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의 3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중도·보수진영은 과거 거듭된 실패를 교훈삼아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에 나섰으나 경선룰 불공정성 시비 끝에 불복과 파행을 거듭하다 고소고발 난타전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수진영은 지난 두 번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 교육감에게 패배했다. 진보진영은 단일화로 한 명의 후보가 출마한 데 반해 후보 난립으로 표 결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4월 30일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823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조사 결과 조희연 현 교육감이 19.9%의 지지율을 보였다.
2·3위는 중도·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16.3%)와 박선영 후보(15.2%)가 뒤를 이었다. 이어 이주호 후보(8.2%) 조영달 후보(6.5%). 강신만 후보(5.6%), 최보선 후보(5.4%), 윤호상(3.5%) 후보 순의 적합도를 보이면서 10% 이내 지지율을 기록했다.
‘적합한 교육감 없음’은 10.6%, ‘잘모름 또는 기타’로 응답한 비율은 8.8%에 달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때문에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서울시교육감 선거 승패와 직결돼 있다는 공감대는 일찍부터 형성돼 있었다. 실제 여론조사 지표도 이를 반증한다.
5월 3일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수도권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단일화 후보가 조희연 현 교육감과 오차범위 내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육감이 조영달 서울대 사대 교수와 맞붙을 경우 지지율 40.1%로 조 교수(40.0%)와 0.1%포인트 차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조 교육감(40.5%)은 박선영 21세기 교육포럼 대표(40.2%)와의 대결에서도 0.3%포인트 차이였다.
조 교육감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4%포인트,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에게는 4.5%포인트 각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중도·보수 후보 모두 조 교육감과 오차범위 내에 있어 단일화만 성공하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건은 단일화 작업에 실패한 후 서로 간의 반목과 불신이 낳은 심각한 분열 양상을 과연 극복할 수 있느냐다. 현재도 단일화 작업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5월 1일 이주호 후보가 박선영·조영달·조전혁 세 후보가 8일까지 재 (再)단일화에 합의한다면 자신은 물러나겠다면서 후보들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박 후보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을 뿐 나머지 두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 후보의 분열 양상을 지적한 이 후보 자신도 정작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 ‘수도권교육감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교추협) 주도로 한 첫 단일화 과정에서 교추협 자문기구 원로위원을 맡았던 그가 4월 10일 갑자기 출마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단일화에서는 여론조사와 선출인단 투표를 거쳐 조전혁 예비후보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는 지난 선거 패배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고, 급기야 경선룰 불공정성 시비마저 붙었다. 여기에 선출인단 명부에서 서울지역이 아닌 이들의 수상한 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급기야 후보 측 간 비방·고소전으로 비화했다.
그러다 박 후보는 예비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한 조영달 후보는 우파 성향 교육단체인 ‘서울교육 리디자인 본부’ 후보로 추대되기도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며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했던 박 후보는 번복하고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현재 박선영·이주호 후보는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가리자고 공개 제안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전혁 후보도 당초 “재단일화는 없다”는 강경 입장에서 약간의 태도 변화가 보인다는 이야기나 나온다.
그는 박선영·이주호·조영달 후보의 사퇴나 이들의 1차 단일화 후 논의에 응할 것이라는 조건부 수용으로 한발 물러섰다. 조영달 후보는 이주호, 박선영 후보 사퇴를 전제로 이것이 우선 성사되면 조전혁 후보와 둘이 재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신만고 끝에 4인의 후보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해도 이른바 ‘룰의 전쟁’에서 이들이 과연 순순히 승복하겠냐는 비관적 전망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어떤 형태의 단일화 방식이라도 그간 쌓인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교추협 단일화 과정에 참여,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미래한국>과의 통화에서 “모든 후보들이 각자의 불만과 욕심대로 행동하면 끝이 없다. 원칙적으로 단일화 후보는 지난 과정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원칙과 룰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가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다시 좌파 교육감에게 서울을 내주는 결과로 나온다면 모두가 책임을 벗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모든 피해는 서울시민과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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