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천대유' 비밀 서민들이 밝혀냈다
[르포] '화천대유' 비밀 서민들이 밝혀냈다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10.19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6년 10월 존슨 미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오세아니아 7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월남전에는 한국을 비롯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이 참전하고 있었다. 전쟁이 격화되자 미국내에서 반전데모가 들끓었다. 아시아 순방길에 존슨 대통령은 동맹국에서도 반전·반미 시위대와 마주쳤다.

그러나 마지막 순방국인 한국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1966년 10월 31일 존슨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 100만이 넘는 인파가 열렬히 환영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오픈카에 오른 존슨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역사상 한미관계가 가장 좋았을 때를 박정희-존슨 대통령 시절로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재미교포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미국 TV에 비친 한국의 거리 모습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집들은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길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미국 교포사회는 고국의 생활 개선을 위한 성금 모금 운동을 펼쳤다. 미국 교포들은 모금한 성금과 그 취지를 편지로 써서 청와대에 전달했다.

SBS 인기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8년 7월 2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
그리고 조폭 출신 기업가의 연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광주대단지 사건 vs 성남시 화천대유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박정희 정부는 도시미관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1968년부터 ‘서울시내 무허가 판잣집 일제 정리사업’을 시행했다. 서울에는 판잣집이 없어지는 대신 시민아파트가 세워졌다. 그 과정에서 서울 도심의 판잣집 빈민들이 내몰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사건’이다.

광주대단지사건은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이었다. 그곳이 지금의 성남시 수정구 일대다. 광주대단지사건의 핵심은 공권력의 ‘땅장사’다. 도심의 판잣집은 무허가라고 해서 강제 수용하고, 대신 불모지나 다름없던 땅은 투기꾼의 장난질을 방치하면서 땅값은 폭등했다. 결과적으로는 도심 빈민을 상대로 공권력이 땅장사를 한 것이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온 국민을 분노케 하는 일명 ‘화천대유’사건이다. 1971년 광주대단지사건과 화천대유사건은 본질적으로 같다. 공권력으로 공공개발을 빌미로 개인의 사유지를 헐값으로 매입하고, 고가로 다시 판매하는 명백한 ‘땅장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성남 대장동 개발공사 현장 앞에서는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국 공공주택지구 주민들이 서민의 재산권이 빼앗겼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가의 공익사업이 서민들이 평생 피땀 흘려 일군 집과 농토를 강탈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공공주택지구 주민들 주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서민 재산권 헐값에 강탈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개발이익은 주민들한테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다.

대장동 원주민 이모 씨는 “공공개발이라고 해서 토지수용에 동의했는데 지금 거의 공공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사익으로 돌아가는 게 워낙 많다 보니까 굉장한 박탈감과 배신감이 든다”면서 “협약할 당시 이미 터널 계획은 들어가 있었는데 그 외에는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공공이익이 없는 대장동 개발에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50년전 광주대단지사건의 발단도 이번 대장동 화천대유사건도 그 본질은 ‘국민의 분노’다. 원주민한테는 공공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헐값에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그것을 ‘민관’개발로 변경해 특정 사업자에게 거액의 배당금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다.

기자가 화천대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 초순경이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깃발이 용인과 성남 일대에 내걸렸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것이 과거 통진당 세력이 이들 세월호 추모단체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자는 이재명 지사의 친형 이재선 씨를 잘 아는 사람과도 인터뷰했다. 이미 고인이 된 이재선 씨는 평소 동생 이재명 시장이 과거 통진당 세력과 연결된 것에 큰 걱정을 했다고 전한다. 실제로 故 이재선 씨가 남긴 SNS 글에도 그러한 걱정이 실려 있다.

사실 대장동 화천대유 건을 가장 먼저 알고 세상에 알리려 한 사람이 바로 이재명 지사의 친형 이재선 씨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경기동부연합을 잘 아는 출판사 사장이 어느날 기자에게 제보를 했다.

