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反이란 동맹 UAE-이스라엘, 전략적 협력
심화되는 反이란 동맹 UAE-이스라엘, 전략적 협력
  • 장지향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센터장
  • 승인 2023.02.2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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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2020년 8월 UAE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9월에는 바레인까지 참여해 UAE, 바레인,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을 갖고 국교 수립을 알렸다. 소국 바레인의 합류에는 사우디의 영향력과 UAE의 앞선 행보가 크게 작용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쿠슈너가 설계하고 추진했다. 협정의 이름인 ‘아브라함’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한 뿌리가 되는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을 딴 것으로서 다른 문명 간 상호 이해와 공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어 10월 수단, 12월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했다.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은 UAE가 개방한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의 군사훈련 정보를 더 정확히 수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는 UAE를 향한 위협 정보를 빠르게 파악했고 모사드의 정보력 덕분에 UAE의 해외 공관은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2021년 2월 에티오피아 주재 UAE 대사관 공격을 모의하던 용의자 16명이 체포됐고 수단의 UAE 대사관 역시 공격 대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모사드는 사우디와도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4월 UAE,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11월에는 UAE, 바레인, 이스라엘, 미 해군 중부사령부가 홍해에서 다자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2020년 9월 1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은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 연합
2020년 9월 1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은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 연합

이란과 미국의 변화에 맞선 UAE와 이스라엘 협력 심화
 
한편 수단과 모로코는 앞서 국교를 수립한 두 국가를 뒤따르는 것 같은 인상을 피하고 싶어서인지 관계 정상화 협정에 ‘아브라함’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들 국가의 정상화 내용 역시 UAE, 바레인보다는 범위가 더 좁았다. 

모로코와 이스라엘은 연락사무소 설립, 직항편 개설, 경제 협력 강화를, 수단과 이스라엘은 의료서비스와 농업 협력 강화만을 서로 약속했다. 특히 수단과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은 적대 관계 종식과 평화 추구라는 대의보다는 수단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요구하며 미국과 협상을 벌인 결과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합의를 통칭 아브라함 합의라고 부른다. 2021년 7월 이스라엘은 모로코의 노력 덕분에 아프리카연합의 옵서버 자격을 얻었고 8월 모로코의 이스라엘 연락사무소 개관식에 라피드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아브라함 협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했고 협정 체결 이후에도 높은 추진력을 보이는 나라는 UAE와 이스라엘이다. UAE와 이스라엘의 전략적 협력은 이란의 역내 팽창주의 추구와 미국의 ‘중동 떠나기’ 전략에 따른 공동의 안보 우려와 이에 대한 대비를 배경에 두고 있다. 

UAE는 이스라엘과 협력을 심화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바레인보다 대내외 제약을 덜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6개국 가운데 군사, 외교안보, 경제, 사회 개혁을 가장 먼저 독보적 속도로 추진해 온 나라다. UAE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아부다비 왕세제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인 군사안보, 투명 외교, 산업 다변화, 개방 사회를 위한 국가 체질 개선을 강조해왔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자 UAE는 카다피 응징을 위한 NATO의 ‘오디세이 새벽 작전(Operation Odyssey Dawn)’에 적극 참여했고 미군과 NATO 장성들로부터 ‘작은 스파르타,’ ‘미국의 오른팔’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란의 역내 팽창주의 추구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 이란의 강경 보수 지배연합은 아사드 정권을 적극 도왔고 시리아 정부군이 승기를 잡아감에 따라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의 정예 군사조직 혁명수비대와 이의 후원을 받는 무장조직들도 영향력을 높여갔다.

혁명수비대 장성들은 소속 전투병뿐 아니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출신 민병대 수만 명을 이끌며 전투 현장을 지켰다.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 규모는 2015년 당시 1만여 명에 달했고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 부대인 쿠드스 부대 소속 2000여 명은 현지 시아파 민병대를 훈련시켰다. 헤즈볼라는 시리아 전역에 110여 군사 보급소를 세웠고 특히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 지대의 군사 기지화에 성공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여세를 몰아 페르시아만에서 대규모 해상훈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과 전투기 공개를 이어가며 패권 확보의 야심을 보였다. 혁명수비대가 육성해 온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가자지구의 친이란 꼭두각시 무장조직은 역내 미 동맹 우방국을 상대로 값싼 드론, 연·풍선 폭탄 공격 등 비대칭 저강도 공격을 늘렸다. 미국은 1995년부터 2020년까지 5개국의 11개 친이란 무장조직과 소속 개인 89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패권 추구 야심은 수니파 걸프국 UAE와 사우디, 이스라엘에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다가왔다.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가 주도하고 UAE가 적극 지지하는 아랍연합전선은 정부군을, 이란은 후티 반군을 각각 지원해왔다. 

