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한국과 러시아 국익 충돌 없어… 러, 한국인이 결정하는 통일 지지”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한국과 러시아 국익 충돌 없어… 러, 한국인이 결정하는 통일 지지”
  • 미래한국
  • 승인 2022.09.29 05: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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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사진·정리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입장은 분명하면서도 난처하다.

보편적 자유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한미동맹에 입각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한국-러시아 양국의 경제문화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 문제 등 또 다른 차원의 국익 문제가 연결돼 있어 한-러 협력 관계의 지속 발전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시각과 한국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생각을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를 <미래한국>이 만나 들어봤다.

전쟁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면적 하이브리드 침공에 대한 반격”이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반러시아적 나라로 만드는 것을 바로 잡는 것”이라는 주장은 동의되기 어렵지만 러시아의 입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쿨릭 대사의 말을 최대한 가감 없이 전달한다. 자유평화통일을 위해 최대한 한-러 양국의 공통점을 찾고 러시아-북한의 밀착을 막는 것도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 많은 한국인들은 여전히 러시아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과 호감이 있습니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제3의 문화, 슬라브라는 정체성을 대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도 공통점을 느끼시는지요?

한국인들이 러시아 문화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특히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가장 높은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슬라브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적으로 연구한 부분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러시아는 서양과 동양의 중간에 있습니다.

러시아는 서양으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동양으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독자적인 문화를 넘어 독자적인 문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제3의 문화, 생활방식,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러시아 문화와 문명의 특징에 대해서는 3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러시아는 인류적인 문제에 대해 좀 더 높은 차원의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적으로 러시아 문학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작품은 한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타문화의 장점을 흡수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 도서를 많이 번역하고 읽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러시아 문학, 음악, 예술 분야 등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른 문화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고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서양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핑계로 러시아 문화예술을 차단하려 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다른 나라 문화를 인위적으로 차단이나 금지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 소련시대에는 이념적인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탈린 소련 시절에는 서구의 중요한 문학 작품들이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이해에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러시아는 다양한 요소로 이뤄진 복합적이고 다문화적인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역사적 광활한 러시아 영토 내에서 수십 개에 이르는 다양한 민족들이 평화롭게 공존해왔습니다.

러시아 문화를 이해할 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순수한 러시아 민족만이 아니라 수십 개 민족들이 정서적, 그리고 문화적 활동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제가 언급한 러시아의 정체성 특징은 한국도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인류가 고민하는 근본적인 것에 러시아나 한국이 모두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는 것이겠지요. 

“러시아는 수십개 민족들이 어우러진 다문화 공동체”   

-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처럼 나토의 팽창주의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불러왔다는 관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토는 왜 현상 유지를 넘어 팽창전략에 집착한다고 보시는지요?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나토의 팽창주의와 동진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쉽게 설명하면 냉전시대에서 탈냉전으로 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냉전 종식을 냉전 종식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완전한 승리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냉전 종식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소련의 해체를 미국의 승리로 받아들였고 더 나아가 현대적인 러시아까지 완전하게 패배시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 완전한 승리를 얻기 위한 도구가 바로 ‘나토의 동진’인 것입니다. 

나토는 분명 경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우리는 수차례에 걸쳐 경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토는 더 이상 동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다섯 차례에 걸쳐 동진을 하면서 겉으로는 러시아에 아무런 위협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교적인 수사라 하더라도 나토가 군대를 러시아 쪽으로 계속 전진 시키면서 러시아에는 아무런 위협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를 무시한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바로 나토 동진정책의 결과물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위) 자리에 새로 새워진 러시아 공사관(아래)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위) 자리에 새로 새워진 러시아 공사관(아래)

러시아에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유 

-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관하면 러시아가 주변국들을 연달아 정복할 것이고 또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미국 등 서방권에서는 ‘국제사회’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좀 더 깊이 보면 국제사회라고 하지만 그 면면은 불과 40여개 서방국가들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소위 국제사회라는 용어 자체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40여개 나라가 전체 국제사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서방권에서는 국제사회라는 말의 왜곡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에서 언급되는 ‘침공’이라는 용어도 현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야말로 러시아를 향한 침공에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토의 동진에 따른 서쪽에서 다가오는 군사적 침략에 러시아는 대응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서방권이 우크라이나를 반러시아적 나라로 만드는 것을 우리는 올바르게 바로 잡는 것뿐입니다.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하이브리드 침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인 것입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급진 민족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점은 러시아가 서방의 팽창주의를 막지 않으면 나중에는 러시아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방세력은 지난 500년간 이어진 우월한 지배력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것이지요. 

