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보훈부’ 승격은 국가 품격 높이는 일
[논단] ‘보훈부’ 승격은 국가 품격 높이는 일
  • 안종민  국가보훈행정사무소 대표
  • 승인 2022.11.0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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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 동안 필자는 ‘청년보훈’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무관심 속에 현장에서, 그리고 청년보훈의 최일선에서 싸워왔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만큼은 꼭 청년보훈 문제가 관철돼 ‘새 정부-새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랐다. 이제 그 가시적 성과를 보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가 보훈부로의 승격을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필자는 청년 부상 장병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대선 캠프에 전달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공약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라는 보훈 슬로건이 공약 20번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원희룡 정책본부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고 이에 대한 답으로 ‘청년보훈 정책’이 반영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무척 기뻤다. 참전 세대를 포함해 10만 명이 넘는 청년 부상 장병들을 위한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윤석열 대선 캠프 원희룡 정책본부장에게 전달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국가유공자 및 가족은 84만 명이며 보훈가족을 총 합치면 240만 명 정도 됩니다. 이 분들을 위한 공약이 없습니다. 10년 동안 정부 예산은 72% 증가, 복지예산은 148% 증가했지만 보훈예산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우리가 아는 보훈은 복지 속에 편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보훈은 복지가 아니며 보훈은 복지+a입니다. 그 속에는 ‘부채의식, 영예로운 삶’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렇게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유공자 중 젊은 상이군경 5만~6만을 제외하면 전부 고령화로 혜택이 절실하며 자녀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입니다. 
 

2021년 4월 28일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한 민주당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안종민 대표.
2021년 4월 28일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한 민주당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안종민 대표.

1. 국가유공자 보상금을 소득으로 보는 공적이전소득 문제로 인해 기초연금 및 의료지원에서 혜택이 누락되고 있습니다.
* 국가보훈처에서는 이 문제를 국가보훈 선택적 포기 제도를 만들어 고령 수당 등을 포기할 경우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2. 고령 유공자의 경우 장애인이 받는 간병비 지원 사업이 전무하여 자녀들은 간병비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 현재 6.25 참전 6만3000명, 베트남 참전 18만6000명, 50대 이상 전투 중 상이자인 전상군경 약 5 만5000명/고엽제 약 5만 명 등 약 35만 명이 고령층입니다. 독립, 4·19, 무공수훈자까지 포함할 경우 약 40만 명까지 고령층입니다.
또한 참전유공자 배우자에 대한 지원은 혜택이 전무합니다. 참전유공자가족은 약제비 지원도 되지 않아 ‘폐지 줍는 참전유공자’가 매년 뉴스에 나옵니다.
3. 제대군인과 관련해서 대상의 확대가 이번 정부에서 ‘의무 대상자 확대 법안’을 12월 말에 정부 차원에서 법률을 냈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진로 및 직업상담, 취업알선, 채용박람회 개최 등 아주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입법하였습니다. 이 법은 반의 반쪽짜리 법률도 되지 않으며 참전유공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차후 보훈은 군복을 입었던 청년 그리고 부상 장병 등을 위해 예산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4. 소방관, 경찰의 ‘공상으로 인한 전액 국가지원’ 그리고 공상으로 인해 추정되는 질병에 대해 국가가 인정해 주는 제도를 확립해주시기 바랍니다. 
5. 국가유공자 비해당 5만 명을 위한 보상금을 제외한 보훈 혜택 제공 등 몇 가지가 더 있지만 ‘희생한 사람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목숨 바쳐 지킨 나라에 돌아온 것은 가난’이라는 말 없어야

‘보훈’은 ‘공훈에 보답하다’라는 뜻으로 1985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용어를 만들었으며 중국으로 역수출한 단어이기도 하다. 1949년 공비 토벌 과정에서 희생된 군인과 경찰에 대한 지원 목적으로 ‘군사 원호처’가 설립되었고 1950년 ‘군사 원호법’ 제정으로 ‘원호’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호’는 ‘돕고 보살펴 준다’라는 의미로 예우라기보다 복지에 가까운 단어였다. 또한 일본의 용어이고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다 보니 참전했던 유공자분들이 ‘원호’라는 단어는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군사원호처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피로 지킨 참전유공자들의 예우에 턱없이 부족한 재원으로 1953년 사망급여금(5000원)과 연금 지급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게 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사 13만7899명, 부상 45만742명, 포로 8343명이었으니 가족을 포함하면 약 250만 명이나 되는 유공자 가족들이 가난에 시달렸다.

