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DMZ 통일전망대는 여전히 ‘문재인 시대’
[현장탐방] DMZ 통일전망대는 여전히 ‘문재인 시대’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3.03.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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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중공군, 북한군 대표는 아무 말 없이 휴전협정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155마일의 DMZ(demilitarized zone)이라 불리는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졌다. 흔히 말하는 휴전선의 공식 명칭은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이다. 원칙상으로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씩 공간을 두는 것이 비무장지대다. 전술상 적 지역 관측에 용이한 곳에 관측소(OP)를 설치하면서 일부 지역은 서로 비무장지대 안쪽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 2km 지점에는 남방한계선이, 북한지역에는 북방한계선이 있다. 남방한계선 밑에도 군이 엄격하게 통제한다. 이를 위해 민간인 출입통제선이 있는데 그것을 민통선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른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신축된 고성 통일전망대 전경.
2018년 신축된 고성 통일전망대 전경.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민통선지역 출입은 매우 까다로웠다. 그러나 요즘은 일부 지역에 한해 간단한 신고만으로 민통선 안쪽의 비무장지대를 조망할 수 있다. 바로 전방지역 ‘통일 전망대’라고 불리는 곳이다. 동쪽 끝 동해에는 북한의 해금강을 볼 수 있는 고성 통일전망대가 있다. 

서쪽 끝은 한강 하구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다. 곳곳에 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사단의 별칭을 따서 전망대들이 있다. 15사단 관할 승리전망대, 28사단 관할 태풍전망대, 7사단 관할 칠성전망대 등이 대표적이다. 

전망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북한 지역을 볼 수 있는 망원경과 해당 지역 지형도가 설치되어 있다. 과거에는 군 장병이 북한군과의 대치 상황과 지형지물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이 안내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삼엄한 전방 철책선 지역이 민간에 개방되면서 안보관광 자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 망원경으로 북한지역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안보교육도 겸하는 셈이다. 

전방지역 안보전시관도 본래 취지와 달라

기자는 최근 전방지역 전망대와 안보 관련 전시관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과거 안보교육의 장으로 이용되던 통일전망대가 언제부터인가 안보교육이 아니라 북한 중심의, 어떤 면에서는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사이비 통일 교육의 장’으로 ‘오염’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한 중부 전선 통일전망대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 사태로 수년간 문이 닫혀 있다 작년부터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했기에 기자는 취재에 들어갔다. 

통일전망대 관리 주체를 관계 공무원에게 문의했더니 과거에는 군부대에서 전적으로 관리하다가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휴전선을 따라 있는 통일전망대는 해당 군청에서 관리한다. 
고성 통일전망대와 관련해서 고성군청 관계자에게 전화로 질의해봤다. 현재 통일전망대 건물들 관리는 고성군청이, 입장료 등 관리는 고성군청이 아니라 재향군인회 산하 통일전망대 주식회사에서 위탁관리하고 수익은 지방자치단체와 일정 비율로 분배한다고 한다.

지난 문재인 5년 동안은 심각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조차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불상 발사체’이니 ‘미상발사체’라고 하면서 굴종적 태도를 보였다. 하물며 안보전시관이 그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았음은 물어보나마나한 것이다. 기자가 다녀본 통일전망대의 안내전시물은 그저 통일과 평화라는 감성적 문구와 사진으로 도배된 곳이 많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천안함 폭침 같은 것은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통일의 허구적 모습만 부각시키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최신식 건물로 2018년 신축되었다. 동해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해금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날씨 좋을 때는 북한 외금강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고성 통일전망대에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실내 전시물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이 그대로 녹아든 내용들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한 모습, 통일이 되어야 남북이 하나된다는 내용들이다. 북한의 도발이나 안보교육 차원의 자료는 보기 힘들다. 관계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2018년 새로 지을 당시 전시물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말한다. 향후 전시물 업그레이드 여부도 미정이라고 전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전망대 출입하는 입구 쪽에는 풍산개를 우리 속에 넣고 전시하고 있다. “풍산개 ‘금강’과 ‘해랑’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공이’의 새끼로 고성군은 남북이 분단된 세계에서 유일한 군으로서 평화의 염원 속에 자라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판을 걸어놓고 있다. 

