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세계와 미래로 가는 한미동맹
[심층분석] 세계와 미래로 가는 한미동맹
  • 김민정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5.3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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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미동맹이 70주년을 맞았다. 2023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그런 의미를 더 깊게 만든 역사적 회담으로 평가된다.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개최된 이번 워싱턴 회담은 12년만의 국빈 방문, 10년만의 미 의회 연설, 바이든 행정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2번째 국빈 방문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은 행동하는 ‘전략동맹’이자 ‘가치동맹’으로 상호 발전을 도모함을 넘어 양국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손을 잡았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은 이제 단지 북한의 위협에만 공동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간에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전략동맹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재천명한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번 워싱턴 회담에 대해 그 의미를 ‘한미동맹 복원 및 재건’이라고 평가한다. ‘그 동안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도,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로 인해 한미동맹은 2급동맹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김현욱 교수의 평가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아시아 지역 동맹은 일본, 호주이며, 이들이 과거 동북아 동맹이었던 일본과 한국의 위치를 대체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주요국의 반응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관측통들은 대체로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출범을 핵심 성과로 꼽으면서,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호평하고 있다.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는 “워싱턴선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위해 움직인다는 약속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했으며,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미·유럽 관계보다 통합된 한미연합사의 특성상 NCG는 ‘NATO 핵기획그룹’(NPG)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핵능력을 공유(nuclear power sharing)하는 수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으며,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미 전략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가는 김정은의 핵도발 의지를 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측은 한미동맹의 범위를 경제.안보.우주.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 것은 ‘보다 깊어진 양국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공감대가 조성된 것으로 평가한다. 이와 관련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차관보는 “한미간 안보 분야 외에 양자컴퓨터·배터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협력이 확대된 바, 이는 한미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한미동맹의 미래는 경제·안보·우주·기술·기후변화 등에 달려 있는데, 이 모든 이슈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워크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원 역시 “양국은 이미 IRAㆍ반도체법 관련 많은 진전을 이뤘으며, ‘차세대 핵심ㆍ신흥기술 대화’ 등을 통해 유사 사태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세계가 놀란 워싱턴 회담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의 의회 합동 연설에 대한 평가는 워싱턴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좋은 친구이며, 경제협력과 동맹 방위에 대한 의지는 양국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70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함께 아시아의 평화·번영·자유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매콜 아원 외교위원장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고, ‘자유·민주주의 지지’라는 글로벌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영 김 하원의원은 의회 연설을 청취한 후, “윤 대통령께서 한미동맹 미래 비전을 잘 설명하였으며, 의원들은 한미동맹이 ‘세계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정의로운 동맹’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한 부러움과 한일, 한미일 관계 개선에 대한 부러움이 섞여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 지도자로는 윤 대통령이 첫 국빈”이라며 환대 분위기에 주목했다. 한편 TV아사히는 “질 여사가 만찬을 위해 직접 한국계 요리사를 선정하고, 바이든은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제로콜라까지 준비하는 등 초특급 예우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 日刊겐다이는 “미국의 극진한 환대가 주목받는 가운데, 일본 보수진영에서는 아베 전 총리 조차 2015년 공식 방문이 고작이었다며 이를 갈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과 국빈만찬 시 노래 열창이 큰 호응을 얻었다면서, 한미간 결속을 과시하는 성공적인 순간이었다고 보도하였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의회 연설시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 발전사를 회고하고,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를 언급하며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으며, ANN뉴스는 “윤 대통령은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미국의 명곡을 불러 큰 박수를 받는 등 한미 결속을 과시하는 서프라이즈에 성공하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 측의 한국에 대한 파격적 환대와 對韓 안전보장 조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교도통신은 보도에서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전개와 NCG 신설은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력을 과시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견제하는 한편, 한국내 확산되고 있는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보여준 핵위협에 대한 위기감·문제의식을 일본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의문이며,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을 본받으면 어떨까”라고도 했다. 

