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불황 극복, 지방경제 활성화가 답이다
[심층분석] 불황 극복, 지방경제 활성화가 답이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12.2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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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보고서에서 2050년 한국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험이 이들 나라의 디지털 전환을 크게 앞당겼다는 것. 그러나 가장 문제로 지적된 것은 한국의 인구감소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소멸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한 징후는 지방의 소멸로 먼저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는 부동산 투기와 서민의 주거 불안정을 가져오는 악순환으로이어진다. / 연합
수도권 과밀화는 부동산 투기와 서민의 주거 불안정을 가져오는 악순환으로이어진다. / 연합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의 사상적 토대를 구축한 독일 법학자 기르케(Otto Friedrich von Gierke, 1841.11.11.~1921.10.10.)는 ‘사람은 그가 사귀고 교류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지방의 20~30대 사이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을 탔다. 지방에서 교육과 일자리, 주거에 희망을 갖기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이중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대로 그 격차를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어둡다는 전망을 부정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모토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을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은 본격적인 지방시대의 시작을 의미하고, 지역주도 및 시장친화형 지역발전을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이하, 지역특위)는 지방시대 실현이라는 비전하에 지역균형발전 3대 가치를 ‘공정, 자율, 희망’에 두고 비전 달성을 위한 ‘3대 약속·15대 국정과제·76개 실천과제’를 발굴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빠지지 않는 공약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었을 뿐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나날이 늘어갔다. 많은 지방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는 수도권으로 떠난다.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수도권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인 경제·사회 구조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하며 정의는 실종되었다는 인식 속에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팽배하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역균형발전 실현이라는 목표는 요원하기만 하다. 

늘어나는 지방·수도권 자산 격차

허문구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지방과 수도권 격차를 ‘마태효과(Matthew Effect)’로 분석한다. 마태효과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마태복음 13장 12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득 양극화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과학,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태효과로 인해 일어나는 양극화 현상을 설명할 때 많이 비유되는 용어이다.  

허문구 위원이 최근 산업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저임금·중노동 등의 이유로 노동력의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도는 중소기업 시장과, 고임금·고대우 등으로 노동력이 집중되는 대기업과 공공기업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 정규직과 같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지방의 청년인구를 중심으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2차 노동시장(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근로자는 1788만 명으로 전체의 89.2%나 차지하는 데 비해, 1차 노동시장인 대기업 정규직은 216만 명으로 10.8%에 불과한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임금(월)의 경우는 대기업 정규직이 409만9000원으로 2차 노동시장 평균임금 240만1000원에 비해 1.7배 높으며,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비교하면 2.6배 높은 현실이다. 근속 연수에서도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12.2년이나, 2차 노동시장 평균은 5.0년으로 2.4배, 중소기업 비정규직과는 3.6배의 차이를 보인다. 임금의 경우 1980년 중반까지는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대기업의 90% 수준을 유지했으나, 그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로 50%대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방인구, 특히 청년층들은 1차 노동시장의 분포가 높은 수도권으로 떠난다. 이유는 대기업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사업체 60.7%, 종사자 63.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에 1, 2차 노동시장 간 자유로운 이동 촉진 및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렇기에 지역균형발전이 ‘공간적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자료: 통계청, '2001년 국내인구이동통계' 보도자료
자료: 통계청, '2001년 국내인구이동통계' 보도자료