국제무대로 시야를 옮겨보면 유엔에서 많은 나라들이 서방권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러시아 쪽에 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서방권 국가들을 제외하면 반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러시아와 경제교류를 완전히 중단한 나라도 사실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행했을 때 바로 동참한 나라들을 빼고는 추가적으로 경제 제재에 나선 나라도 거의 없습니다. 서방권을 빼고는 다른 나라들과는 정상적 외교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9월 16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상하이협력기구에 동참하겠다는 나라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서방권에서 말하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질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본질이 다른 사항입니다.

중국의 공식적인 발언과 행동을 보면 대만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는 평화로운 조국의 통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도 잘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일국양제(一國兩制)’입니다. 이미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이 됐습니다.

물론 이 프로세스는 쉽지 않고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중국이 이와 관련해서 확실히 정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제3국이 개입할 경우 중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러시아 수교 30년, 민간 인적 교류 성과 가장 많아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인들과 함께 한국인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전쟁이 속히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 전쟁이 종료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현재 상태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서방권이 러시아에 행한 침략적인 것의 결과물입니다. 작년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봤습니다.

미국 등 서방권에 러시아는 해결 방안을 패키지로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방권은 우리 러시아의 합리적 제안을 일언지하에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의 마무리 조건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펼칠 때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비나치화 그리고 돈바스 지역의 공화국 독립입니다. 이러한 작전의 목적이 달성되면 특별군사작전은 마무리될 것입니다. 

-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지만 공산주의를 포기한 강대국 러시아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우호관계를 희망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러시아간 교류 협력이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민간 교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민간 교류는 저도 매우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러시아와 한국이 수교 30년 동안 가장 성공적인 것이 바로 민간 분야의 인적 교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러시아에 가서 문화적 교류를 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한국에 오기도 했습니다. 상호 문화교류 행사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푸시킨 동상과 톨스토이 흉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한국문화주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인적 교류는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양방양 프로세스입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K-POP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 문학작품 역시 러시아어로 번역 발간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한국의 대문호 박경리 작가의 동상도 있습니다.

인적 교류야말로 한국과 러시아간의 가장 모범적인 분야입니다. 특별군사작전이 개시된 이후에도 제가 한국의 많은 인사들을 만나 봤는데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러시아 간의 인적 교류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을 표했습니다.

현실은 문화 인적 교류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같은 문화 교류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가 한국의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에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압니다. 향후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1990년대 관계 정상화로 양국은 특히 항공우주 분야에서 매우 큰 협력을 이뤘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약 10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까지 수출했습니다.

민군에서 겸용으로 사용하는 헬기 약 70대 정도를 한국에 수출했으며 현재도 한국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한.러간 군사 교류가 중단되었는데 한미동맹 차원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이해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인도나 튀르키예도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하려 할 때마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주 협력도 잘 발전되고 있었습니다. 양국 정부 간 합의도 있었습니다.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 이소현 씨도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해서 우주비행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위성도 러시아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올려보냈고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에도 러시아는 직접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산 로켓에는 러시아 기술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주 협력이 그 당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향후 양국간 항공우주 협력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정치외교와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보는 국제질서, “다극화 만들어야” 

- 러시아가 국제질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일극(unipolar) 시대에서 중국이 등장하고 EU가 커지면서 다극화(multipolar)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점도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무극화(nonpolar)로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러시아는 중국처럼 다자주의를 선호합니까, 아니면 ‘러시아의 길’을 선호하는 것입니까? 

역사적으로 지난 500년 동안 서방권이 러시아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국제 질서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생긴 것이 20세기 말, 21세기 초 서방권이 아닌 새로운 ‘극’이 생겨 세계는 다극화 되었습니다.

서방권 중심의 1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등장도 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들이 연합해서 ‘아세안’처럼 새로운 ‘극’으로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그 맥락 속에 새로운 극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극’이 부상하기 때문에 세계 질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방권은 새로운 ‘극’의 부상을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방권은 어쩔 수 없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책을 수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은 세계 질서가 다극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기초를 두면서 부상하는 새로운 ‘극’들과 협력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남북한에 중요한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아젠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한반도를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익이 바로 한반도 지역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지역에서 러시아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 지역의 평화와 협력과 안보입니다. 6자회담이 활발히 진행될 때는 실무그룹 협상도 활발했고 당시 그 실무그룹 협상을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러시아는 매우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하겠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복합적인 한반도 문제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싱가포르회담을 했는데 그 문안을 보면 2017년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로드맵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 이후 미국 입장의 전환점이 생겼는데 바로 비핵화만을 주제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후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 푸틴 대통령이 어려웠던 시기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준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 이후의 러시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실 지도자는 시간이 지나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바로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중간 평가를 하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푸틴 대통령 지도하에 소련 해체와 사회주의 전환 시대에 엄격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이끄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개발되고 실현되었습니다.

