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경협, 무엇이 문제인가
대북경협, 무엇이 문제인가
  • 김운회 14기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 승인 2022.01.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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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비무장지대(DMZ) 관광 추진,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나아가 그는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지정하고 왕래와 교역의 절차를 간소화해 남북경제협력, 공동 자원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남북 상황에 좌지우지되며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사업단계를 명확히 나눠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2022.1.16.).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같이 좌파정권은 틈만 나면 대북경협을 못해 안달이다. ‘안철수 리스크’, ‘홍준표 리스크’등으로 범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좌파정권은 또 다른 회심의 카드 ‘대북경협’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대선 후보의 강원도 공약 일부이지만 대북경협을 확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 틀림없다. 이재명 후보는 “강원도가 남북평화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지정하고 왕래와 교역의 절차를 간소화해 남북경제협력, 공동 자원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한다(연합뉴스 2022.1.16.).

개성공단에 1조4000억 원 투자했지만 기업은 적자 운영

문제는 이 같은 좌파정권의 대북경협 정책이 어떤 결과들을 초래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대북경협의 대명사인 개성공단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당시까지 한국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은 총 6160억 원이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투자한 총액은 1조190억 원(공공투자 4577억 원, 민간투자 5613억 원)이었다. 그런데 2011년 기준 입주 업체 평균 당기순이익은 1400만 원 적자였다(2012년 통일부 ‘개성공단 경영 투자환경 개선 방안’).

천문학적 돈을 퍼부어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를 본 것이다. 공단 조성비용에 한국 정부가 1조 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결국 1조 4000억 원을 들여 매년 적자를 본 것이다. 이것은 대북경협이 아니라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 사업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

북한 정권은 개성공단에서 현금을 연간 9억 달러 가량 챙겨갔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북지원금이 핵무장에 이용된 의혹이 있다”고 밝히면서 현금으로는 29억 달러, 현물을 합치면 69억 달러가 북으로 갔다고 했다.

좌파정권은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같은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 의도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2018년 9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다그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세계 어느 정치 인사가 투자를 위해 방문한 기업가들에게 이런 참담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정권이 한국의 좌파정권을 하수인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또 다른 예로 당시 정권은 “리선권이 비유에 능하고 평소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다. 워딩(발언)이 무례해 보여도 정황상 (총수들이) 기분 나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두둔했다(동아일보 2018.10.30.)는 것을 들 수 있다.

리선권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분가량 지각하자 “관념이 없어서 시계가 주인을 닮아서...”라고 면박을 줬고 조명균 장관의 쩔쩔매는 모습이 방송되어 전 국민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해외투자로서의 대북경협도 수익성 없어

대북경협은 해외투자의 하나이기 때문에 해외투자로서의 타당성을 검정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 해외투자는 프리모에프 모델(PRIMO-F Model)이나 페스트분석(PEST Analysis :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요인 분석) 등을 토대로 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치적 요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그 어떤 나라라도 대북경협이 시작되는 순간, 북한 정권에 의한 강탈을 걱정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지속적인 경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조폭이나 양아치처럼 적당히 장사하게 하다가 바로 강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중국의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0년대 대우가 투자했던 남포공단, 2010년 금강산지구의 현대아산, 2012년 중국의 시양(西洋)그룹, 2008년 말 북한에 진출한 이집트의 오라스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경제적 기술적 요인들을 살펴보자. 2016년 8월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은 대북경협을 통해“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3080클럽’에 들어가 국민소득 5만불 시대로 향해 갈 수 있습니다. …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올릴 수 있고 … 이는 매년 5만개 가량 일자리가 신규 창출되는 효과입니다.

그러면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2016.8.16.)라고 공언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헛된 공약이었다. 개성공단은 오히려 ‘대북퍼주기’에 불과한 것이었고 경제적 실익은 없었던 최악의 해외투자였을 뿐이다.

실제로 대북경협에 참가했던 기업들은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금의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는 위험한 기업들로 인식되었다.

또한 북한의 기술적 현실을 보면, 대북경협에는 단순노동의 노동집약 산업이나 3D 업종밖에 들어갈 산업이 없는데도, 왜 문재인 대통령은“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올릴 수 있고 매년 5만 개 가량 일자리가 신규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변한 것일까?

2004년 이후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북한 근로자 5만5000명을 고용했지만 개성공단 직접 고용한 한국 노동자 수는 800명 안팎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좌파 정권의 대북경협은 해외투자의 그 어떤 이론적 실효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좌파정권은 끊임없이 대북경협 자금을 더 많이 모아두려는 것일까?