이후 후티 반군은 사우디 리야드 국제공항과 아람코 유전시설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UAE를 표적 위협해 왔다. 2016년 1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악화는 결국 단교로 이어졌고 바레인도 이란과 단교, UAE는 외교관계 격하를 선언했다. 사우디가 자국 내 반정부,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인사들을 처형하자 이란에서 사우디 공관 공격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2017년 6월 사우디, UAE, 바레인은 이란과 우호 관계를 지속한다는 이유로 수니파 걸프 형제국 카타르와도 단교했다.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고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이란 내 강경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급진 팽창주의 정책은 더 탄력을 받았다. 혁명수비대는 공식 성명에서 UAE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특정해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향해,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는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로켓포 공격을 이어갔다. 2020년 12월 강경파가 장악한 이란 의회는 20% 우라늄 농축 재개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2021년 1월 이란 당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1주기에 맞춰 20% 농축 재개를 선언해 핵무기 개발의 속내를 드러냈다. 
2021년 6월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라이시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란 보수 지배연합 내 강경파의 입지는 더 공고해진 반면 미국과의 핵합의를 지지한 이란 온건 개혁파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의 우방과 적국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미국, 사우디,UAE,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의 우방과 적국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미국, 사우디,UAE,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미국의 ‘중동 떠나기’ 전략

미국의 ‘중동 떠나기’ 전략이 명확해지면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워 온 수니파 걸프국과 이스라엘은 전략적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기부터 중동에서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기조와 ‘뒤에서 이끄는(leading from behind)’ 방식을 새롭게 주장했고 아시아 중시 전략을 내세웠다. 미국 내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참전으로 인한 피로감 심화와 셰일 에너지 개발에 따른 중동 의존도 감소에 따라 중국 견제의 이해관계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역시 ‘중동에서 발 빼기’를 노골적으로 선언하며 이란 핵협정의 독단적 파기, 급작스러운 시리아 철군을 강행했다. 

2020년 2월에는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이슬람 급진 무장 조직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는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집권하는 데 결정적 기회로 작용했다. 같은 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피스 메이커(peace maker)를 자임하며 아브라함 협정의 중재자로 나섰고 자신의 거래식 외교(transactional diplomacy)에 거부감을 덜 느끼는 수니파 걸프국을 중심으로 추가 협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 역시 인도-태평양을 외교정책의 중점 지역으로 강조하며 중동에서 미국 역할의 축소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중동 내 군사 자원 재배치의 일환으로 사우디,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의 미사일 방어시스템, 비행 중대, 병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8월에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직후 탈레반이 재집권했고 급진 지하디스트 세력의 활성화가 이어졌다. 미국은 극단주의 테러의 위협에 대해 역내 동맹국 기지를 거점으로 무인기의 감시와 타격에 의존하는 ‘수평선 너머(over the horizon)’ 전략으로만 대응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는 ‘중동 떠나기’의 준비 과정으로서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란 강경파가 국내 정치 구도에서 장악력을 공고히 하며 핵개발 의도를 드러내는 시점에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서두르자 이스라엘은 이란 핵과학자 암살, 핵시설 파괴 등 다양한 비밀작전을 수행했다. 2019년 7월 나탄즈 핵시설 화재, 2020년 11월 이란 핵개발의 대부 파흐리자데의 살해에 이어 2021년 4월 나탄즈 핵시설의 또 다른 대형 폭발 등의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국이 지목되고 있다.

UAE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걸프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판 나토 형식의 반이란 군사동맹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3월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의 팽창주의 위협에 맞서 수니파 걸프국과 특별안보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금껏 아랍 국가의 반대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부사령부 담당 지역에 포함되지 못하고 유럽사령부에 속해 있었으나 최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중부사령부 편입 문제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브라함 협정은 이란의 팽창주의 행보뿐 아니라 저유가로 인한 재정 감소, 청년층의 의식 변화에 직면한 UAE의 정권 내구성 강화를 위해서도 절실했다. UAE는 2010년대 중반 이래 경제와 사회 부문에서 파격적인 개혁정책을 시행해 왔고 이러한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내 안정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계 스타트업 기업이 UAE에 다수 진출해 있고 사우디의 개혁개방 프로젝트에도 이스라엘 출신 자문단이 관여했다. 정권 안정을 위해 첨단산업 및 스타트업 육성, 청년과 여성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UAE의 개혁정책에 이스라엘의 기술 경쟁력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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