그 출판사 사장도 한때 경기동부연합 사람과 꽤나 두터운 친목을 다졌다는 것이다. 기자가 SNS에서 추정한 사실이 팩트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한사람을 소개했다. 그 사람은 성남 수정구 상인들을 위한 모임 ‘모두를 위한 리더’ 대표 김사랑 씨였다.

영화 ‘아수라’ 안남시 vs 성남시

현재 ‘성남시정감시연대’를 이끌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언론에는 ‘화천대유’의 ‘화’자도 언급되지 않던 시기였다. 성남시정감시연대쪽 사람들이 전하는 이재명의 성남시는 황정민이 주연한 영화 ‘아수라’ 내용과 거의 판박이였다.

영화 아수라는 조폭과 시장이 한통속이 되고, 개발을 둘러싼 거대한 이권이 오고가는 모습이 담긴 영화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총관객 약 260만 명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화천대유가 뉴스의 초점이 되면서 영화 아수라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SNS에서도 영화 아수라와 성남시를 비교하는 포스팅이 화제다. 무대는 분당 부근 가공의 소도시 ‘안남시’다. 화천대유 개발현장 역시 분당 옆 판교 ‘대장동’이다. 영어 제목인 ‘Asura: The City of Madness’도 madness를 우리말로 하면 분노, ‘성나다’의 명사형 ‘성남’ 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이것은 영화를 가장한 다큐멘터리라고까지 한다.

SBS의 대표적 탐사 보도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도 이재명 경기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 그리고 조폭과의 유착 의혹을 다룬 바 있다. 2018년 7월 21일 방영분에서 이재명 지사가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성남지역 조폭의 변론을 맡았으며,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이 이 지사의 선거캠프에 지지자와 자원봉사자로 다수 활동했다는 점을 공개했다. 그러자 방송 PD에게 조폭이 협박 전화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오마이뉴스가 2018년 7월 23일 자로 보도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재명 지사 측의 반박에 대해 즉각 재반박하면서 “이 지사가 두 번의 내용증명으로 언급한 의견은 공익 목적 아래 충분한 취재, 조사와 확인 과정을 거쳐 보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제기한 의혹은 ▶변호사 시절 이 지사의 '성남 국제 마피아' 소속 조폭 변호 관련 의혹 ▶코마 트레이드 이모 대표의 ‘2016년 성남 중소기업인 대상’ 수상 관련 의혹 ▶성남 청소년 재단 산하 기관과 조직폭력배가 행정원장으로 근무하던 병원과의 MOU 관련 의혹 ▶조직폭력배가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주차관리 업체와 성남시-성남 도시개발공사의 수의 계약 관련 의혹 ▶조폭 임모 씨가 재직한 경호업체 관련 의혹 등이다.

이처럼 공중파의 유명 방송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PD조차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하니 일개 시민단체 여성대표가 받았을 고초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시와 관련한 민원 제기는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화천대유건을 최초로 기사화한 매체와 기자는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다. 8월 31일자 경기경제신문의 칼럼 제목은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였다. 기사의 제목은 성남시정감시연대 대표가 기자에게 카톡으로 보내온 내용과 동일했다.

다시 주목받는 영화 아수라. 영화 스토리가 이재명 지사 연루 의혹이 있는 화천대유 사건과 너무 흡사하다는 평을 받는다.
다시 주목받는 영화 아수라. 영화 스토리가 이재명 지사 연루 의혹이 있는 화천대유 사건과 너무 흡사하다는 평을 받는다.

고소·고발로 입막음 시도한 화천대유

박종명 기자가 최초로 기사화 한 대가(?)로 화천대유는 지난 9월 6일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를 상대로 10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마도 더 이상의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입막음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성남시를 상대로 민원 제기한 많은 시민들이 당했던 것처럼 그렇게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도 소송을 당했다.