지방대학의 역할 상실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또 지방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수도권 비대화가 지역 간 부동산가격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가구의 순자산(=전체자산부채) 격차 확대 및 재산소득의 수도권 점유율의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순자산의 경우 전국 평균(100.0) 대비 수도권은 116~125, 비수도권은 75~84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6년 이후의 자산 격차는 더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더해 지역 간 아파트값의 상승률 격차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6~2021년의 아파트값은 서울과 경기가 각각 108.6%와 85.1%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부산은 55.4%, 강원은 19.4%에 머물러 지역 간 격차가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한 서울 대비 아파트 매매가 비율의 경우는 같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48.1%에 그치고 있으며, 대도시인 부산과 대구도 각각 39.4%, 31.8%에 불과하며, 강원은 13.9%로 다른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은 공간적으로 불균등한 가격 격차를 초래하고, 이는 가구의 자산 총액에 반영되어 지역 간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불평등의 원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부동산등 자산가격 상승’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4.1%로 1위를 차지할 만큼 부동산가격의 변동이 자산 격차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이 자산의 공간적 격차는 비수도권 주민의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균형발전을 저해하므로 공정한 기회 및 공평한 자립 발전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지방대학의 문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고부가가치산업의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대학은 혁신의 구심점이자 인력 양성의 원천이기 때문. 보고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은 ‘혁신역량 제고 → 산업고도화 → 고부가가치기업 집적 →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 중 ‘혁신성장기반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즉, 지역이 주력 및 전략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미래 먹거리산업의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역내에서 동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의 공급이 필요하고, 산업고도화 등을 위한 혁신활동이 이들 산업과 접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대학들은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지방대학의 경쟁력 상실과 지역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및 대학의 재무구조 부실로 인해서 정상적인 학생 모집이 어렵고 경쟁력을 상실한 전국 84개의 대학이 한계대학에 해당하나,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대학이 62곳으로 전국의 7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대학은 사회·경제·문화의 등 다양한 분야의 블랙홀인 수도권의 영향으로 고사 상태에 놓여 있다. 인적·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청년층의 이탈, 지방대학 출신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 양질의 일자리 확보의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지방 인재들은 이중적 고통(대학 선택에 따른 사회적 고통)에 직면한다. 이러한 영향은 지방인구의 지역 간 이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늘어나는 중앙집권체제의 비효율과 폐해

이들 중에는 15∼34세의 청년층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활력이 떨어지고 혁신이 잘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비수도권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의 요인은 다양하다. 비수도권 청년층의 개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거나, 문화생활 및 인맥 형성 등 삶의 영역에서 수도권이 지니는 기회와 경쟁력을 추구하거나, 폭넓은 일자리 취득 기회와 높은 임금 수준 등이 청년들을 유인한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의 지역대학은 더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주도의 시스템 속에서 고도 경제성장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중앙집권체제하에서는 중앙정부가 가치의 배분을 독점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과 각종 이익집단이 수도권에 모여들고, 또 취업과 사업 기회를 획득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수도권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체제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주택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분권화 전략보다는 중앙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정책으로 해결하여 수도권 비대화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분권 차원에서 보면 전체 국가사무 중에서 지방정부의 지방사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3%(2017년 기준)로 지방사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비해 주요 선진국들의 지방사무 비중은 일본 60%, 미국 50%, 프랑스 40% 수준에 이른다. 또한 전체 조세 중 지방세의 비중은 2020년 기준 약 26.3%(약 102조 원)에 불과하지만, 국비 사업의 지방비 부담 비중은 약 34.2%(약 30조2000억 원)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국비 사업의 높은 지방비 부담은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재정자립도는 2021년 기준 약 43.6%로 2016년 약 46.6% 대비 약 3.0%포인트나 감소한 실정이다.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은 지역 정책에서 중앙정부의 논리가 우선됨으로써, 지역의 잠재력 발현을 통한 지역 특성 극대화 및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저해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조세·재정 부문을 포함한 지방분권 확대를 통해 지역 주도의 발전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는 상식에 기반한 공정한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지방균형발전은 지방분권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코로나19가 해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세계는 다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재도약을 하느냐, 아니면 선진국 대오에서 탈락하느냐는 지역과 중앙의 선순환적 발전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내고 이를 실천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국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의 안착 여부가 지역에서 추진 중인 균형발전 정책 과제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분권형 균형발전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미친다. 총량적인 균특회계 추이를 보면 2012년 9조4000억 원에서 2022년 10조9000억 원으로 동 기간 1조5000억 원 증가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국가재정 규모는 1.9배 증가했지만 균특회계는 1.2배 증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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