경제, 정치 등을 포함하여 러시아 개발 정책이 러시아 국익에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러시아 국민 대부분이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정책은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본지 김범수, 한정석 편집위원이 좌담하고 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본지 김범수, 한정석 편집위원이 좌담하고 있다.

푸틴에 대한 평가는

- 과거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들의 종주국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큰형, 가디언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아닙니다만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심각한 인권 침해 등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에 러시아가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인지요?

냉전은 1946년 처칠 영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했던 ‘철의 장막’ 연설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승리를 거뒀던 러시아 혁명 때 이미 냉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가장 큰 대결은 바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결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 생각은 1950년대 있었지만 사실은 어느 체제가 우월하고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매우 치열하게 경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그 결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이념 대결도 종식된 것입니다. 진정한 사회주의 길을 계속 걸으려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소련식 고전주의적인 사회주의 개념에서 보면 북한은 엄밀하게 고전적인 사회주의 나라가 아닙니다. 사회주의라는 개념보다는 더 왼쪽으로 기울어진 사회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시절이 종식될 때 각 나라마다 사회 체제에 있어 각각 자기만의 색채가 있기도 합니다. 냉전 후에 우리가 배운 교훈 가운데 하나는 국가 발전 방향은 전적으로 주권국가 내부 문제라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역동적으로 관계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주권국가 내부에 대해 철저히 불간섭주의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주권국가에 러시아가 조언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발전하는 데 어떤 나라가 모범 사례가 되는지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요.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 베트남, 한국 사례는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 발전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되는 것인데 어느 나라 사례가 정답이라고 하면서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 경제발전 정책을 수립하면서 발전했는데 다른 나라 사례를 본받기는 했지만 결코 똑같이 따라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화, 현지화를 한 것이죠.

중국도 경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역시 현지화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것입니다. 등소평이 “중국이 가진 특징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식 사회주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소련 시절에는 ‘소련식 사회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습니다(웃음). 당시 소련은 민족주의 색채가 가미된 사회주의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자기들 방식의 개혁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개혁은 경제적 봉쇄 속에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북한은 대북 경제 제재 속에서 사실 개혁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이 1960년대 경제 개혁을 했고 중국은 그로부터 20년 후 개혁을 했는데 그 당시 세계적 상황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도 경제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 지금 러시아 대사관 터가 과거 구한말 고종이 아관파천한 곳인데 그에 대한 대사님의 소감은 어떠신지요. 우리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부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물지 못한 역사적 상처도 없습니다. 얼마 전 한국전쟁 참전 노병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소련은 공군 조종사들만 참전했습니다. 당시 소련의 정책은 북한만 보호하고 절대로 38선은 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국군을 폭격하지도 않았습니다. 노병도 말하기를 소련군의 폭격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하더군요. 

이웃 국가라면 원래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부정적인 사건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할 만합니다. 오히려 양국 간에는 긍정적인 일들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일제시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러시아에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러시아 쪽으로 이동한 것은 1864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한국인들은 러시아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조선과 러시아제국 간의 관계는 매우 짧았지만 그래도 좋은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영사관도 있었고 군사적인 협력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군이 한반도에서 쫓겨난 것 역시 소련의 붉은 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간 관계에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한국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데 한국과 러시아 사람들이 차이점도 많지만 서로간의 유대를 위한 공통분모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이해하는 것도 쉽습니다. 정치 외교적으로 보면 한국과 러시아 간에 국익이 서로 부딪히는 대치점도 없습니다.

한국인들로부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요, 평화로운 통일이라면 늘 지지합니다. 통일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는 한국인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평화롭게 하면 됩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30여년 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왔는데 앞으로도 양국간 우호가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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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 2022-10-24 15:11:42
첨부:전쟁전 한국기준 0.1%도 않되던 적은 무역량에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우크라이나 출신 기술자들이 대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던,
한국인 유학생 살인사건,한국인 선교사 살인사건등 한국정부와 국가간의 마찰 있던 국가가 또 우크라이나로 우크라 국민의 선택이 우선 존중 받아야 한다면
장기전이 될것 같지만 현 미국 공화당이 중간 선거에 우세라 랜드리스 량 줄여 조만간 러시아와의 종전을 이끌것 같습니다.
https://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03

양영식 2022-10-09 19:08:42
우크라 국민의 선택이 우선 존중 받아야 한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어도 러시아는 여전히 핵강국이다 석유 등 부존 자원이나 인구도 많다 권력자의 욕심에 양국민이 희생을 강요 받는 현상황은 즉시 종식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