남북협력기금 사용 내역 밝히지 않아

2018년 11월 12일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을 놓고 충돌했다. 문 정권이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 내용을 비공개로 설정한 이른바 ‘깜깜이 예산’이었기 때문이었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 중 4000억 원 가량은 용처를 밝히지 않는 비공개 편성액으로 설정해 놓았다. 국회의 감시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8.11.13.) 이에 당시 야당의 송언석 의원은“2019년 남북협력기금 중에서 65% 정도가 비공개인데, 국회와 국민 모르게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따졌다.

남북협력기금 규모는 박근혜 정부 때(1조405억 원)보다 600억 규모가 늘어난 1조977억원(2019년)이었다.(연합뉴스 2018.11.12.). 더욱 가관인 것은 민주당 의원 12명이 복권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800억~900억 원 정도를 추가로 남북협력기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8.11.13.).

참고로 2021년 현재 남북협력기금은 1조7000여억 원이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대북인도적 지원과 경협기반 조성에 사용되고 있다. 즉 무상지원된 남북협력기금 지출액 29억여 원 가운데 69%를 이른바 인도적 지원과 대북경협기반 조성에 사용하고 있다.(통일부 ‘남북협력기금통계(2021.12월말 현재’)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언제라도 대북경협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생산 방식으로 경제 문제 해결 안 돼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정치경제체제가 다른 두 개의 국가가 그 토대인 사회경제구조를 일치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협력이나 통일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적 대립과 갈등만 촉진할 뿐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 점에 있어 마르크스적 좌파나 우파의 생각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좌파정권은 대북경협이나 대북 퍼주기에 집착하는가? 그것은 한국 좌파의 주류가 사상적으로 혼란이 극심하거나 우리가 알 수 없는 ‘모종의 비밀’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급 좌파인 ‘주사파’가 한국 좌파 운동을 장악하면서 이론적 퇴화가 극심하게 진행된 것이 바로 한국 좌파의 기본적 속성이자 ‘한국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 좌파는 때로 그리스 좌파 모델, 베네수엘라 모델 등에 천착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방향인양 선전·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최악의 경제 참상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제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마르크스나 그람시의 이론대로라면 한국 좌파는 한국의 부르주아계급과 협력하여 봉건적 반동 국가인 북한 정권을 먼저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 연후에 사회주의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새로 모색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이 같은 좌파 자체의 모순은 “북한의 국가주의적 생산양식은 오래 전에 이미 한계에 봉착한 파탄 상태로, 현재 시점에서 체제 이행의 유일한 선택지는 자본주의뿐이다 … 사회경제체제의 동질화는 북한의 국가주의적 생산양식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이행시킨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와 함께 끝장난 농간으로 밝혀진 국유화론을 여전히 숭상하는 구좌파들 입장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나, 너무나 냉정한 현실은 다른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송태경 블로그, ‘삶과 사회적 사랑’ 2018.4.28.)는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마르크스와 그람시의 논리를 벗어나 표류하는 주사파 주류의 한국 좌파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논리에 최대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대북경협이 그 중요한 하나의 고리이다.

본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만약 북한만 홀로 존재한다면, 북한이 ‘중국식 자본주의’로 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바로 코 앞에 경제 대국인 한국을 주적으로 두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끊임없이 무력통일을 꿈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이 중국식 자본주의 국가로 안착하는 데는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유 재산권 확립, 협동농장의 개별 분양과 사유화, 시장가격 결정의 안정화, 국내 저축 증대, 자유 임금 노동자 확대, 금융부문의 개혁과 발전 등,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 과정은 30여년도 더 걸릴 수 있어 그것을 북한이 인내하면서 내부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30여년을 탈 없이 노력한다한들 주적인 한국은 이미 다른 차원의 경제로 이행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일단 미군만 철수시키면 절대 무기(핵)로 한국을 굴복시켜 적화(赤化)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무리 절대무기를 가진다한들 미국의 핵우산 하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다행스럽게도 한국 좌파들의 끝없는 지지와 성원이 있다. 그래서 북한은 긴 세월의 경제적 인고(忍苦)보다는 정치적 방식으로 민족과 자주, 통일 등의 선전전을 강화해 한국을 사분오열 시킨 후 정치적 통합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바로 이 점이 북한과 한국 좌파들을 비이성적이고 반동적인 행태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에 대해서 한없이 굴종적으로 복종하려는 행태, 끝없는 ‘짝사랑’의 행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북경협과 남북협력기금은 바로 그 중심고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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