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통일 어젠다 … 통일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사라진 통일 어젠다 … 통일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 인터뷰 최승노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22.04.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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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승노 미래한국 발행인
사진·정리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이 2019년부터 1년 동안 베를린에 머물며 독일 로베르트 보슈 재단의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펠로로 ‘독일통일 30년에 관한 독일인들의 인식’에 대한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독일통일과 그 후 30년간의 궤적을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하고 그것이 한반도의 통일에 어떤 교훈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한 <제3의 성찰>을 출간했다. 학자이자 관료로서 평생을 이어온 연구의 일환이자 이 시대의 통일에 대한 제언이다.

류 전 장관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 주중국 대사, 통일부 장관 등 중책을 수행했다. 서울대 지리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킬대학교에서 지리학과 역사학, 사회학을 공부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지리학연합 사무총장으로 봉사했다. <미래한국> 창간편집위원·편집고문으로서 편집 방향 제시와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을 만나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무엇인지,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알아봤다.

- ‘제3의 성찰’이라는 책을 출판하셨는데 간단히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 제목은 ‘제3의 성찰’, 부제는 ‘독일통일이 한국에 주는 교훈’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판에서는 더 핵심적인 사항을 언급하기 위해 ‘자유와 통일’이라고 했습니다. 철학에서는 ‘제3의 성찰’이라는 말을 데카르트가 했다고 하지만 저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서 가져왔습니다.

징비록은 우리 민족 최대 환란 임진왜란을 겪고 후세에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면서 지은 책입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징계하고 미래를 경계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했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큰 두 개의 메시지를 남기셨는데 그 하나는 외세에 나라를 잃으면 안 된다는 경고이고 두 번째는 중국과 왜에 의해 나라가 분할되지 않도록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400여 년이 지나 나라의 주권을 잃고 분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한스럽습니다. 제가 공직을 마치고 나서 독일 통일 30주년을 맞아 통일된 독일을 답사하고 통일 독일 주역들과, 통일 후 태어난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만나 1년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자료를 종합해서 한반도 통일을 모색해 본 것입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최대 과제는 통일- 통일의 5대 이유

- 통일이라는 의미를 다시 성찰한다면 무엇인지요?

통일은 미래의 일입니다. 이는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청년들의 몫입니다. 청년들을 위해 쓴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고 쓰는 막바지에 한국 대통령 선거를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네거티브, 부동산 문제는 많이 하는데 통일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더군요.

대선의 정책 어젠다에서 통일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 정치 최대의 과제는 통일인데, 그것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것은 한국 정치가 지향하는 바를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왜 해야 하느냐 하는 근원적인 문제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한반도 안에서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한국인들의 삶의 원형입니다. 그 원형을 회복하자는 겁니다.

통일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겪고 징비록이 나왔는데 이 교훈을 되새기지 못하고 20세기 우리가 나라를 잃고 분단이 되어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최대 수치입니다.

여기에 갈등도 최고조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좋은 차 타고 잘 산다고 우겨봐도 긴 역사의 흐름이나 글로벌 스케일에서 본다면 한국인은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통일해야 합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자유도 없는 처참한 가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 동포를 정치적 박해와 가난에서 구해 내는 것은 남한에서 잘살고 있는 우리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셋째, 미·중·일·러 4강으로부터 우리의 인권,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단되어 남북 간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통일해서 최소한 버틸 수 있는 정치 군사적 규모를 획득해야 합니다. 통일되면 통일 한국은 4강 속에서도 능히 자기 존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라가 어느 정도 커야 승수효과가 생깁니다. 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라고 말합니다.

넷째,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서 항구적인 평화는 없습니다. 제가 주중 대사할 때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한 중국의 항구적 평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평화를 위해서도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가 통일되어야 세계 문명을 창달할 기회도 생깁니다.

- 독일은 통일을 했는데 우리는 여태 못한 것은 무슨 이유라고 보시는지요?

북한은 늘 우리 민족끼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외세 배격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독일통일을 봐도 그렇습니다. 독일통일 과정을 보면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국제적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반도 통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열강들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 내부적으로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은 국제역학의 변화를 아주 잘 포착하고 기회를 잡고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통일이 됐습니다.

우리는 제가 볼 때 여러 번 통일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우리 내부의 문제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해방 당시, 그리고 6·25전쟁 기간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 외에는 예컨대 북한이 1994년 핵확산방지기구(NPT)에서 임의로 탈퇴하면서 붕괴 직전까지 갔을 때, 미국도 개입할 때입니다.

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오히려 북한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이라고 해서 무너지고 있는 북한 정권을 대놓고 도와줬습니다.

이 당시 세계의 조류는 유럽에서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권이 자유화되고, 그 바람이 아시아까지 왔는데 천안문사태에 눈감고, 북한을 햇볕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도와주면서 통일의 절호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걷어 찼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다시 살아나 핵을 개발한 것 아닙니까?