필자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 ‘보훈 기금’을 냈던 기억이 있다. 이 기금과 ‘가마니 사업(정부에서 가마니 사업을 내줘 납품토록)’으로 소득 기반을 조성해 1980년대 보훈의 기틀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국민이 만든 보훈 기틀이었다. 1984년에는 ‘플러스 복권’ 사업의 공익자금을 지원받아 보훈병원 등을 설립해 의료, 교육, 소득지원의 체계를 만들어나갔다.

그나마 재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으로 보상금을 3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주면서 약 40년 만에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고 백선엽 장군은 1952년 상이용사들이 부산역을 점거하자 이들을 만나 설득하고 군사원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미 8군 도움으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후버 대통령 시절 상이용사들의 대대적인 시위를 해결하기 위해 원호처를 만들었다는 것을 그 당시 미 군사고문단장 라이언 장군과 상의하면서 알게 돼 군사 원호처를 만들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1962년 독립유공자 훈장 수여, 1990년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 2000년 참전군인의 제도 정비, 2004년 특수 임무 수행자(북파공작원) 법률 개정 등을 거쳐 2004년 국가보훈기본법을 제정하면서 국가보훈 기틀이 완성되었다. 

국가보훈기본법이 제정되고 나서 국가보훈처가 장관급 부처로 승격했고 2008년 차관급으로 다시 떨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보 정당의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가 국가의 품격을 스스로 격하시켜 유공자들의 원망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강국에 진입한 지금 계속 퇴보하는 것은 보훈뿐이다. 국가의 품격을 스스로 낮추는 것이다.

국가 예산이 2012년 341조 원에서 72%가 증가해 2022년 588조 원이 되었다. 이 중 복지예산은 2012년 36조3000억 원에서 무려 146% 증가한 89조6000억 원으로 2023년에는 ‘100조 원의 복지 시대’가 도래한다. 하지만 보훈 예산은 2012년 4조5000억 원에서 23% 증가한 5조6000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 “거꾸로 가는 것은 보훈뿐이다”라는 자조 섞인 유공자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재정이 어려워 1990년까지 전쟁의 상처가 영광이 아닌 가난의 상징이 되었고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원망으로 회자하던 그때로 돌아간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 왔다.

현재도 부상을 입고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약 6만 명의 비해당 상이군경, 보상을 받지만 취직이 어려운 6만 명의 중년과 청년 국가유공자들이 국가에 불만이 많다. 적은 보상을 받고 취업은 장해로 번번이 탈락하고 주거는 나이 제한으로 보장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해 가난이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지방보훈청 건물.
윤석열 정부는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지방보훈청 건물.

6·25전쟁은 보훈의 시작

‘일류 보훈으로 가는 KTX’는 보훈부로의 승격이다. 이를 계기로 더 체계적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상응하는 보훈정책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은 장관급 부서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과 제대군인들을 위한 정책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다.

선진국은 ‘국가의 주춧돌은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위한 희생 위에 세워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자부심을 미래 세대에 전달하여 젊은이들이 다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애국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보훈 KTX’를 출발 시켜 애국심을 전국의 국민에게 전달하고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한 시간에 보훈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년 6월이 되면 ‘폐지 줍는 참전유공자’ 기사 제목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또한 장애인에 비해 적은 혜택을 받는 보훈이라는 젊은 유공자들의 절규도 사라져야 한다. 국가의 품격이 국민의 가슴속까지 달리는 열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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