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한미 핵공유 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 진단] 한미 핵공유 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
  •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3.05.31 0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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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선언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에 조응하는 미국의 전례 없는 환대와 약속 중 단연 백미   (白眉)이다. 하지만 신뢰와 합의 그 자체가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선언에 담긴 다짐과 합의가 실제 북핵 문제에 어떠한 전략적 함의가 있는지를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선언의 취지는 확장억제력 강화이며 그 요체는 핵협의그룹(NCG)의 신설이다. 따라서 평가 요소는 확장억제력의 실효성 여부와 파급효과이며, 그 기준은 선언 이후의 정성적 변화에 대한 기대 수준이 될 것이다. 

첫째, NCG는 한국의 전략 환경과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안이다. 일각에서 미국과 핵을 공유하고 있는 NATO의 핵기획그룹(NPG)과 비교하며 NCG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하지만 유럽이 비해 전장이 협소한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해 이를 공유하는 것은 그 효과 못지않게 부작용이나 역효과도 있기에 단순 비교는 무리이다. 물론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통념은 유효하다. 

하지만 독자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난망하고 미국 전술핵 재배치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미국의 핵전력 운용에 우리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확장억제의 제도화는 한국에 대한 북핵 위협이 엄중해짐에 따라 그간 전문가 그룹과 역대 정부가 꾸준히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검토했던 대안이다. 예전에 하지 못했던, 예전부터 하고자 했던, 지금이라도 당장 해야 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의 구축이 마침내 현실화된 것은 당위(當爲)를 넘어 다행스럽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장면.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장면.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워싱턴 선언은 신의 한 수

둘째, NCG가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북핵 억제의 실효성은 높아질 것이다. 혹자는 미국이 핵 단추를 독점하는 한 NCG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이 유사시 핵 단추를 누르지 않을 경우를 단정해 실효성이 극히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억제에 대한 곡해이며 엄연한 현실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핵 억제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주체보다 핵 보복을 당할 불확실성 자체로 인해 작동된다. 

북한이 지금처럼 향후 핵 능력 고도화 도발을 강화함으로써 미 본토와 우리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높이면, 한미는 자연스럽게 NCG를 통해 대량보복을 포함한 다양한 핵 보복 옵션을 마련하고 이를 강력히 북한에 주지시킬 것이다. 북한이 보복 가능성을 실제 염려하는 순간부터 실제 억제는 작동하기 시작한다.

서유럽 나토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현재 실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비록 미국 전술핵이 나토 5개국에 분산 배치되어 있지만 그 발사 단추를 해당국에 위임해서가 아니다. NCG는 미국의 핵 관련 최초의 상설 협의체이다. 미국이 같은 북한 핵 위협권에 속해 있는 동맹국 일본에는 용인하지 않은 핵 협력체이다. 향후 실제 미국 핵무기의 사용 계획과 운용을 한미가 함께 논의하고, 실제 한미의 전략사령부들과 한미

연합사령부가 연합해 북핵 대응을 위한 도상 연습이 수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미국의 핵 전략자산의 적극적 현시 약속, 특히 전략핵잠수함의 기항은 확장억제력 강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배치가 현실적으로 난망한 상황에서, 미국 전략핵잠수함 전개는 2가지 차원에서 효과적이다. 

우선 북한의 목표인 2차타격능력 확보를 효과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 감시 능력을 갖춘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은 북한 2차타격능력의 최후 수단인 핵추진잠수함과 SLBM의 효용을 낮출 것이다. 

아울러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핵 공격 능력은 국내에 전술핵을 배치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대신 그 부작용은 줄이는 전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 미국 전술핵무기의 국내 반입에 대해 ‘의도치 않은 확전’을 자제할 수 있는 효용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유사시 북한의 핵 선제타격의 빌미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그룹의 우려도 있었다. 전략핵잠수함은 전술핵 배치의 효용은 유사하나, 잠수함 특유의 은닉성으로 인해 북한의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워싱턴선언의 파급 영향에 대한 우려 또한 평가해야 한다. 일각에서 워싱턴선언에 대한 북·중·러 3국의 안보협력 강화와 심지어 신냉전 구도의 심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동맹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역내 경쟁 진영의 균형(balancing) 욕구와 필요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민감한 반응은 자연스럽다. 북한도 전통적 우방과의 밀착을 통해 정세 장악력의 훼손을 예방하고 핵 고도화를 위한 안정적 역내 질서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미 공군 B-1B 랜서와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 F-35A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합동참모본부
미 공군 B-1B 랜서와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 F-35A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합동참모본부

미국의 핵우산으로 북핵 사실상 무력화
 
하지만 중·러가 이번 선언을 이유로 북핵을 용인할 리도 없고, 북한에 우리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응할 안보적 지원을 할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에 그러한 능력과 여유가 없으며, 중국 또한 대만에 이어 한반도에서까지 미국과의 갈등 전선의 확장·심화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안보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고 신냉전 질서 형성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설사 신냉전적 정세가 형성되어도 글로벌 강대국 경쟁과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이 구조적·직접적 요인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워싱턴선언의 확장억제 강화를 핑계로 우리를 강압하고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다. 북한의 격한 비난과 도발 협박은 오히려 이번 선언이 불법적 핵무장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 스스로에게 얼마나 불리한지를 반증한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에 대한 2차 타격능력 확보와 남한에 대한 전술핵 능력 강화로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려 있다고 자만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성할 수 없는 목표 설정과 무모한 전략 선택은 결국 워싱턴선언으로 인해 북한 자신의 안보가 위협에 노출되는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만 열리게 되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향후 이러한 전략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향후 워싱턴선언의 실천과 지속이 뒤따르고 확보되어야 한다. 워싱턴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가 강력한 북핵 억지 의지와 강화된 구체적 실행 내용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머뭇거리면 미국의 의지, 선언의 구속력과 효과를 의심받고 불필요한 국내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둘째, 결국 우리의 최종 목적은 북한 비핵화이고 정부 또한 국정과제 추진 과제로 중·러의 건설적 협력 견인을 설정하고 있는 만큼, 확장억제 강화의 불가피성과 명분을 두 국가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두 강대국에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한미의 안보 위협이 높아지면 질수록, 한미 양국의 자연스러운 억제력 강화 조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가 불가피하게 침해될 가능성도 야기될 수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즉 전략적 우려의 불식과 근원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도발을 불용하고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적극적 관여 이외에 별 방책이 없음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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