북한을 살려낸 것만이 아니라 북핵 개발까지 사실상 도와준 꼴이 됐습니다. 우리가 역사의 흐름을 역행한 치명적 실수가 된 것입니다. 현재도 90년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라는 겁니다.

- 어려운 지정학적 위치에서 한국이 지금까지 오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 정치가 통일과 반대로 가는 것이 안타까워 제가 ‘제3의 성찰’을 집필했습니다. 러시아 정치 격언에 ‘태평양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러시아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태평양으로 가는 부동항을 얻는 과정이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척 역사입니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온 것이죠.

그 과정에서 청나라, 일본과 전쟁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망각하면 그것은 한국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저는 말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의 반도 국가입니다. 항상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우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어려운 지정학적 위치 속에 해방 후 우리가 여기까지 나라를 이끌고 온 힘은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한미동맹의 힘입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지킨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우리 군인의 희생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한미동맹입니다. 이것을 잊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류우익 전 장관의 저서 '제3의 성찰'. 독일어로 집필돼 현지에서 먼저 출간하고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류우익 전 장관의 저서 '제3의 성찰'. 독일어로 집필돼 현지에서 먼저 출간하고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 책의 부제가 자유와 통일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제가 강의하는데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교수님, 북한에 의한 통일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것은 김일성대 교수나 할 말이지 서울대 교수가 할 말은 아니다.” 통일이라고 해서 다 같은 통일이 아닙니다. 자유민주통일이 되어야 진정한 통일입니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자유와 통일’입니다. 평화혁명이 동독에서 일어났을 때 동독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아주 구체적인 자유였습니다. 여행의 자유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자유가 있는 통일을 원했습니다.

서독의 기본법에도 자유와 통일이 명시됩니다. 그것이 우리 헌법에 와서 자유와 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통일을 추구한다고 명문화 됐습니다. 따라서 중립국 통일이나 연방제 통일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치는 개인의 자유를 확보 확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변의 가치는 자유이고 통일 역시 자유민주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일돼야 동북아 평화 가능

- 현실에서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굳이 통일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통일로 인해 오히려 내 자유와 자산의 가치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 하고 우려합니다. 제가 독일에 가 보니 통일 후 서독은 발전이 유보되고 투자가 동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이 한국 통일에 적용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통일에 관한 세 가지 미신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 통일은 중국이 방해해서 안 된다 하는 미신입니다. 이것을 저는 신사대주의라고 봅니다. 둘째, 지정학적인데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맞부딪히는 곳이라서 지정학적으로 분단될 수밖에 없다’는 미신입니다.

이것은 흔히 지정학적 운명론 또는 지정학적 결정론이라고 말합니다. 셋째, 남북 간에 경제나 문화나 너무도 큰 격차가 나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다는 시간의 미신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미신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다면 첫 번째 중국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5천 년 동안 내려온 미신입니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한국인의 완전한 자유는 없습니다. 21세기 지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가서 한반도는 예로부터 중국 속국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판국 아닙니까?

사드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중국은 대국이고 우리는 소국이라고 말했습니다. 21세기 자유민주국가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중국이 한반도 통일이 자기들한테도 유익하다고 생각하도록 국제정치를 끌어가야 합니다.

그런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두 번째 미신, 한반도의 지정학적 결정론은 일본제국시대 때 독일 무관이 일본 군인들한테 말한 것입니다. 일종의 침략 논리를 변형시킨 사이비 논리입니다. 그런데 해방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그대로 믿고 있습니다.

제가 이 지정학적 논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일본말을 모르고 지정학 논리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결정의 주체성이 모자라서 지정학 논리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세 번째 시간의 미신인데, 만약 48년에 통일되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죠. 똑같이 못살았으니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멀어지는데 그럼 두 나라라고 그냥 살자는 것인지 묻고 싶어요. 여기에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논리에 더해서 웰페어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더 친숙합니다.

여기에 앞세대보다 풍족하게 살다 보니 민족 일체감이나 통일에 대한 절박함 자체가 없습니다. 사회과학적으로 조사해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그리고 젊을수록 분단 안주성이 높게 나타납니다.

- 2세대를 거치며 완전히 다른 나라로 살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일 것 같습니다.

북한을 하나로 보면 안 됩니다. 핵심지배층 5%는 완전 골수분자인 반면에 나머지는 일반 주민입니다. 북한 정권과 일반 주민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을 형제냐 주적이냐로 헷갈립니다. 동독도 그랬습니다.