화천대유는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곧장 10억 원이라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재명 지사측과 대선 후보를 놓고 경쟁하는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있었다.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성남시정감시연대 김사랑 씨가 올리는 화천대유 관련 내용을 눈여겨 지켜봤다.

팩트에 근거한 화천대유 관련 자료를 김경율 회계사는 객관적 숫자로 검증했다. 김경율 회계사가 지적한 화천대유 관련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고소·고발로 입막음하려는 시도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고소·고발은 대장동 원주민뿐만 아니라 성남시 구 상권에 있는 시장상인들도 당했다. 대장동 원주민들의 숙원사업은 고압선 지중화 사업이다. 대장동 일대를 지나가는 고압송전선은 345kV다. 지하철에 공급되는 전력선이 2만5000V이니 대장동 일대를 지나는 고압 전력선은 지하철 전력선의 14배에 이른다.

당연히 대장동 입주민들은 초고압선 전력선 지중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성남의뜰’은 2016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한 후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2018년 2월 최종평가서를 작성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간조선은 자세한 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주간조선 10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성남의뜰은 전자파 저감방안으로 ‘송전선로 지중화’ ‘토지이용계획 반영(떨어진 거리 확보 및 녹지 조성)’을 거론하며 이를 이행할 것을 약속했지만 성남의뜰은 사업 기간 내내 북측 송전선로 및 철탑 지중화 작업과 관련한 계획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연히 민원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분양 이후 이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성남의뜰은 시정 방안 마련보다 각종 법적 조치로 맞대응했다. 성남의뜰은 성남시에 관련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을 상대로도 고소·고발을 이어갔다. 입주민들은 민원사항을 성남시가 성남의뜰에 그대로 넘겼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성남의뜰이 자산관리회사이자 지분 참여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와 함께 예비입주자 협의회 관계자를 강요미수, 공무집행방해, 무고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성남의뜰과 화천대유는 고발장에 “이 관계자가 시를 협박해 관련 의무가 없는데도 시행사가 송전탑 지중화 작업을 강요하도록 하며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주장을 담았다.

공공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원주민들로부터 헐값에 땅을 수용하면서 ‘공권력의 땅장사’가 된 성남 대장동 개발이 이제는 민원 제기한 입주민들을 고소고발로 입막음 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기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또 하나 더 있다. 성남시의 정신병원 행정입원 문제다. 2017년 11월 14일 오후 6시경 성남시정감시연대 김사랑 씨는 난데없이 성남정신병원에 입원당했다.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김사랑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증언했다.

경찰차 3대와 스타렉스 차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자신이 강제로 입원당했다는 것이다. 다급하게 페이스북에 세 글자로 글을 올렸다고 하면서 당시 캡처한 것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 세 글자는 ‘살려줘’였다. 이 문자를 본 성남시정감시연대 회원들이 수소문해 하루 만에 정신병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김사랑 씨를 전사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재명 지사의 친형 故 이재선 씨도 생전에 정신병원 강제입원 건에 대해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2012년 7월 18일 고 이재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심경을 적었다. “무엇이 제가 미쳤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녹음테이프를 통해 2002년에 의사한테 속아서 조증약이라고 해서 단 한번 먹은 것(단 1회만 먹고 버렸음)을 가지고 그 증거라는 것인가요?”라면서 자신을 정신병 환자라고 매도한 것에 반박하고 있다. 고 이재선 씨는 자신의 동생 측근들로부터 협박 받은 메시지도 공개한 바 있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인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의 행정입원 건수는 25건이다. 이 내용은 이애형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이 공개한 자료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신보건법 25조에 의해 합법적으로 시행되었다면서 2014년 이후에만 약 10건의 강제진단과 입원치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애형 경기도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이후에도 19건이 행정입원 된 것으로 나온다. 화천대유건과 함께 성남시의 행정입원건도 그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정신질환자를 방치하면 더 큰 혼란을 부르는 것 또한 문제여서 이 지사가 시장 시절 강제입원이 있었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