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강연]  “재정준칙, 선택 아닌 역사적 책무”
[추경호 부총리 강연]  “재정준칙, 선택 아닌 역사적 책무”
  • 미래한국
  • 승인 2022.09.2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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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팀이 우리 헌정사 최초로 재정준칙 입법화를 선언했다. 재정준칙이란 정부의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 총량적인 재정지표에 대해 수치화한 목표를 포함하는 재정운용의 목표설정 및 이의 달성을 위한 방안 등을 법제화함으로써 재정정책 당국의 재량적 재정운용에 제약을 가하는 재정운용체계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부 마음대로 예산을 늘리거나 부채를 지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다. 재정준칙은 현재 105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는 한국과 튀르키예만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MF 등으로부터 가볍지 않은 노티스를 받고 있다. <미래한국>은 지난 8월 한국행정학회·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주최했던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행해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정준칙에 관한 입장과 방향에 관한 강연문을 입수해 독자에게 공개한다.(편집자 주)

그동안 우리 재정은 경제성장과 복지제도의 확충을 뒷받침하고 경제위기에 안전판 역할을 했던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그러나 탄탄했던 우리 재정은 최근 들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지나친 확장적 재정운용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지난 5년 사이에 약 62% 늘어나 400조 원 이상 증가하여 금년 말 약 107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며 매년 100조 원 내외의 대규모 재정적자도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국제 신용평가사는 우리의 재정 전망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하는 등 이제는 더 이상 재정이 우리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의 여파로 국가채무가 앞으로 계속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20년 이내로 주요 사회보험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IMF는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2050년에는 100%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중장기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 세대에게 빚더미 부채 공화국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재정 씀씀이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합니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정착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구체적 재정운용에 있어서도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사업 성과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two-track 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하는 추경호 부총리./연합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하는 추경호 부총리./연합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
 
우선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한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입니다. 재정준칙은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구조가 복잡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여 구속력도 낮았습니다.

또한, 준칙 기준으로 당분간 흑자기조가 지속되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가 포함되는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가, 법률 통과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지적들을 기초로 수정보완하여 수차례의 전문가 의견 수렴과 간담회 등을 통해 새로운 재정준칙의 기본방향을 마련하였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지준칙을 토대로 하면서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한 재정준칙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적자 폭을 △2%로 축소하여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60% 이내로 수렴하도록 설계하겠습니다. 준칙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여 구속력을 확보하고, 법률 통과 즉시 준칙을 시행하겠습니다.

아울러, 경제 위기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준칙 적용을 면제하되, 위기 종료 시에는 바로 준칙 기준으로 복귀하고, 건전화 대책을 수립하는 등 건전재정과 재정의 역할이 적절히 조화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재정의 지출구조조정과 재정성과관리체계 고도화입니다. 첫째, 금년의 경우 전례 없이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하여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으로 편성하겠습니다.

둘째, 재정성과관리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환류 기능을 강화하여 지출구조조정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재정사업 평가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6개 부처에서 운영 중인 11개 성과평가 제도의 평가항목·시기 등을 표준화하고, 성과미흡 사업은 예산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삭감하는 등 성과평가 제도에 지출구조조정 원칙을 도입하겠습니다.

또한, 국민들이 각 부처 성과를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각 부처별 주요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대표지표를 선정하고 목표 달성도를 알기 쉽게 공개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핵심 재정사업에 대해서는 예산 편성부터 집행, 성과 평가까지 전 주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성공적인 국정 성과 창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해나가겠습니다. 셋째,

지난 정부에서는 예타 면제가 120조 원에 달하는 등 많은 사업들이 충분한 타당성 분석 없이 추진되었으나, 현 정부에서는 불명확한 면제요건을 구체화하고,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예타 면제를 최소화하겠습니다. 

다만,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은 기존보다 3개월 가량 단축된 신속예타절차를 적용하여 사업의 적기 추진을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민들이 관심 있는 지역의 예타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제공하여 운영의 투명성도 제고하겠습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 힘들다고 우리 자식 세대에게 텅 빈 곳간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한 씨앗을 다 써버리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곳간의 문을 엄격히 단속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재정준칙입니다. 이와 같은 재정준칙은 이미 105개 국가에서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 밖에 없습니다.

감사원과 경제학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재정전문가의 80% 이상이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과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여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재정준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책무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루거나 외면할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오늘 컨퍼런스를 거쳐 조만간 재정준칙 최종안을 확정하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안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여기 계신 전문가 분들께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재정준칙이 필요함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민과 국회의 공감대 형성과 확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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