그 풍산개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파양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 풍산개를 무엇하러 전시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기자가 설명한다면 ‘문재인이 버린 풍산개’라고 하고 싶다.  

기자는 관계 공무원에게 전시물 관련해서 질의했다. 
“정권도 바뀌었는데 전시물 교체를 하게 되면 문구나 내용은 누가 정합니까? 군청에서 정하나요?”  

공무원의 답은 뜻밖이었다.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부에서 내려옵니다. 통일교육원에서 자료를 받아 제작 설치합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통일부에서 만든 자료가 여태 그대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지만 전방 통일전망대 전시물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자료인 것이다. 

강원도 DMZ 박물관의 전시물. 누가 전쟁을 일으킨 것인지 모호한 감성적 표현으로 DMZ을 설명하고 있다
강원도 DMZ 박물관의 전시물. 누가 전쟁을 일으킨 것인지 모호한 감성적 표현으로 DMZ을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 전시물 문구는 6·25 북한의 침략 불분명하게 서술돼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에는 고성 DMZ 박물관이 있다. 규모가 엄청나다. 단일 목적 박물관 치고는 꽤나 세금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입구부터 평화라는 말로 도배하고 있다. 관리주체는 강원도청이다. 고성 통일전망대와는 관리 주체가 다르다. 

고성 DMZ 박물관의 전시물은 온통 통일의 환상을 감성적 언어로 토해내고 있다. DMZ 군사분계선은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고성 DMZ 박물관에서 설명하는 DMZ 관련 문구는 기가 찰 정도다. 

‘DMZ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가 담겨 있다. 동족 간의 전쟁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휴전 발효 당일까지 목숨을 건 고지 쟁탈전 과정에서 지워지지 않는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동족간의 전쟁? 누가 일으킨 전쟁일까? 이 문장만 보면 남북이 동일시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이 없다. 마치 조폭의 일방적 폭력에 맞서 살기 위해 싸운 것조차 쌍방폭행이라고 하는 몰염치한 판단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 점에 대해 학예사에게 전화로 문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전시관 앞에서 북한 남침을 거론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전시 안내문임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기자가 썼다면 ‘공산세력의 침략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파제가 바로 DMZ’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 방파제를 만드는데 수많은 자유진영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다고 명시했을 것이다. 이런 사안을 기자의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댓글들이 DMZ을 설명하는 정답을 말해줬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전시하고 있는 북한 풍산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받은 풍산개를 파양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전시하고 있는 북한 풍산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받은 풍산개를 파양했다.

“동족간의 전쟁이 아니라 북한 공산군의 남침이다”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아니라 한뼘의 땅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지켜준 피로 지킨 방파제가 DMZ다”
“동족간의 전쟁이 아니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 30개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뿌린 곳이 DMZ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지 쟁탈전에서 지워지지 않는 수많은 상처?” 이것은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고지쟁탈전에서 숨져간 영령들을 고작 '상처'로 묘사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유의 땅을 한치라도 지키고 되찾기 위해 전 세계 자유진영 젊은이들이 피와 땀을 고지에 뿌렸노라고 해야 맞다. 

남북대화 부분에서는 김구의 평양 방문을 마치 역사적 사건인 양 크게 부각시켜 놓고 있는데  이것도 바꿔야 한다. 김구가 김일성에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구는 김일성에게 정당성만 부여했고 반대로 대한민국에는 갈등의 요소만 키웠다. 

지금까지 다녀본 안보 전시관에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어떤 전시물도 설명문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굴종적 사이비 평화관이 그대로 녹아든 통일전망대는 대대적인 전시물 교체가 필요하다. 가장 많은 통일전망대가 위치한 강원도는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특히 안보를 강조하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내 통일전망대의 실태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안보교육 전시관으로 탈바꿈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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