한편 일본은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미국 측의 감사 표명을 보도하면서, G7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등 3각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커비 미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를 전하며, 한일관계 개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일 공조 강화’ 목표와 일치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G7 정상회의(5.19~21, 日 히로시마)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5.21)를 제의했으며, 북한의 미사일 관련 정보공유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일본 내 분위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한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 징용 문제 해결에 나섰고,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했으며, 이러한 한일관계 개선이 바이든에게 좋은 ‘선물’이 된 셈이라고 본다. 결국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적이고 용기 있는 결단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에도 긍정적 움직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

북핵 안보 ‘한미 핵협의그룹(NCG)’ 성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이룬 한미 핵협의그룹이라 할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 핵 및 전략기획의 토의 등을 위한 핵협의그룹 설립은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 연합교육 그리고 훈련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북한의 신형미사일 시험발사와 핵탄두 공중 폭파 실험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 시달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는 이미 핵균형이 깨졌고, 북한 비핵화 정책 기조 역시 비현실적인 정책이 되어버렸다는 점에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번 NCG의 창설을 대단히 현실적인 북핵 저지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가장 좋은 옵션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이다. 이 경우 원하는 상황에 핵을 사용할 수가 있다. 그 다음 옵션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다. 이 경우 핵균형은 맞출 수 있지만, 원하는 때 핵사용이 보장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했을 경우, 미국은 한국내 전술핵으로 북한에 대해 보복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확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NCG 창설은 이 두 가지 옵션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가장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 된다.” - 2023. 5. 3. 여의도연구원, '尹 방미 성과' 세미나 中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NCG의 유효성에 대한 일부 우려는 오해라고 주장한다. 정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 단추를 독점하는 한 NCG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핵 억제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주체보다 핵 보복을 당할 불확실성 자체로 인해 작동된다”고 말한다. 

즉 북한이 지금처럼 향후 핵 능력 고도화 도발을 강화함으로써 미 본토와 우리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높이면, 한미는 자연스럽게 NCG를 통해 대량보복을 포함한 다양한 핵 보복 옵션을 마련하고 이를 강력히 북한에 주지시키게 된다는 것. 따라서 북한이 보복 가능성을 실제 염려하는 순간부터 실제 핵억제는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이 바로 경제안보 아젠다였다. 기술·경제 협력은 한미관계가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일관되게 전통적인 군사 안보의 범위를 넘어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결속을 강화하며, 이를 토대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지평을 확장해 나간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차세대 원전, 양자 과학 등 주요 첨단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하였는데, 이를 양국의 국가안보실(NSC)이 주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양국이 안보적 고려하에 과학기술 협력과 군사동맹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신흥기술 분야 파트너십을 한미동맹의 핵심축으로 격상시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함께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함께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

미래를 향한 한미경제안보

이를 통해 양국의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이들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공동의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또 양국은 6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하여 2024년부터 ‘한미 이공계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를 통해 바이오, 반도체, 우주과학 분야에서 2000여명의 청년 교류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심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블록화 추세 속에서 첨단기술의 표준 선점과 시장 재편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상회담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과학 지원법(C&SA)’ 시행에 따른 우리 측의 우려 역시 논의되었다. 두 정상은 동 법안으로 인한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양국에 상호호혜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을 표명하였다. 

양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주요 전략 품목의 미국 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동맹국 한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다만 우리가 희망했던 주요 쟁점 분야에서의 차별 조항 개선이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예 연장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명문화된 추가적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양국은 포괄적인 경제안보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핵심사안들을 다시 한번 주지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4월 한미 정상회담은 ‘국익’과 ‘미래’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상외교 전략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3월 한일 정상회담과 민주주의 정상회의, 5월 G7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상외교에서 결정적 연계를 수행하는 전략적 회담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걸맞게 군사, 경제, 기술 등 다방면에서 미국이 한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파트너로 간주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발신하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들은 앞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 제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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