서독도 통일 과정에서 주민을 억압한 지배층과 일반 동독 주민을 구분해서 흡수했습니다. 동독 말기에 보면 공산 지배층의 말을 일반 동독 주민들이 듣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공산 사회주의체제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련도 그렇게 해서 무너진 겁니다. 남북 통일과정에서도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법정에 세우고 그렇지 않은 일반 주민은 품어 통합으로 가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실수한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동독 주민들의 실생활을 간과한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의 재산이 없습니다. 전부 국가 또는 소위 ‘인민의 재산’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갑자기 통일되고 동독 정부 재산을 서독 정부로 귀속하니까 동독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재산 하나 없는 ‘거지’가 됐습니다. 자기가 살던 집에서 월세를 내야 하는 아이러니가 된 것이지요. 우리가 통일한다면 북한 주민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이나 재산은 그대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국유화와 사유화를 적절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문화적 통합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신뢰 관계를 확대하면 결국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통일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통일 과정에서 서독 사람들이 불만이 많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과장이 되었다고 제가 책에 썼습니다. 1990년대 통일을 원치 않던 우리 정치인들이 주로 과장했습니다. 이들이 독일의 사민당 사람을 불렀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빌리 브란트입니다.

그리고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베낀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햇볕정책이죠. 독일 사민당의 기본정책은 통일 반대였습니다. 독일통일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전부 독일의 좌파 지식인들이었어요.

이들이 한국에 와서 통일 부작용을 이야기하면 그것을 대서특필한 것이 우리 언론들이었어요. 데스크는 이미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독일통일을 한반도에서 왜곡한 겁니다.

실제 독일에서는 동독의 사회주의를 개혁하자고 주장하던 사민당이 동독에 대해 자유민주통일을 주장한 기민당 헬무트 콜한테 밀렸습니다. 그리고 동독 주민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기민당을 택하고 즉각적인 통일을 원했습니다.

동독 주민들의 열화 같은 기대로 통일이 서둘러 온 겁니다. 만약 그때 통일을 안했다면 유럽 역사가 어떻게 흘렀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독일통일은 전광석화처럼 해낸 겁니다.

경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독지역 인프라 개발하는 데 돈이 들어가죠. 2005년까지 약 15년간은 실업도 늘었지만 그 이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의 나라가 됐습니다. 확장된 EU에서 독일이 주인이 됐고 나토를 움직이는 중심국가가 됐습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선두입니다. 노동력이 모자라 터키, 동부유럽에서 많은 노동력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것을 계산에 넣지 못한 겁니다. 그것이 바로 통일 독일의 힘입니다.

- 통일로 가는 데 있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무엇인지요?

판단력과 용기입니다. 독일을 통일로 이끈 헬무트 콜 총리는 국제정치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냉철한 판단과 용기로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콜 총리는 미국과 같이 통일을 성취했습니다. 대통령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 필요 없습니다.

장관들한테 맡기면 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말 해야 할 일은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국가안보의 최대 위험이 왔을 때, 동맹국과 관계가 삐그덕거릴 때 결단하는 겁니다. 우리 역사가 바로 갈 수 있도록 결단하고 용기 있게 나가야 합니다.

이것을 콜 총리가 해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불과 2주만에 콜 총리가 독일통일 10개 조항을 발표합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놀라지 않았죠. 왜냐하면 같이 작전을 짰으니까요.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우)과 최승노 미래한국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우)과 최승노 미래한국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통일 과정에서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분해야

-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하는데 통일을 위한 지방자치와 지역개발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요?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에 비춰보면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통일부가 북한과의 교류협력만을 지상목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인데 저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교류협력이라는 것은 상대가 동의를 해야 합니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통일이 지상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교류협력은 통일의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통일하려면 국민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웃 국가들이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통일을 위한 재정과 통일 후 제도적 여건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김정은을 만나고 통일한다고 일종의 ‘쇼’를 하면서 선거에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그렇게 해서 결국 통일 여건만 후퇴시켰습니다.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는 상대가 악의를 품으면 이용만 당하고 맙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모두 그렇게 실패한 겁니다.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도 이 점 명심해야 합니다.

지방시대도 지금까지 논리를 보면 서울이 모든 것을 독점하면서 지방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한마디로 서울의 것을 빼앗아 지방으로 넘겨주면 균형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이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입니다.

서울에 있어야 생산성이 나오는데 그것을 지방에 가져가면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시장경제 원리는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사람은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보호해주는 것이 시장경제와 정부가 하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서울과 지방을 대립구도로 놓고 지방 살린다고 서울을 억제하면 국제적으로 서울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 도시에 뒤떨어집니다. 결국 국가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 하면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가 서울에서 빠져나가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갈 수도 있습니다. 지방을 살린답시고 사회주의적 평등에 빠져 정책을 펴면 국가경쟁력 자체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 통일을 하는 데 있어 동독과 북한은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동독은 공산독재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세습국가는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공산독재에 왕조처럼 세습하는 봉건사회국가입니다. 동독과 서독은 2차 세계대전 후 전범국가로 분단되기는 했지만 서로 전쟁이라는 극한으로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우리는 6·25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갔습니다. 그 상처가 독일보다 크지요. 오로지 지금 북한체제의 목적은 김씨왕조체제의 유지입니다. 핵무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핵을 놓는 순간 김씨왕조체제가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비핵화 협상을 하는 것도 그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합니다. 단순히 협상하면 된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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