가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두고 이제 곧 고소가 벌어질 전망이고, 외국어고등학교의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거세게 한판 붙을 태세다. 다른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그 논쟁의 발단이 국회(의원)에서 이루어져 무엇인가 양단간에 결정이 날 것 같은 긴장감이 다른 어느 때보다 크다.

수능성적 공개가 학교 간 경쟁을 활성화해 현재의 교육난국을 타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임을 철학으로 믿고 있는 한 국회의원이 작심을 하고 일부러 공개한 셈이니, 그가 고소 당했다고 쉽사리 물러 설 것 같지 않아 긴장감이 돈다.

아울러 여당의 실세 의원 중의 한 사람이 현행 외국어고등학교가 사교육의 주범이고, 설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폐지되거나 다른 형식의 학교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가 직접 입법안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긴장감이 돌 수밖에 없다.

이 두 논쟁점은 너무 미세하여 파급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이것들은 판도라 상자 문고리다. 여느냐 닫느냐가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든다. 수능성적 공개 여부와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여부는 한국교육이라는 거대한 폭탄의 도화선이며, 인계철선이다.

수능공개 여부는 교육격차의 심각성(학교 차이, 지역 차이. 학교 유형 차이)을 부각할 것이며, 이 탓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평준화의 공과 여부가 다르게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고 폐지 논의는 대립하는 교육 이데올로기의 양대 산맥 사이의 대공 포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학교를 더욱 더 다양화 하자는 세력과 외고, 특목고를 모두 해체하여 한 종류의 학교로 평준화하자는 세력 사이에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영향력을 함축하고 있는 이 논쟁을 바라보며 세 가지 우려를 갖게 된다. 첫째, 수능공개 여부가 사법적 고려로 재단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수능공개가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미칠 영향은 법 전문가인 판사들의 소신과 법조문에 대한 해석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교육적 영향력이라는 차원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규명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다.

예컨대 수능성적을 공개하면 학교와 교사 사이에 ‘잘 가르치기’ 경쟁이 활성화될 것인지 아닌지는 판사의 소신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외고 폐지 등과 같은 심각한 교육 근간의 문제가 소수의 국회의원 주도 하에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물론 국회의원이 발의하지 못할 법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교육과 관련된 중요한 법일수록 그 파급효과가 시공간 상으로 클 것이기 때문에, 제한된 입법지원 인력과 자원으로 진행되는 의원입법보다는, 광범위한 행재정적 예산 및 인력이 있는 해당 정부기관이 주도하여 입법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이번의 논쟁 속에 짙게 드려져 있는 감정적 앙금에 대한 우려다. 수능성적을 공개한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설전 속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득자료나 명분을 발견하기 보다는 감정이 깊게 서린 정서를 더 많이 읽을 수 있다.

외고 폐지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고를 증오해서 폐지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거나,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외고 존속을 외치는 것처럼 본다면, 쌍방이 마주앉아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

아울러 이 논쟁 속에는 대중영합적 요소 즉 포퓰리즘적 요소도 끼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문제가 국회라는 마당에서, 국회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원하든 아니든 또는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인기를 의식한 제스처 쯤으로 생각될 우려도 있다.

이 논쟁이 이런 오해 또는 소동에 말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은 그 성격상 포퓰리즘보다는 국가와 개인들의 보편적인 가치 추구에 더 기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성적 공개 여부나 외고 폐지 등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결코 포퓰리즘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포퓰리즘은 원리와 원칙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 수능성적 공개 여부가 대중영합적인 측면에서 결정되면 안 되고, 외고 폐지 역시 소수자의 이해득실에 대한 고려만으로 결정되어서도 안 된다. 포퓰리즘의 나팔소리로 이 심각한 논쟁이 좌지우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포퓰리즘에 대한 최선의 경계는 무엇인가. 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수능성적 공개 여부가 어느 집단에 이득이고 손해인가라는 시각에서 보면 포퓰리즘에 빠지기 쉽다. 집단에 대한 이해득실 보다는 원칙과 원리에 어느 것이 더 충실하고 더 일관성이 있는가가 언제나 핵심적 화두여야 한다.

넷째, 이렇게 심각하게 이야기 되다가 아무런 진전도 없이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특히 국회의 속성상 회기 중 또는 국정감사 중에는 곧 해결될 것 같은 시사를 많이 주거나 받는데, 사실 국회는 중요한 이슈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유행이 지나가거나 의원의 관심이 멀어지면 폐기 처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의 경우도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인가 이 논쟁을 통해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예컨대 외고를 나오고 법, 경영, 행정계로 진출하는 학생들 많다고 하면 외고에 추가해 사회, 문화, 법, 경영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갈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더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성적 공개나 외고 폐지는 폭발력이 대단히 큰 교육 테마다. 한번 논쟁의 멍석을 펼친 이상 그것과 관련된 정리는 해두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인 이상, 대통령이 공약으로 선언한 교육의 방향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교육정책 사이의 일관성에 대한 정리다. 그 대강의 교육공약에 배어 있는 교육철학과 정책은 아마도 수능공개 확대와 외고나 특수목적고의 다양화 활성화일 것이다.

교육난제들은 그냥 얼른 해결내야 할 컨베어 벨트 위의 문제로 보면 안풀린다. 그 문제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문제 해결에 여러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리와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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